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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Nov 26. 2023

온전한 여수에서의 하루

포트앤포트

높은 언덕 위 항구를 바라보는 요새



여수의 바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바다의 모습과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 대신, 바다 위로 불쑥불쑥 튀어나와 있는 수많은 섬들이 있다. 앞뒤로 겹쳐 보이는 섬들의 실루엣은 여수 시내 뒤로 솟아 있는 산자락들과 맥락을 같이 하여, 마치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원하게 열린 수평선과 지평선 대신, 여수는 마치 섬과 산이 함께 바다를 살포시 끌어안은 것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그 사이로 돌산도와 육지를 잇는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가 있고, 그 위론 해상케이블카가 하늘을 가로질러 지나다닌다. 항구 도시 여수의 풍경은 다채로운 곡선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여수의 도심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돌산도의 꼭대기, 우뚝 솟은 스테이가 있다. 노출콘크리트의 비정형 높은 곳에 위치한 노출콘크리트 건물들은 하나로 이어지는 성벽처럼 보여서, 요새와 항구라는 뜻으로 포트앤포트(Fort&Port)라는 이름이 붙었다. 포트앤포트는 노출콘크리트로 비정형 건축물을 설계하여 국내외에서 많은 건축상을 받은 곽희수 건축가의 새로운 작품으로, 비슷하지만 또 다른 총 3채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각 건물 속 객실에서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여수의 풍경을 전한다.




여수 하늘을 마주 보는 스카이포트



포트앤포트의 중심, 높게 솟은 노출콘크리트의 건물인 스카이포트는 로비와 카페, 레스토랑과 인피니트 풀까지 포트앤포트가 제공하는 모든 편의시설이 모여있는 본관 역할을 한다. 체크인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투숙객들은 모두 한 번씩 스카이포트에 발을 디딜 수밖에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스카이포트의 외관은 투숙객과 방문객들이 만나는 포트앤포트의 얼굴이고 포트앤포트를 기억하게 되는 이미지가 된다.



스카이포트의 외관은 콘크리트로 그려진 선이기도 하고 면이기도 하다. 건물을 감싸듯 이어지고 있는 콘크리트의 굵직한 선은 투숙객을 안내하는 주차장의 담장부터 시작해 건물의 1층과 연결되고, 스카이포트 건물의 층과 층을 감싸며 상승한다. 땅과 연결되어 있는 강렬한 선들은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역할을 하는데, 선을 따라 눈을 움직이다 보면 결국 스카이포트에 도착하고 스카이포트의 외관을 훑으며 감상하게 한다. 또한 층과 층 사이, 수평의 선 사이로는 ㄷ 혹은 ㅁ 모양의 패턴들이 돌출되어 있는데, 이는 객실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기대하게 하기도 한다. 도심의 건물들에서 볼 수 있는 창문과 벽의 반복과는 다르게, 스카이포트에서는 각 객실에서 창밖으로 빼꼼 내밀어지는 발코니를 적극 활용하여 독창적인 콘크리트 패턴을 그려냈다. 




스카이포트의 최상층에 오르면 여수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인피니트풀이 자리한다. 포트앤포트에서 인피니트풀을 앉힌 위치가 건축적으로 조금 특이한데, 건축가는 포트앤포트가 자리 잡은 땅의 형상을 영리하고 전략적으로 이용했다. 



일반적으로 수영장은 그 안에 담기는 물의 무게로 인해 건물에 큰 구조적 부담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까지 지어진 일반적인 수영장들은 하중을 처리하기 쉬운 지하에 위치하곤 했다. 그러나 수면의 끝이 보이지 않는 수영장인 인피니트풀이 유행을 하며 새로 지어지는 수영장을 옥상으로 배치하여 설계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런 배치는 건물이 부담해야 하는 하중이 커져 일반적인 건물보다 더 크고 튼튼한 구조를 구축해야만 한다.



그러나 무거운 수영장을 건물에서 똑 떼내어 옆 언덕에 올리면 어떨까. 건물이 팔을 뻗어 옆 언덕에 살포시 걸쳐놓은 것처럼 스카이포트 건물은 인피니트 풀을 언덕 위로 올리고 하중을 덜어내어 효율적인 구조로 설계될 수 있었다. 상층부에서 좌우로 훌쩍 길어진 건물은 마치 산 위에 올라탄 노아의 방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카이포트 상층부에서 레스토랑과 인피니티풀, 그리고 반대편에 있는 거대한 스크린은 수영뿐 아니라 공연이나 파티 등의 다양한 이벤트를 가능하게 한다.





