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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선 Sep 05. 2021

Dear베토벤

월간 객석 기사

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아침이네요.

가을빛이 물들어가고 코로나와 공존한 지 거의 1년이 다 된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도 어느덧 한 달을 남겨두고 있다. 곳곳에서 울리는 베토벤 음악이 이골이 날 법할 한해가 이렇게 지나감이 아쉬워질 무렵 지난 10월 2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제50회 정기연주회 ‘오마주 투 베토벤’이 베토벤 삼중협주곡과 교향곡 7번으로 무대에 올랐다.

지역의 대표 민간오케스트라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이하 BSO)가 창단된 지 27년, 사단법인 출범 10주년이 베토벤 탄생 250주년과 함께 국내 최장수 앙상블인 부산피아노트리오(1962년 창단)와 아름답고 낭만적 선율의 명곡이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베토벤 삼중협주곡으로 음악계의 관심을 끌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세 대의 독주악기가 삼중주 올마이티 조합에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지는 이 협주곡은 구시대의 협주그룹과 오케스트라의 기악협주곡의 형태를 빌어 와 세 악기의 독립적이고 복잡해 보이나 하나의 조화를 향해 달려가는 앙상블과 중후하고 부드러우나 때로는 강렬함을 더 해 주는 시간이었다. 비중 높은 첼로연주를 맡은 이일세의 빠른 분산화음과 스케일의 등장에 피아니스트 권준과 바이올리니스트 백재진의 진지하고 신뢰도 높은 앙상블은 대조적이면서 대화하듯 오케스트라와 유희하며 흘러갔다.  

세 사람의 절묘한 호흡에 낭만적이면서도 강렬하고 화려한 삼중협주곡의 연주에 이어 베토벤의 원숙기에 독창성이 돋보이는 7번 교향곡이 연주되었다.  

리스트가 ‘리듬의 화신’이라고 할 만큼 역동적 리듬의 생명력을 가져다준다는 이 곡은 6번 전원교향곡 이후 4년의 공백을 가진 후 찾아온 창작의 시간이었으나 전쟁, 빈곤, 청각장애의 악화 등으로 순조롭지 못한 시기에 작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치밀함을 인정받는 곡이다. 

상기된 듯 침착하게 시작 된 1악장에서 악상은 여리게 시작되어 강렬한 포르테시모까지 자극적인 다이내믹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영화 속에서도 자주 등장한 2악장은 아름다운 선율을 침착하고 안정된 페이스로 흘러 3악장 스케르초로 향한다. 빠르고 시원스런 활 놀림에서 경쾌한 춤을 추듯이 전 단원들이 혼연 일체가 되어 연주했다. 마지막 악장의 강렬한 주제 리듬 현악기와 관악기들의 거침없는 질주가 과연 디오니소스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했다. 강력한 에너지와 임팩트를 보여준 마에스트로 오충근과 BSO는 청중들로부터 베토벤 탄생 250주년 맞아 ‘오마주 투 베토벤’으로 열렬한 찬사와 환호를 받으며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가장 사랑받는 9번 님로드(Nimrod)를 앙코르 곡으로 선사했다. 서정성 짙은 멜로디와 함께 27년 간 걸출한 지역의 민간오케스트라로 지나온 시간들이 필자의 눈앞으로 지나갔듯이 지휘자와 단원들도 회억에 잠기며 뭉클한 감동을 주는 시간이었다.    



BSO는 정기연주회 외에도 지난 6월 10일 금정문화회관 대공연장(금빛누리홀)에서 ‘디어 베토벤! 운명’으로 굳게 닫혔던 공연장 문을 열고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금정문화회관 개관 20돌을 기념하는 이 연주는 금정구의 상징인 황금 물고기가 인간세상의 면모를 만나면서 어우러지는 명암을 한국적인 요소가 더해진 힘찬 에너지와 진지하면서도 부드러운 선율이 잘 조화를 이룬 창작곡 ‘금어기행’ 서곡과 베토벤 단 하나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61 그리고 ‘운명 교향곡’을 연주했다. 협연에는 온라인 클래식계 스타로 떠오른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5세 최연소로 한국인 최초 2위에 입상한 보석 같은 연주자, 부산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함께 했다. 그의 연주는 섬세한 감정처리와 테크닉으로 BSO와 대담하고 팽팽한 균형감을 가지고 40여분 동안 긴 대곡을 완벽한 페이스로 완주하였다. 

