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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May 24. 2019

부산에서의 24시간

2019년, 생일 기념 부산 여행

0. 일기 


외부에 노출되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였을까? 다른 주제의 글들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적는 데에 소홀해졌다. 그런데 이번 생일을 맞으며 이 날들은 일기로 꼭 적고 싶어 졌고, 그래서 이렇게 적는다. 이번 생일에 내가 받은 것들을 잊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모두 각자의 생일을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기록한다. 2019년 4월의 생일, 부산에서의 24시간. 




1. 속초 


4월이 다가오기 시작할 무렵, 언제나와 같이 나는 나의 생일을 떠올렸다. 사실 4월은 나에게 봄이 오는 계절도 아니고, 벚꽃이 피는 시기도 아니고, 잔인한 달도 아니다. 4월은 매년 나에게 내 생일이 있는 달이었다. 


이번 생일에 나는 뭘 하고 싶나 나 자신에게 묻자 금방 떠오르는 이미지 하나. 푸른 바다. 그래, 바다를 보러 가야겠다. 푸른색이었으면 좋겠어. 그렇다면 역시 동해겠지. 지난겨울에 강릉에 갔었으니, 이번엔 속초에 가서 바다를 보고 맛있는 것을 잔뜩 먹자. 


혼자 떠날 생각도 있었으나 역시 여행은 함께해야 맛이라는 생각에 빔과 노숀에게 함께 가주겠냐 물었다. 이 친구들은 거절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래머신들*이다. 


*그래! + 머신(machine)의 합성어로 노숀이가 만든 말. 




2. 산불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5/2019040500256.html


성격 급한 예매 봇들이므로 우리는 이미 옛날에 숙소와 교통편의 예매를 끝마친 상태였다. 금요일 밤에 출발해서 일요일 저녁 전에는 돌아오기로, 그렇게 넉넉한 일정을 짜두었던 참이었다. 


목요일 밤, 속보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뉴스에서는 계속 긴박한 인터뷰들이 진행되고, 붉은 화면이 지속됐다. 산불이었다. 고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속초로 내려오고 있었다. 


괜찮겠지. 괜찮겠지. 하지만 괜찮지 않았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은 모든 것을 다 집어삼킬만한 산불을 만들었다. 산불이 지나간 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산에 뿌리를 내렸던 나무들이 모두 탔고 그곳의 동물들이 모두 죽었다. 속초에는 죽음의 기운이 강하게 내려앉은 것처럼 보였다. 


우리 정말 가? 지금 가면 선아의 생일을 즐겁게 그 사이에서 축하해 주지 못할 것만 같아. 그렇게 노숀이는 말했다. 그래. 그러면 다른 대안을 찾아보자. 




3. 부산 


그럼 어디로 갈까. 군산? 서산? 경주? 많은 도시들이 후보에 올랐지만 쉽게 다른 대안을 정하지 못했다. 군산에서 숙소를 찾아보았으나, 이미 괜찮은 숙소들은 모두 예매가 끝난 참이었다. 하루 전이니까 당연한 일이다. 


선아가 자주 가고 싶은 도시였으면 좋겠어. 그게 어느 도시야? 노숀이 물었고,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빔은 말했다. 그건 부산 아니야? 빔은 날 잘 안다. 


부산은 너희에게 여행이 아니잖아. 난 걱정스레 말했다. 내가 자주 가고 싶은 도시는 부산이 맞으나, 빔과 노숀에게도 이 주말은 여행이었음 했다. 그런데 빔과 노숀은 모두 부산 출신이다. 부산에 집이 있다. 아니야, 선아야. 우리 서울 사람이야. 빔은 본인들이 서울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땐 미처 말을 못 했지만, 서울 사람은 사투리를 못 써..




4. 요트 스테이 


에어비앤비를 뒤지고 뒤져도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을 수 없었다. 하루 전에 좋은 숙소 구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임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역대급 미션이라, 노숀은 말했다. 그중 빔은 링크 하나를 보냈다. 요트 스테이. 캠핑카는 들어봤어도, 요트 스테이는 처음 들어봤다. 


캠핑카가 육지 위를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자는 것이라면, 요트 스테이는 바다를 가르는 요트에서 잠을 자는 것. 해운대 근처 요트 선착장에서 잠을 자게 해 준단다. 빔이 보내준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정보가 거의 없었다. 흥미로운 정보라고는 캔맥주를 기본으로 제공해준다는 것뿐이었다. 


