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오묘한 조화/ 토스카

by 최자현


<토스카>: 18시간의 비극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는 세계 10대 오페라에 늘 손꼽히는 드라마틱한 걸작입니다. 평온하게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던 두 남녀가 불과 18시간 만에 비극적인 파멸을 맞이하는 충격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과연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들에게 어떠한 운명의 파도가 몰아쳤던 것일까요?


비극의 서막: 탈옥


1800년 6월 17일, 이탈리아 로마의 중심가에 위치한 성안젤로 성(Castel Sant'Angelo)의 감옥에서 한 남자가 탈옥합니다. 그의 이름은 체사레 안젤로티( Cesare Angelotti). 그는 1798년 나폴레옹의 침공으로 수립되었던 '로마 공화국'의 7인 집정관 중 한 명이었습니다. 당시 나폴레옹은 교황 비오 6세를 포로로 압송하며 수백 년 이어진 왕정을 무너뜨리고 프랑스혁명의 이상을 이탈리아에도 전파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1년 뒤인 1799년, 나폴리 왕국과 오스트리아 연합군의 반격으로 프랑스군이 퇴각하면서 공화국은 허망하게 막을 내립니다. 이 급격한 정세 변화 속에서 안젤로티를 비롯한 공화정의 주역들은 하루아침에 정치범이 되어 차가운 감옥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1800년 6월 나폴레옹은 다시 전열을 정비하여 이탈리아를 파죽지세로 침공하고 있었습니다. 로마 교황령의 왕당파들은 군대를 조직하여 마렝고 평원에서 나폴레옹 군과 맞서서 중요한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왕당파들은 불안감에 떨고, 지도자들의 대다수가 감옥에 갇힌 공화파들은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의 침공이 초래한 양 진영의 팽팽한 대립과 그에 따라 긴장감이 한껏 고조되어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바로 그 시점에서 로마공화국의 집정관의 한 명이었던 안젤로티가 탈옥한 것입니다. 이 탈옥은 과연 어떤 일들을 불러일으켜서 토스카와 그의 연인 카바라도시에게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것일까요?


안젤로티가 은밀히 향한 곳은 산탄드레아 델라 발레( Sant’Andrea della Valle ) 성당이었습니다. 그의 동생인 아타반티 백작부인(Marchesa Attavanti)은 간수를 매수하여 오빠인 안젤로티를 탈옥시켜서, 일단 그녀의 가문이 후원하고 있는 성당에 몸을 숨기게 한 후에, 피신시킬 생각이었습니다. 안젤로티는 동생이 알려준 대로 성당에 잠입하여 그녀의 전용 기도실 열쇠를 찾아 기도실에 몸을 숨깁니다.


오묘한 조화 (Recondita armonia)


그때 성당 관리인(수위)과 화가 카바라도시(Cavaradossi)가 연이어 성당에 들어옵니다. 카바라도시는 성당의 의뢰를 받고 막달라 마리아의 초상을 그리는 중이었습니다. 카바라도시는 성당에서 마주친 아타반티 백작부인의 미모에서 영감을 얻어서, 그녀의 모습으로 막달레나 마리아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 속의 여인 아타반티 백작부인 마르케사는 백옥같이 흰 피부에 푸른 눈을 가진 금발의 미인입니다. 카바라도시의 연인 토스카는 짙은 색의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미인으로 인기 절정의 오페라 가수였습니다. 카바라도시는 그림을 그리며 연인 토스카와 그림 속의 여인 마르케사를 비교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열정적이고 단순하고 직선적인 품 안의 여인 토스카, 이지적이고 차분하고 손 닿지 않는 곳에 있어 신비롭게도 느껴지는 또 다른 매력의 마르케사. 두 여인에 대해서 카바라도시는 품 안의 여인은 사랑의 대상이고, 손 닿지 않는 다른 여인은 예술가의 심미안의 경모의 대상일 뿐이라고 애써 분류하며 자신의 마음속의 두 여인의 존재가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노래합니다.


그러면서 카바라도시는 오직 자신의 사랑은 토스카뿐이라고 거듭해서 강조하는데 이는 다른 여인에게로도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며 예술가의 미적 관심일 뿐이라고 애써서 포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인공을 정형화된 고전적인 지고지순의 인물로 묘사하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로 묘사하고 있는 점이 이 오페라에 대한 공감과 몰입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È bruna Floria, l'ardente amante mia.

E te, beltade ignota, cinta di chiome bionde!

Tu azzurro hai l'occhio,

Tosca ha l'occhio nero!

L'arte nel suo mistero,

le diverse bellezze insiem confonde...

Ma nel ritrar costei,

il mio solo pensiero,

ah! il mio sol pensier sei tu,

Tosca, sei tu!


열정적인 나의 연인, 플로리아(토스카)는 짙은 색 머리를 가졌고,

그리고 그대, 이름 모를 미인이여, 당신은 금발이구나!

당신은 푸른 눈을 가졌고,

(나의) 토스카는 검은 눈을 가졌지!

예술의 그 신비로움 속에서,

서로 다른 아름다움이 하나로 어우러지네......

하지만 내가 이 그녀를 (화폭에) 그리는 동안에도

내 머릿속의 여인은

아! 유일한 나의 사랑은 바로 당신뿐이라오,

토스카, 바로 당신이라오!


이 곡은 테너의 가장 매력적인 중고음역대를 극대화하는 명곡입니다. 예술의 신비 속에서 서로 다른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다며 능청스럽게 남성적 본능을 포장하는 가사가 흥미롭습니다. 또한, 곧 닥쳐올 거대한 비극의 소용돌이를 모른 채 폭풍 전야에 한가로이 노래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깊은 애틋함을 불러일으키며 비극성을 더욱 고조시킵니다.


노래 부르는 카라바도시 옆에서 구시렁거리는 사람은 성당 관리인입니다. 신앙심 깊은 그는 세속의 미녀를 성화의 모델로 삼고 있는 자유분방한 카바라도시를 혼자 구시렁거리며 비난합니다. 보수적인 신앙인이었던 그는 카바라도시의 행위가 성인 마리아에 대한 신성모독이라고 느꼈던 것입니다. 제멋대로 노래하는 자유로운 예술가 카바라도시와 그를 비난하는 성당지기의 대비는, 장차 극을 이끌어갈 공화파와 왕당파의 대립을 암시하는 전초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묘한 조화 (Recondita armonia)를 테너 Jonathan Tetelman의 음성으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노래 중에 옆에서 구시렁거리는 사람은 성당 지기(베이스 Davide Giangregorio)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03. 축배의 노래/ 라 트라비아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