이어 6월 27일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는 거장열전 베토벤Ⅰ-운명이 연주되었다.  

부산의 대표 민간오케스트라라는 수식어답게 BSO는 탄탄한 기획력이 눈에 띄는 공연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어왔다. 지난 2015년부터 철학과 음악을 접목시켜 현대인에게 진지한 예술을  생각하게 하고 진정한 삶의 가치와 눈높이를 설정하게 한 ‘노자와 베토벤(희로애락, 고주망태, 고진감래)’시리즈에 이어 올해도 고전음악과 고전철학이 만나는 특별한 콘서트가 마련되었다. 10월 16일, 31일 모두 이색적인 공연이었다. 10월 16일 금정문화회관 대공연장(금빛누리홀)에서 가진 ‘오충근의 古古한 콘서트Ⅰ-행복의 비브라토’는 월요편지로 행복세상을 이끌고 있는 조근호 변호사와 함께 행복을 주제로 관객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었다. 생동감 있고 명쾌하며 찬란한 선율이 돋보이는 쇼스타코비치의 대표곡인 ‘축전 서곡’ 작품96과 차이콥스키 발레 모음곡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를 비롯해 패리시 알바스의 하프 협주곡 g단조 작품 81’(한국 초연)등으로 청중을 만났다. 하프 협연은 프랑스 국제 하프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 1위, 비엔나 국제 음악콩쿠르 대상, 미국 국제 하프 콩쿠르 입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의 클래식 유망주로 떠오른 하피스트 황세희가 함께 했다. 

10월 31일 금정문화회관 소공연장(은빛샘홀) 재개관 기념으로 ‘오충근의 古古한 콘서트Ⅱ-어게인 노자와 베토벤’이 공연되어 특별출연한 서강대 철학과 최진석 명예교수와 함께 인류에게 고전음악과 고전철학이 필요한 이유와 인간이 고고하게 살아야하는 의미에 대해 깊이와 해학으로 관객과 소통하였다. 아울러 시벨리우스의 현악과 타악기를 위한 모음곡 작품14‘연인’에 이어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가을’을 BSO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주영이 협연하고 후반부 가을 분위기 가득한 드보르자크, 차이콥스키의 ‘세레나데’를 연주해 많은 갈채를 받았다. 새롭게 태어난 은빛샘홀은 뛰어난 어쿠스틱을 뽐내며 앞으로 부산의 클래식음악의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을 예감케 하였다.



BSO의 올해 마지막 달 공연은 거제와 부산에서 이어진다. 오는 12월 12일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거장열전 베토벤Ⅱ-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웰링턴의 승리'가 준비되어 있고 12월 22일에는 금정문화회관에서 국립오페라단과 '라 트라비아타' 오페라 전막 공연으로 한해를 마무리 한다.

12월은 250년 전 베토벤이 태어났으며, 70년 전 1950년 12월 25일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1만 4천 명의 피난민을 태우고 흥남부두를 떠나 부산을 거쳐 거제항에 도착했다. '암흑에서 광명으로' 인류를 이끈 거장 베토벤의 탄생과 평화의 땅 거제에서 일어난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기념하기 위해 베토벤의 환희와 승리의 음악인 ‘코리올란 서곡’과 ‘웰링턴의 승리’가 울려 퍼질 것이다. 여기에 피아노계 거장 '엘리소 비르살라제'의 가장 특별한 제자로 세계무대에서 사랑받고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 윤아인의 협연으로 영웅적이면서 찬란한 색채의 명곡 ‘황제’가 함께 할 예정이다.

#음악평론가 김윤선#클래식음악해설가 김윤선#베토벤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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