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선배가 좀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요했던 거 같다.
"저는 선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옥토제너리언이란 말이 있잖아요! 어쩌면 우리는 더 오랫동안 일하게 될지도 모르고, 그간 성실히 최선을 다해 오신 일들이 아무것도 아니진 않다고 생각해요!"
"선배의 경험에 디지털 기술이 더해지면 저는 정말 놀라운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랬어요"
담담히 내 의도를 전했지만, 사실 나도 서운했다..
선배에게는 내 진심이 전달되지 않은 듯 선배는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한참 후, 어색한 침묵을 깨고 선배가 말했다.
"사실 네가 제안한 사이트도 들어가 보고 봤는데, 도무지 사람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
"도대체 어떻게 가입해야 하는지, 그리고 확장은 뭘 깔라는 건지... 점점 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네가 말하는 LLM의 작동 원리도 뭔 소리인지 모르겠고, 네가 끊임없이 공유하는 자료도 기초가 없으니 이해하기 어렵고... 그걸 보면서 오히려 자괴감이 들더라고..."
"솔직히 가입자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것까지 모른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너는 원래 그런 걸 잘하는 사람이지만 사람마다 달라"
어! . 아!
선배는 그동안 내가 제안한 일들을 조용히 시도해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 첫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나는 그런 선배에게 왜 시도도 안 해보냐고...... 의도치 않았지만 정신적 폭력(?)을 행하고 있었는지도...
의도가 선했다고 해도 역지사지가 충분히 안되었기에 오히려 상대를 좌절만 시켰었나 보다.
그 선배의 말을 들으며, 전업주부이던 친구들에게도 유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불안하게 하려던 것이 아닌데.. 그저 내가 해 보니 좋아서 제안한 건데..
좋은 것도 상대의 입장에서 배려하면서 이야기해야 했었다.
"Opportunity is often intimating!'
가끔 기회는 매우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Digimposter (Digital + Imposter)
가면증후군을 나타내는 '임포스터 신드롬(Imposter Syndrom)'이란 말을 들어보았는가?
과연 내가 이 기회를 잡을 깜냥이 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고,
종국에는 모두가 내가 임포스터(Imposter), 즉 ‘사기꾼’인 것을 주변 사람들이 알고 실망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
즉 어렵게 찾아온 기회가 위협적이라고 느끼며 기회를 잡지 않는 현상이다. 사람들이 자기를 좋게 봐도 과도한 평가라고 생각하고, 그런 좋은 평가가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심지어는 내가 사람들을 속였다고 느끼는 현상이다.
나도 임포스터 신드롬으로 오랜 기간 괴로워했고, 지금도 완전하게 벗어났다고 말할 순 없다.
젊은 친구들이 이 신드롬에 빠져 미리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을 볼 때는 더욱 안타까웠고 서글프기까지 했다.
사실, 수많은 여성동료들이 '내 안의 잠재력을 믿지 못하는 임포스터 신드롬'으로 스스로에 대한 한계를 지으며 괴로워하는 것을 본다.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조직이라는 위계질서가 강한 곳에서 무리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잘 이어나가는 여성 사례가 여전히 적었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 보통 이 신드롬은 가족 내 고등교육을 첫 번째로 받은 사람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 즉, 내 앞에 성공사례가 극히 적은데 내가 잘 된 경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고 늘 내 부족함이 탄로 나지 않았기에 누리는 거짓말 같은 상황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문제는 이 신드롬이 아무리 남이 '너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위로하고 증명해 줘도 결국, 스스로 극복하지 않으면 치유되기 어려운 불치병 같은 것이란 것이다.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선배도 마친가지 상황이 아니었을까?
디지털 세계에 빠르게 적응하는 젊은 세대처럼 디지털 기술을 잘 수용하고 있는 또래의 동료들 사례가 너무 적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문송한-문과라서 죄송한- 선배 입장에서는 시도하기도 전에 내가 어떻게 하냐.. 란 생각을 했을지도)
선배는 시도를 멈추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Step-by-step 과정을 알려주지 않고 젊은 세대처럼 무조건 해 보라는 내 말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를 더 한계 짓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또, 자신의 멋진 나날을 기억하는 후배에게 '실망을 주면 어쩌나'란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당신은 이미 충분한 경험과 자격, 능력을 가진 슈퍼 컴퓨터!
Digimposter에 빠져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충분한 자격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배가
알고 보면 쉬운 '디지털 테크'가 주는 위압감에 눌려 시도도 안 해보고 멈추길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선배와 같이 이미 많은 경험을 쌓으신 많은 분들이 이미 각자가 슈퍼컴퓨터임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진짜 진짜 왕초보' 자료를 모아서 공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