깊숙한 골짜기 속 하이엔드빌라



언덕 위 눈에 띄게 높은 건물인 스카이포트와 대비되게, 다른 두 개의 동은 좀처럼 그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 하이엔드빌라는 스카이포트의 1층보다도 훨씬 아래쪽에 위치한다. 차를 다시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가거나, 아니면 스카이포트 뒤편의 통로를 통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별도의 동선으로 이어진다.



보물상자를 땅 속 깊이 묻으면 이런 느낌일까. 절벽 끝에 마을을 만들어 낸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단단한 콘크리트 박스들은 어슷하게 쌓이고 뭉쳐 3개 층의 건물을 만들어 낸다. 객실로 출입하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며 보이는 묵직한 콘크리트의 벽들은 액자와 같은 역할을 하며, 여수 시내와 바다의 모습을 콘크리트 벽 사이로 그림처럼 보여준다. 하이엔드빌라는 언뜻 땅 속 깊이 묻힌 것처럼 보이지만, 내리막의 산자락을 이용하여 건축을 하였기 때문에 3개 층을 모두 내려가도 한쪽 면이 통으로 바다를 향해 활짝 열려 있다.



하이엔드빌라의 객실들은 모두 높은 층고를 사용하여 객실 내에서 다양한 높이로 공간을 구분 짓는다. 하이엔드빌라의 한 객실에서는 침실과 거실을 분리하기 위해 반 층 정도의 높이를 다르게 만들었고, 하이엔드의 또 다른 객실에서는 주방과 거실을 구분 짓기 위해 높이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다양한 높이를 가진 객실은 벽 없이도 영역을 구분 짓고, 넓은 면적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스카이포트에서 실내에 자리하고 있던 욕조가 하이엔드빌라의 넓은 테라스에는 외부의 테라스에 설치되었다. 반신욕 정도가 가능한 사이즈가 아니라, 길이 5.3M의 스위밍스파는 가히 작은 수영장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산자락 아래로 여수의 도심 풍경과 바다를 모두 내려다볼 수 있는 외부 스위밍스파에선 가족이나 연인 혹은 친구와 함께 한가롭고 여유로운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바다와 영화를 함께 바라보는 마리스


스카이포트 정면 주차장 옆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땅 속으로 내려가는 것 같은 외부 계단들이 있다. 숨겨져 있는 건물, 마리스로 통하는 입구다. 계단을 한 개 층 정도 내려가면 출입문이 나오고, 출입문을 나오면 아담한 테라스로 진입하게 된다.


복층 구조로 이루어진 마리스의 객실들은 위층에 침실, 아래층에 거실과 주방 그리고 화장실을 두었다. 하이엔드빌라와 마찬가지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지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출입문을 열고 먼저 투숙객을 반기는 것은 푸릇푸릇한 돌산도의 풍경이다. 복층의 객실은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테라스를 가지고 있고, 마리스 객실들이 가지는 두 개 층의 테라스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상부 층에서는 객실로 진입하기 전 투숙객을 환영하는 마당과 같은 역할을 하고, 하부 층에서는 테라스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며 머물 수 있는 정원이 된다.


활짝 열려 있던 하이엔드빌라의 테라스와는 다르게, 마리스의 거실과 연결된 테라스는 아늑한 느낌이 더 강하다. 중간에 구멍이 뚫려 있는 벽돌로 난간을 대신했고, 테라스 중간에는 콘크리트 벽을 삐쭉 높게 쌓아뒀다. 처음엔 풍경을 가리는 콘크리트 벽이 의아했지만, 저녁이 되어 벽의 용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마리스의 천장에는 빔프로젝터가 설치되어 있어 유리창 너머로 TV와 연결된 빔이 쏘아지고, 스위밍스파 앞 콘크리트 벽은 스크린이 되어 아늑한 테라스는 그 자체로 우리들만의 작은 영화관이 된다. 저녁을 먹으며 혹은 커다란 스위밍스파에 몸을 뉘이고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여수의 풍경을 내려다보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여수에서의 온전한 하루를 지켜주는 곳



중세시대 요새는 전쟁 시 적군을 막기 위해 높은 산 위에 자리 잡았고, 적의 진입을 막기 위해 높은 벽을 쌓았다. 높은 성벽 위에서 손쉽게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며, 요새는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충지로서 활용되었다. 포트앤포트는 마치 현대에 등장한 콘크리트 요새처럼 여수의 풍경을 한눈에 감상하게 하며, 도심에서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소음과 공해에서 한 발자국 멀리 떨어져 여수에서의 여유롭고 평온한 하루를 온전히 지켜준다. 이에 더해 포트앤포트가 제공하는 다양한 구조와 풍경, 그리고 여러 명이 함께 묵을 수 있는 넓은 객실은 여수를 여행할 때 머물 수 있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요청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최종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e2.do/IGKqZ8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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