이거, 엄청 모험 아니야? 정보가 아무것도 없는데? 후기도 하나밖에 없잖아. 그것도 좋은 시간 보내고 간다는 말뿐이야. 그래도 뭔가 재밌을 것 같긴 해. 왠지 이게 뭐라고 설렌다. 


좋으면 왕창 좋을 것 같은 느낌에 그러자고 했다. 마땅한 대안도 없었다. 




5. 부산행 버스 



부산이라면 항상 KTX나 SRT만 타봤지, 버스는 처음 타고 내려가 봤다. 기차는 주말 꽃놀이 시즌을 맞아 모두 매진이라 버스를 탈 수밖에 없었지만, 빔은 버스를 더 좋아한다고 했다. 또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휴게소에 가서 떡볶이와 통감자를 먹기로 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항상 같은 메뉴다. 



나는 처음이라 비교할 수 있는 대조군이 없는 데다가 난폭 운전에 대해 그중 제일 둔감한 편이었는데 우리가 부산으로 내려가는 길에 만난 기사님은 계속 손님들을 혼냈고, 앞의 차에 대한 불만을 입 밖으로 내뱉었고, 그 큰 차를 가지고 끼어드는 과감함도 기준 이상이었다. 이제 더 이상 앞자리에 타지 못할 것 같다고 노숀이가 말했다. 그렇게 부산을 왔다 갔다 했어도 이런 버스 기사는 처음 만나본다 빔이 말했다. 버스기사에 대한 컴플레인은 어디로 해야 하는 걸까? 




6. 유니콘과 유켄도와 스펀지밥 


강변에서 노숀이가 걸어오는데, 이상하게 노숀이의 얼굴만 봤다. 분명 노숀이는 커다란 신문지를 안고, 뒤에는 형형색색의 무언가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는데. 내가 얼굴밖에 안 보인다고 했더니, 노숀이는 말했다. 너 날 많이 좋아하나 봐. 그건 맞으므로, 부정할 순 없었다. 



이게 뭔지 안 물어봐? 빔이 물었다. 이게 뭔데? 내가 물었다. 이게 뭐냐면, 네가 하루 종일 매달고 다닐 거야. 빔은 그렇게 대답했고, 실제로 우린 그렇게 했다. 유니콘과 유켄도와 스펀지밥을 하나씩 머리 위로 둥둥 띄우고서 부산을 돌아다녔다. 때때로 서로의 풍선에 의해 얼굴을 맞기도 했는데, 우리끼리 맞는 건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므로 꽤 조심해야 했다. 



아이들이 풍선에게서 눈을 못 뗐다. 부러웠던 모양이다. 빔은 부끄러워했고, 나와 노숀이는 뿌듯해했다. 




7. 바게트 호텔과 커피 룸 


버스에서 내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커피를 마시는 일. 우리가 좋은 여행 친구일 수 있는 것은 같은 것들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한몫을 한다. 



버스에서 내려 5분여를 걸으니 바게트 호텔이 보였다. 바게트 호텔이 정말 호텔이야? 카페 이름 아니야? 의견은 분분했으나, 도착해서야 그곳이 독채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음엔 여기에 묵자. 여기 귀여워. 


바게트 호텔 1층, 커피 룸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우린 사진을 많이도 찍었다. 인테리어와 함께 브랜딩도 잘된 곳이었다. 우리 이렇게 귀여운 거 하자. 




8. 선아 귤나무 


노숀이가 껴안고 온 신문지 뭉텅이가 뭔지 말해줬다. 그건 나무였다. 웬 나무야? 


나무의 이름은 사계 귤나무. 품종 개량을 통해 겨울이 아니더라도 열매를 맺는다는 그 나무를 내가 자주 가고 싶은 도시에 심어서, 그 도시를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부산, 동백섬에 귤나무를 심었다. 노숀이가 준비해 온 재료들로 팻말도 만들어서 꼽아줬다. 이름은 선아 귤나무. 날짜와 우리들의 이름을 적었다. 그날은 식목일 다음 날이었다. 선아 귤나무를 혼자 두고 나오는데,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됐다. 




9. 숭어와 도다리와 쏘맥쏘 



선아 귤나무를 뒤로 하고, 회센터로 향했다. 택시 기사님이 추천하는 회센터에 내려주셨다. 바다의 도시들에 가면 이렇게나 회센터가 많은 것이 항상 신기하다.  


