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본관
서강대 가을 산책을 하다 범상치 않은 건물을 만났다. 오랜 세월을 맞긴 했지만 정갈하게 붙은 웜톤 타일 매칭이라던지, 보기 드물게 귀여운 하늘색 창호가 나뉜 모양이라던지, 슬라브를 뚫고 나온 알약 형태의 기둥이라던지. 하나의 요소만 그렇다면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여기저기서 시간을 오래 들여야 하는 귀여운 요소들이 모이면 그것은 의도가 아닐 리 없다.
아니나 다를까 서강대 본관 건물은 김중업 선생님 작품이다. 초기 작품 중에서도 보존이 잘 된 대표적 작품이라고 하는데, 선생님 스스로는 이렇게 평가했다.
“아직 르 코르뷔지에의 체취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의 영향에서 한시바삐 벗어나 혼자의 힘으로 걷고 싶어 하던 처절한 시절이었다. 구석구석에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언어가 두서없이 엿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리라”
르 코르뷔지에의 색깔이 남아있던 덕분에 서강대 본관을 지나면서 문득 유럽 어딘가를 거니는 느낌을 받았다. 끈질기게 지키고자 했던 작은 디테일들이 아주 귀엽게 느껴졌다. 우리도 자주 무언가를 지키고자 하니까.
사진이 전부 본관은 아닌데, 전반적으로 서강대에 좋은 건물들이 많다. 이는 서강대에 건축학과가 없어 건축가를 모두 외부에서 섭외해야 했기 때문일까 잠깐 의문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