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오나 Aug 06. 2018

상해가 좋아요. 1

2년 차까지는 주말마다 파티에 갔다. 3년 차가 되니 좀 정신이 들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3년을 서울에서 산 서울 토박이다. 해외 진출이라는 큰 포부를 가지고, 3년 전 중국 상하이에 교환학생을 왔다가 여태껏 살고 있다. (나도 내가 중국에서 3년 동안이나 살 게 될 줄 몰랐다.)


왜 상해야? 

상해에 오기 전까지는 중국에 1도 관심이 없었고, 중국어를 할 줄도 몰랐다. (나의 제 2 외국어는 불어였다. 쥬 빠흘르 엔쁘 쁘랑쎄에..) 이전부터 홍콩 영화감독 왕가위를 좋아해서 홍콩에 대한 판타지가 있긴 했지만, 대륙 본토는 가볼 생각도, 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었다.

상해하면 떠오르는 풍경. 이 곳은 푸동지역이다. 강남같은 뉴타운 지역이라 비즈니스랑 거주를 위한 시설이 많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사에서 인턴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퇴근하는 지하철 안, 문득 '이제 곧 4학년인데, 이렇게 대학생활을 끝낼 수 없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학교 국제처에서 교환학생 공고를 확인해봤다. 중국 지역만이 여전히 모집 중이었다. 중국으로 교환학생?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어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장학금 100만 원이 지원된다길래 '뭐 한 번 가보지' 식으로 지원했고, 중국의 많은 지역들 중 상해를 선택하게 되었다. 왜냐고? 미친 듯이 놀기 위해... 드디어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사는 첫 번째 기회였기에. 


사실 별 기대는 없었다. 그러나... 

교환 학생을 가기 전, 네이버에서 상해 관련 정보들을 열심히 읽었다. 중국은 처음 가보는지라 너무 걱정이 됐다. 일반적으로 한국 뉴스에서는 중국인의 비상식적인 행동들을 보도하고, 허름한 길거리들을 주로 보여주지 않는가. 나는 당연히 상해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주위에서 인신매매, 장기밀매 조심하라고 다들 걱정 반, 농담 반으로 얘기하던 것도 한몫했다. 


막상 상해에 도착해보니, 상해 시내 중심 지역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패밀리 마트, 왓슨스, 까르푸 등 대부분의 편의 시설은 다 깔끔하게 잘 되어있었다. 상해에서 안 팔까 봐 바리바리 한국에서부터 싸왔었는데 사실 여기서는 한국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 구할 수 있었다. 

상해 골목의 모습. 일본처럼 깨끗하진 않지만 사람 사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래 이제 한번 놀아볼까? 

언어 교환학생으로 왔기에 오전 수업이 끝나면 오후에는 아무런 일정이 없었다. 낮에는 보통 기숙사에서 놀거나 아니면 상해 시내를 돌아다니고는 했다. 하지만 상해는 밤이 진짜 재미있는 도시다. 시내 중심에 정말 괜찮은 바(bar)와 레스토랑이 많다. 게다가 황푸강이 보이는 번드 루프탑 바에서 칵테일 들고 쫄랑쫄랑 거리는 재미란! 서울의 음주가무와는 확연히 분위기가 달랐다. 상해 사는 외국인이 월등히 많은 데다가 오래전 항구를 개항한지라 서양과 동양의 문화가 신비롭게 섞인 느낌이 강하다. 홍콩은 좀 더 서양식 문화에 가까운 반면, 상해는 중국식 문화가 그에 비해 더 많이 남아있다. 