요새 무슨 물고기가 철이냐 여쭈었더니, 도다리라 한다. 숭어와 도다리가 그 자리에서 회 떠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물고기는 소리를 내지 않아, 내리쳐지는 소리만 울린다. 왠지 모르겠지만 사장님은 우리에게 엄청난 양의 초고추장을 주셨다. 




10. 광안대교와 방파제 


방파제로 갔다.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아무도 없는 명당에 자리 잡았다. 광안대교가 바다의 수평선과 함께 펼쳐지는 곳. 푸른 바다와 하늘빛에 광안대교는 실재하는 풍경 같지 않았다. 일러스트처럼 보였다. 



노을이 시작되고 있었다. 노란 햇빛이 우리 머리 위로 떨어졌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숭어와 도다리와 쏘맥쏘는 진짜 맛있다. 그 시간마저 선물이 아닐 리 없다. 




11. 요트투어와 요트 스테이 


요트에 타서 잘 건데, 요트 주차장에서만 머물긴 아쉬워 요트 투어가 가능한지 물어봤다. 한 사람당 만 원에 한 시간 동안 광안대교 앞바다를 돌아준다고 하셨다. 콜. 엄청 싸다.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나아가기 시작한 요트의 갑판대 위에서 우리는 사진을 찍었다. 노을이 지고 있었고, 바다였고, 광안대교와 마린시티가 우릴 둘러싸고 있었다. 바람도 좋고, 빛이 지고 있는 하늘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었다. 



밤이 되었고, 요트 위에서 광안리의 야경을 바라보며 다시 요트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요트 타길 너무너무 잘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또 타고 싶어. 부산 사람인 노숀과 빔도 처음 타본다고 말했다. 




12. 떡볶이와 오뎅과 튀김과 순대와 김밥 


해운대에 가서 먹을 것을 사 오기로 했다. 회를 잔뜩 먹어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밤에 먹을 안주가 필요했다. 그럼 뭐 사 올까? 역시 떡볶이. 


우와, 사람 진짜 많다. 상국이네 떡볶이는 항상 줄을 선다고 했다. 그곳엔 모든 것이 다 있었다. 떡볶이와 함께해야 하는 것들. 떡볶이, 튀김, 순대, 오뎅, 김밥. 다 샀다. 줄은 선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데도 상국이네 스텝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진짜 프로.  




13. 매그넘은 아니지만 말벡 와인 두 병 


엄마가 생일 선물로 무엇을 가지고 싶냐 물어서, 와인을 달라했다. 노숀이랑 빔이랑 마셔야지. 엄마는 가지고 가고 싶은 와인을 고르라 말했고, 나는 말벡 와인 두 병을 골랐다. 


우린 이 와인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었다. 1.8L짜리 거대한 매그넘 말벡 와인을 빔의 생일에 마셨고, 달지도 떫지도 않지만 까끌까끌한 맛의 그 와인을 우린 모두 좋아했었다. 그리고 다시 마신 말벡도 정확히 그 맛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충분히 맛있다. 




14. 나의 노래 3



12시가 넘자, 노숀이는 생일 축하 노래를 틀어줬다. 제목은 나의 노래 3. 아무래도 3번째 시도였던 것 같다. 노숀과 노숀과 노숀과 노숀과 노숀의 어마어마한 합주. 박자를 못 맞춘 것은 아무래도 가라지 밴드 탓이겠지. 노숀이의 최애는 비파. 나의 최애는 그 모든 연주들이 하나가 된 삐뚤빼뚤한 합주. 




15. 생일 축하하는 책 


생일 축하한다며, 빔과 노숀은 책을 한 권 내밀었다. 생일을 축하하는 책. 내 마음이랑 똑같은 말들이 그 책 안에 있었다. 생일은 특별한 날이라고, 가장 즐거워도 되는 날이라고. 그리고 그 안에는 노숀이의 시원하게 뻗치는 글자의 획들이, 빔의 아주 작은 이응들이 있었다. 난 노숀이와 빔의 글자들이 진짜 좋다. 게다가 책 사이에서 삐쭉 튀어나오는 폴라로이드 한 장까지. 나와 선아 귤나무를 찍었던 사진이었다. 


버스에서 내가 자는 동안에, 노숀이는 용의주도하게도 김하나 씨의 <힘 빼기의 기술> 책 커버에 감싸 나에게 보내는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적었다. 다시 읽고 있는 중이라고, 능청스럽게도.  




