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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오나 Jun 29. 2020

연휴 마지막날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오랜 만에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근 1년 만이다. 

그 동안 홍콩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심적으로 신체적으로 여유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전 남자친구와의 이별, 새드 엔딩으로 끝난 무수히 많은 데이트들, 퇴근 후 돌아와 소파에 앉아 울던 기억, 너무 답답해 무작정 뛰어야 했던 날들,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의 음주가무 등등.. 아, 홍콩 시위와 코로나 바이러스도 한몫한 건 사실이다. 


오랜 만에 찾아온 연휴를 핑계로 갈 곳도 없지만 연차를 2일 추가로 썼다. 총 5일의 나름 긴 연휴를 보내며, 내 마음을 다잡고, 나를 다시 사랑해보려고 했다. 집에 돌아와 작은 원룸에서 저녁을 먹으며 종종 드는 생각. 어디서부터 잘못 된걸까? 그리고 드는 생각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한 걸까? 내가 약한 사람인걸까? 


요가도 가고, 근래 못 보았던 친구들도 만나고, 시장에서도 꽃도 사고, 아침에 잠깐이나마 데이트도 하고, 멀리 외진 곳에 위치한 예쁜 숲속에도 친구들과 놀러갔다. 마지막 날인 오늘은 아침 늦게 일어나 게으름을 피우다가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한 뒤, 오후에는 근처 바닷가에서 누워있다가 한국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짧았지만 행복했다. 다시 이전처럼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생기는 긍정적인 에너지랄까. 내 주변에 이렇게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특히 외국에서 같은 나라 사람들도 아닌 경우에는. 


그리고 오늘 아침 머릿 속에서 문득 드는 생각. 내 안에 분노와 화가 너무 많이 쌓여 있어 이전에는 보지도 못했구나. 내가 더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어야 했는데, 그저 눈앞에 닥친 것만 보고 감정적으로 일일이 대응하느라 보지 못했구나. 


깊숙한 마음 저편에는 어리고 나약한 중학생의 내가 있다는 걸 안다. 작은 상처에도 너무 너무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나의 어린 자아. 나는 아마 평생 이 나약한 나를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변화하고 있고, 발전하고 있다. 내가 나 자신을 잘 알고 있다면, 분명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도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학생의 나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지금의 나는 다르다. 


그럼 열심히 데이트를 해보겠습니다...! (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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