가끔 홍콩을 연상시키는 상해의 모습

중국어 못해도 문제없어

외국인으로 살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바로 언어다. 하지만 상해에서는 사실 중국어를 못해도 아주 크게 문제는 없다. 주위도 상해에서 3-4 년씩 살아도 중국어 기본 대화도 못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외식 싸진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 비싸지도 않아

중국이 쌀 거라는 편견은 이제 그만. 상해는 중국에서도 가장 부자 도시다. 일반적으로 현지인들이 가는 약간 허름한 맥주 바에서 칭다오 생맥 500 씨씨를 시키면 그래도 3천 원-5천 원은 (20위안-30위안)하는 듯싶다. 칭다오 혹은 하얼빈 병맥주는 더 싸다. 브루어리 비어 바 같은 경우는 500 씨씨 한 잔에 8천 원 - 1만 2천(40위안 -60위안) 하는 것 같다. 물론 한 480 씨씨 주는 것 같긴 한데. 아주 비싸지는 않지만 서울 시내 중심에서 먹는 거랑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 칵테일 같은 경우는 저렴한 그냥 막(?) 만드는 괜찮은 분위기의 바는 8천 원 - 1만 2천(40위안 -60위안), 스피크이지 (speak-easy) 칵테일 바들의 고퀄 칵테일은 한 잔에 한 1만 8천 원에서 2만 5천 원 정도 하는 듯싶다. 그래서 하룻밤에 몇 잔 마시면 기본으로 5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 정도 술값으로 나가는 것 같다. 그래도 도쿄나 홍콩에 비하면 퀄리티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라고 본다. 

지금은 사라진 용캉루 거리. 음주가무의 성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물론 지금은 다른 성지들이 많다.

식사의 경우, 정말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길에서 파는 만두의 경우, 보통 1개에 3위안-6위안(500원 -800원) 하는 것 같다. 한두 개 먹으면 약간 배차는 정도? 중국의 김밥천국 같은 곳은 우육면 한 그릇에 진짜 정말 싸면 10위안에서 25위안(1800원 - 4000원) 사이인 듯싶다. 서양식 같은 경우는 조금 더 비싼데, 프랜차이즈인 wagas (카페 겸 레스토랑 같은 곳. 맥도널드만큼 많이 있는 듯.)의 경우 연어 샌드위치나 파스타 한 개에 보통 70위안 (1만 2천 원) 정도 하는 것 같다. 카푸치노도 한 25위안 (4000원) 정도 한다. 일반적인 카페에서. 한국이랑 비슷했음 했지 싸진 않다. 그래도 여러 명이서 하는 외식의 경우, 음식의 양이 많아서 인지 생각보다 한 사람당 내야 하는 금액이 많지는 않다. 


예를 들어 상해에 있는 한국 식당에 가면 4인이 일반적으로 많이 배 터지게 먹어도 한 사람당 150위안 (2만 5천 원) 정도 냈던 것 같다. (소주는 한 병에 5천 원 넘는 듯) 일반적으로 중국은 음식의 양이 많이 나오는 데다가, 그 양에 비하면 가격이 비싸지 않은 편이라 생각한다. 물론 카페에서 먹는 브런치 같은 건 일반 물가보다 약간 비싸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브런치 디쉬 1개를 먹는 다 치면 120위안(2만 원)에서 많게는 150위안(2만 5천 원)까지 나오는 것 같다. 내가 말하는 브런치 장소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법한 카페와 레스토랑 기준이다. 그래도 분위기는 좋은 카페나 레스토랑은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원래 만두를 엄청 좋아하진 않았지만, 이제는 그래도 좋아하는 편이다.

다양한 클럽과 레스토랑, 찾아가는 재미 

예전에 중3쯤이었나, 홍대에 막 작고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친구들과 매일 다른 카페들을 가보고 했던 기억이 난다. 개수가 절대적으로 많지 않으니 새로운 곳은 단연 눈에 띄기 마련이다. 상해도 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바 등이 있지만 서울만큼 포화된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이런 뉴욕 소호 스타일 같은 레스토랑들은 최근 3-4년 사이 급증했지만, 중국요리 식당도 여전히 엄청 많기에 그 수가 많다고 해도 눈에 띄는 건 사실. 

황푸강 앞에 위치한 상해 와이탄(번드), 고급 레스토랑과 클럽이 많다.