16. 선아의 생일 우리의 행복 


스크린 요정 노숀이가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니, 밤에 보자 한다. 좋아! 일단 동의하고 물어본다. 무슨 영화인데? 요새 뜨고 있는 감독 영화야. 40분 정도 돼. 보자! 이 사람은 홍상수 감독에게 영향을 받아서 클로즈업 기법을 주로 사용해.  


화면이 밝아지며 노숀이의 손글씨 자막이 보인다. 선아의 생일, 우리의 행복. 영화 제목이다. 40분 간 이어지는 우리 여행의 순간순간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도 있고,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들도 있다. 노숀이가 갠소하던 영상들을 이어 붙인 이 40분짜리 영화를 다음에도 또 보고 싶어, 유튜브에 올려주면 안 되겠냐 물었다. 




17. 위트위트의 토토토토토토 맥주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어디엔가 적어놓은 나의 행복에 대한 글자들을 빔은 기억하곤 맥주를 부산까지 들고 내려왔다. 빔은 나에게 행복을 주고 싶었다. 아니다. 줬다.


위트위트에서 판매하는 일주일 어치의 6가지 맥주. 월화수목금토를 빔은 모두 토요일로 고쳐 적었다. 왜냐면 토요일 하루에 다 마실 요량이었으므로.


빔이 나의 생일을 기념하여 산 맥주들을 아직도 다 마시지 못했다. 부산에서 마시고, 페스티벌에 가서 마셨는데도 아직도 또 남았다. 나머지 맥주들은 한강에 가서 마시면 좋겠다. 햇빛을 맞으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으면서. 그건 또 내 행복일 뿐 아니라 빔의 행복이기도 하다. 물론 노숀이도. 그땐 화와까지 추가하자. 




18. 빔 아빠가 생각나는 밀면 


미역국 대신 밀면을 먹기로 했다. 미역국을 크게 즐기지 않을뿐더러, 그 전날도 이미 한 그릇 먹었기 때문.  


주변엔 빔이 주로 다니던 밀면집이 없어, 새로운 곳을 찾아갔다. 빔은 밀면이라면 모두 맛있는 줄 알았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빔의 아빠가 데려가 주셨던 밀면집이 떠올랐다. 빔은 아빠를 믿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음에 부산 가면 또 밀면 도전한다. 




19. 베르크 로스터스 


부산 가면 어디를 가보고 싶냐는 말에, 베르크라고 답했다. 둘은 이미 지난번에 나 없이 방문한 바 있지만, 그래도 실제로 보고 싶은 곳이었다. 


역시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공간 속으로 들어가 경험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노숀은 유명인이라, 사람들이 막 알아본다. 노선현 친구라고 항상 말하고 다녀야겠다. 커피는 맛있어서 두 잔씩 마셨다. 한 잔 더 드시는 거세요? 네. 


베르크에서 뒤늦은 노숀의 멀미가 있었다. 땅이 흔들흔들 흔들려. 




20. 24시간의 부산 종료 


나는 이번 생일에 도대체 몇 개의 생일 선물을 받은 걸까? 이 글에서처럼 스무 가지 정도의 생일 선물을 왕창 받은 것 같다. 분에 넘치게 받아서, 그래서 잊히지 않을 거다. 이번 생일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아. 


내가 받은 생일 선물들에 대한 보답은 일단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 이것들을 잊지 않으려 기록하고, 저장한다. 고마워요. 다음 생일도 또 어마어마하게 준비합니다.  



p.s. 생일이란 그저 어떤 일상의 날들 중 하루라고,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노숀이가 우리들 덕분에 생일이 너무 신나고 특별한 날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 말이 잊히질 않는다. 노숀이의 글을 읽는데 찡하다. 얜 왜 글을 또 잘 쓸까? 





모든 것을 기록하고 싶은 욕심에 업로드가 늦었다. 아주 늦었다. 이제 4월은 모두 갔고, 5월도 거의 다 갔다. 중간에 필름카메라의 배터리가 다 닳는 바람에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밖에 남지 않았고, 핸드폰마저도 망가져버려 수리센터에 있다. 아마 되살아나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허송세월을 보내면 난 영원히 이 글을 묻어둬야 할 것 같아, 늦게라도 올린다. 나의 생일을 기억하는 나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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