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클래식의 진수 실내악으로 만나다...
봄기운을 머금은 3월 대한민국 최초로 제 1회 부산 클래식음악제(BCMF)가 3월 2일(화)개막공연을 시작으로 3월17일(수)까지 15일간 7차례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과 은빛샘홀에서 열렸다.
‘공존-시간을 열다’란 주제로 금정문화회관, 클래식 음악 조직 위원회, 부산일보사, 부산MBC, 부산CBS가 주최하고 동성화인텍, 신세계, 부경대학교, 동성모터스, BNK부산은행 등 9개 후원사가 동참하여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업이 메세나의 가치를 실현하였다.
3월2일 금빛누리홀에서 첫 공연이 열렸다. 조성현‧한수진& BCMF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의 ‘교향곡 25번’과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제 2번 D장조’를 희망차게 연주되었다. 독일 쾰른 필하모닉 종신 수석을 역임하고 연세대 음대 조교수로 재직 중인 조성현은 맑고 강렬하면서도 화려함까지 느낄 수 있는 플루트의 기량과 매력을 맘껏 발휘하였다. 한수진& BCMF오케스트라는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를 연주, 유럽적 취향과 남미의 열정이 블렌딩 된 카리스마 있는 열정을 보여줬다.
하프시스와 BCMF 목관5중주가 출연하는 두 번째 공연은 3월 5일 새롭게 단장한 은빛샘홀에서 가졌다. 하프 2중주는 보기 드문 공연으로 하피스트 황세희‧황리하 자매가 그 주인공이었다. 두 사람은 차이콥스키의 발레모음곡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 와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신비롭게 연주 후 플루티스트 조성현과 황세희의 듀엣으로 비치의 ‘로망스’를 부드럽고 영롱한 앙상블로 들려주었다. 이어진 BCMF 목관5중주는 플루트 조성현, 오보에 노지연, 호른 주홍진, 클라리넷 백동훈, 바순 박준태가 단치의 목관 5중주 Bb장조 제 1번과 닐센의 목관 5중주 A장조를 연주했다. 각기 다른 음색이 다채롭게 긴장과 이완을 거듭하며 조화로운 양감을 느낄 수 있는 목관 5중주의 진정한 사운드를 만날 수 있었다.
4첼로‧송영훈과 친구들이 3월 6일(은빛샘홀) BCMF 세 번째를 장식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첼리스트 송영훈과 서울시향 첼로 수석을 역임한 심준호와 김대연, 이경준으로 이들의 인기는 대단했다.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를 첼로만으로 연주 하는 것에 관심을 모았고 각 악장마다 빛나는 음색과 연주 효과에 감탄을 자아냈다. 첼로 연주를 보고 있지만 마치 바이올린과 비올라 소리로 착각하듯 하이포지션을 오가는 멋진 기량을 보여 청중의 열광적 찬사를 받았다. 이어진 골터만의 ‘렐리지오소’는 예술 감독 오충근의 요청에 의해 연주되었는데 명상적이며 숭고한 정서의 첼로 명곡으로 잠시나마 차분한 위로의 시간을 가진 후 피아졸라의 ‘Liber Tango’와 ‘Oblivion’, ‘Adios Nonino’등 탱고로 분위기를 뜨겁게 몰아 가르델 ‘Por Una Cabeza’로 첼로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했다. 첼리스트 네 사람에 의해 깊게 울리는 하모니는 관객들의 뜨거운 갈채 속에 성공을 거두었다.
매 회 공연에 감동이 차오른 가운데 네 번째 시간이다. 부산 출신 바이올리니스트로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 부악장이자 BCMF 예술 부감독 김재원과 피아니스트 윤아인의 듀오이다. 3월 12일 은빛샘 홀에서 1부는 윤아인의 라흐마니노프의 6개 ‘악흥의 순간’ 전곡을 연주해 러시아 피아니즘 속으로 몰아넣었다. 거침없이 등장한 그녀의 모습은 당당했고, 정교하고 깔끔한 터치와 막힘없는 테크닉은 어린 거장을 만난 느낌이었다. 강렬한데 감미롭고 서정적인 정서에 비르투오조적 면모까지 갖춘 윤아인은 유명한 4번곡에서 폭풍 같은 에너지와 폭넓은 악상을, 6번은 웅장하고도 끊임없는 질주로 완벽성을 보였다. 2부에서 듀오는 환상적이었다. 김재원은 쇼숑의 ‘시곡 Eb장조’를 명상적이고 신비로운 바이올린 선율로 이끌었고 윤아인도 유연한 명암과 여운으로 함께했다.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c단조’ 역시 김재원은 대담하고 격정적인 1악장에서 카리스마를 보이며 난해한 뉘앙스를 완벽하게 처리했다. 단단한 중저음과 따뜻한 음색의 김재원과 뛰어난 기교에 절제와 배려있는 윤아인의 앙상블은 잘 밎는 슈트처럼 단아했다.