상해하면 클럽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일단 종류가 너무 많아서 좋다. 재즈, EDM, 힙합, 락, 언더그라운드, 딥하우스, 라틴 등등 다양한 종류의 클럽들이 대부분 시내 중심에 있어서 주말마다 지루할 틈이 없다. 날 좋은 봄, 여름, 가을 철이면 열리는 루프탑 파티나 풀 파티도 실질적으로 매주 열린다고 봐야 한다. 상해와서 첫 한 달간은 파티 갈 옷 사느라 바빴던 것 같다. 여기는 일단 주말에 놀러 간다고 하면 일단 착장이 한국이랑 다르다. 우리가 생각하는 외국에서 파티 가는 그런 느낌. 드레스를 입는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치장했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느낌. 한국에서 가져온 옷들은 너무 초등학생같이 보였다. 안 그래도 초등학생같이 생겨서 더 으른 같은 옷을 사려고 했었던 것 같다. 

번드에 위치한 월도프 호텔의 롱바 (long bar). 내가 상해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다. 클래식한 호텔에서 즐기는 라이브 재즈 공연도 최고.
1910년 대 롱바의 모습. 번드에는 클래식한 레스토랑과 바가 많다. 올 때마다 새로운 곳.

KTV라고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가라오케도 꽤 자주 갔다. 단란주점같이 생겼는데, 젊은 사람이고 나이 든 사람이고 할 것 없이 중국 사람들이 오늘날 잡고 놀자 하면 가는 곳이다. 상해뿐만 아니라 이건 그냥 중국 문화인 듯. 나도 한국에서 노래방이라면 자주 갔었지만 여기 노래방에서는 단란주점처럼 술을 마시면서 노래를 부르는 시스템이라 처음에는 어색했다. 내 친구들은 보통 위스키에 녹차물 같은 음료를 섞어마시는데, 듣기로는 위스키가 가짜인 곳이 많아 병맥주를 박스로 가져다 놓고 마신다고. 이제 한 3년 되니 사실 클럽 가서 춤추고 노는 것보다 노래 부르고 앉아서 쉬다가 술 마시고 하는 KTV가 더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KTV는 이렇게 생겼다. 위 사진은 그냥 구글링해서 첨부. 모르는 분들..KTV의 진리는 Chun K라는 곳인데 중국의 수노래방 정도로 보면 되겠다. 서비스가 정말 좋다.


상해에 2년 정도 살 때까지 정말 거의 매주 친구들과 나가서 놀았다. 나의 주말 모습은 이랬다. 금요일 퇴근 후 친구들과 놀러 나가서 새벽 3시쯤 돌아온다. 토요일 아침에 숙취로 고생한다. 그리고 저녁에 또 나간다. 새벽에 들어온다. 일요일 아침에 너무 피곤해서 아무것도 못한다. 그리고 주말 끝. 이것이 주말 일상이었던 것 같다. 

(나중에 다른 글에서 다루겠지만 이렇게 신나게 놀다가 현재의 남자 친구도 만나게 되었다)


주위 외국 친구들과도 얘기해보면 1-2년의 상해 주말 생활은 대부분 이렇게 지나간다. 그 사이사이 마사지, 네일, 브런치, 운동 등등 기호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상해의 첫 1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뭔가 휘리릭 휘리릭하고 지나가다가 잠깐 정신이 들어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면 이미 1년이 지나가 있다. 상해는 마법 같은, 마약 같은 도시다.  

 이번 여름 갔던 번드 루프탑 파티. 줄무늬 티셔츠 입은 안경쓴 남자애가 내 남자친구다. 그 뒤에 썬글라스 낀 남자애 뒤에 있는 여자애가 바로 나다. 

어느덧 상해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이전만큼 놀러 다니지는 않는다. 이제 재미가 없기도 하고, 주말이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그새 가까워진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게 더 재미있고 의미 있지만, 그래도 가끔씩 몸이 근질거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그다음 날 쑤실 몸과 숙취가 무서워지는 건 왜일까.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