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아키 Mar 16. 2022

2월의 퇴근길

충무로에서 건대입구까지

2021년이 얼마 남지 않은 12월의 어느 날, 카메라를 샀다. 메인으로 쓸 카메라를 새로 들인 것은 따져보니 5년 정도만의 일이었다. 두 달 넘도록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연말이 되자 2021년 마지막 소비라는 의미를 붙이면서 결제를 해버렸다.


오랜만에 새로운 카메라를 손에 쥐니 신이 났다. 요새는 휴대폰 카메라 성능도 좋아서, 따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스냅사진을 찍는 데에 크게 무리가 없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쩔 수 없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 퀄리티가 훨씬 좋다.


가벼운 카메라를 산 터라,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평소에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충무로에서부터 건대입구까지, 오랜만에 휴대폰을 보고 걷지 않고 무엇을 찍을 수 있을지 고민하며 고개 들고 걸었다.




충무로는 밤이 되면 조용하다. 낮의 소음과 활기는 마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거리는 텅 빈다. 불이 꺼진 인쇄골목과 가구거리를 지나는데, 택배 회사의 차량이 이곳에서 박스들을 옮기는 모습을 봤다. 큰 트럭에 가득 쌓인 상자들이 아득하게 느껴졌는데, 이건 비단 오늘의 일이 아니라 매일 일어나는 일이었다.



반면, 건대입구까지 도착하고 나면 거리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예전처럼 놀러 나온 사람들은 확실히 적어졌지만,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줄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들은 바쁘게 걷고, 신호를 기다린다.




밤의 색을 아주 오랜만에 발견했다. 조금 더 걷고 싶어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