다섯 번째 공연은 3월 13일(은빛샘홀) 국내 최장수 앙상블 부산 피아노트리오와 실내악의 현세대를 대표하는 스트링아데소의 무대다. 부산 피아노트리오는 1962년 창단, 현재 세대가 바뀌어 바이올린 백재진, 피아노 권준, 첼로 이일세가 멤버로 드보르작의 피아노트리오 ‘둠키’를 슬라브적 애환과 우수에 집시의 강렬한 열정이 담긴 힘찬 연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스트링아데소는 부산 심포니오케스트라 악장인 김주영의 리드에 바이올리니스트 이종은의 안정감 있는 앙상블에 다양한 표현력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했고 첼리스트 이호찬과 김민승의 균형 있는 화음연주로 슈베트르 현악 5중주 C장조를 높은 완성도로 연주했다.
3월16일 은빛샘홀에서 제1회 부산클래식 음악제 6번째 공연은 유라시아 오션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EOPO) 앙상블의 연주였다. 세계로 진출한 우리나라 출신의 연주자들과 유럽, 아시아, 러시아 등 각국 우수한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EOPO의 멤버들의 고품격 앙상블의 무대였다. 브람스 클라리넷 5중주 b단조를 BCMF 예술 부감독인 백동훈과 바이올린 임재홍, 김재원, 비올라 이승원, 첼로의 심준호가 연주, 브람스 만년의 우수와 처절함을 클라리넷이 노래하고 부드러운 현악기가 감싸 안아 감동을 불러왔다. 이어 윤아인이 등장해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송어’가 이어졌다. 조용우의 깊은 더블베이스 음색은 피아노가 반짝이며 윤기 나도록 했고 현악기들도 활기를 띄며 짙고 풍부한 음색을 드러냈다. 슈베르트가 이곡에서 2대의 바이올린이 아닌 바이올린과 더블베이스를 선택했는지 알 것 같은 사운드였다. 전 악장이 연주되는 동안 완벽한 앙상블에 마치 꿈꾸는 시간 같았다. 자유롭게 놀이하듯 유희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행복을 찾은 연주였다.
3월17일 금빛누리홀에서 마지막 공연은 창단 35주년의 부산 신포니에타(리더 김영희) 100번째 연주로 첼리스트 심준호와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탁월한 현악주자들과 심준호는 깊은 표현력과 풍부한 표정이 1악장을 쾌활하게 연주, 2악장에서 우아한 기품을, 3악장은 생동감과 명쾌한 기교의 절정으로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폭풍 같은 박수 세례에 마크 썸머의 ‘줄리오’를 앙코르로 연주해 또 다시 열광은 이어졌다. 2부에서는 부산 신포니에타의 바흐의 ‘브란덴부르크협주곡’ 제3번과 브리튼의 ‘단순교향곡’을 연주, 고전적이고 유려한 선율을 담백하게 담아내어 그들의 탄탄한 실력을 과시하는데 손색이 없었다.
아쉬운 제 1회 부산 클래식음악제 7회의 공연이 대부분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 음악제의 총괄을 맡았던 오충근 예술감독은 부산 클래식음악제의 시작만으로도 문화의 수준이 한껏 올라 선 희망이 생긴 것 같고 펜데믹 상황에서도 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1년 넘는 코로나19의 창궐로 무대예술은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간절했던 공연의 갈증을 시원히 풀게 되어 감격은 배가 되었다. 세계로 뻗어간 부산 출신 음악가와 지역의 중견 음악가들과 단체, 또 함께한 클래식 스타들이 펼친 완성도 높은 음악들은 고상한 예술작품을 만났을 때 느끼는 숭고함과 환희,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이제 한 발 내딛은 제 1회 클래식음악제는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금정 문화회관과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아름다운 동행과 예술가가 협력한 최상의 축제였다. 다가올 제 2회 부산 클래식 음악제를 생각하면 내년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