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신이 가장 많이 나오는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혹시 아세요? 이 영화에는 무려 191회의 키스신이 나옵니다. 혹시 성인물이냐고요? 아닙니다. 바로 무성영화 <돈 주앙(1926)>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고, 여인의 손등에 살짝 입술을 대는 정도의 가벼운 인사까지 모두 포함된 숫자입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진짜' 키스신과는 거리가 좀 멀지요. 그렇다면 진정한 최다 키스의 승자는 어떤 영화일까요? 바로 1988년작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 천국>입니다.
로마의 유명 영화감독 살바토레(토토)는 고향인 시실리의 작은 마을을 떠나서 근 30년간 고향을 찾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밤늦게 귀가한 그는 고향의 알프레도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래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과 젊은 날의 추억에 잠깁니다.
홀어머니와 살던 어린 토토는 마을의 극장 Cinema Paradiso의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친해져서 그를 아버지처럼 따르며 매일 영화관을 드나들며 자라납니다. 후에 영화관에서 불이 나서 알프레도가 실명을 하게 되자 어린 토토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영사기를 돌릴 수 있는 사람이었던 터라 졸지에 영사기사가 되죠.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보며 자랐고 조금 어린 나이에 뜻하지 않게 영사기사가 되어 영화를 보는 것이 직업이 된 토토의 꿈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죠. 이 꿈은 토토의 정신적인 아버지인 알프레도의 꿈이 되기도 합니다.
청년이 된 토토는 사랑에 빠집니다. 부유한 은행가의 딸 엘레나와 깊이 사랑하게 된 토토...... 하지만 그녀의 집에서는 가난뱅이 영사기사 토토와의 교제를 용납하지 못하죠. 두 사람의 교제를 막아서던 끝에 결국 그녀의 집은 멀리 이사 가버립니다. 이별의 상처에 아파하던 토토는 엘레나에게 편지를 쓰지만 수취인불명의 편지로 되돌아오고 맙니다.
군복무 후에 마을로 돌아온 토토는,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 작은 마을을 영원히 떠나서 뒤를 돌아보지 말고 큰 세상으로 나가라는 알프레도의 고언을 받아들여서 고향을 떠납니다. 결국은 유명한 영화감독이 되었죠.
30년 만에 고향에 돌아가 알프레도의 장례식에 참석한 토토는 알프레도의 부인이 전해준 알프레도의 유물을 하나 받아옵니다. 그것은 한 편의 영화 릴이었죠. 로마의 영사실에서 돌려본 알프레도 판 유작 영화(?)에는 끊임없이 키스 신이 이어집니다. 그것을 보며 토토는 깊은 감회에 사로잡힙니다.
알프레도가 아직 젊고 토토가 아주 어렸을 적에 마을에서 개봉하는 모든 영화는 마을의 신부님께서 미리 관람을 하셨죠. 신부님의 손에 들린 작은 종 소리는 곧 '상영금지'의 신호였습니다. 조금이라도 애틋한 기류가 흐르면 어김없이 종소리가 울려 퍼졌고, 알프레도는 그 아쉬운 장면들을 가위로 잘라내야만 했지요. 알프레도는 신부님 검열에 걸린 삭제 장면들만을 모아서 한 편의 릴을 만들어 두었던 것입니다. 제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은 키스신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무려 41회의 키스신이 나오고 또 본 영화에서 토토와 엘레나의 키스신도 5-6회 추가되지요.
영화를 사랑하던 영사기사 알프레도에게는 검열에 의해서 잘려나간 장면 장면들이 모두 소중하였을 것입니다. 그것들은 검열이라는 서슬 퍼런 칼날 아래서도 끝내 지켜내고 싶었던, 인간이 가진 가장 순수한 사랑의 모습들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다 보니 한 릴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 장면들을 돌려 보던 중년의 토토가 흘린 눈물은 단순히 옛 추억에 대한 향수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을 큰 세상으로 떠나보내며 모질게 굴었던 정신적 아버지 알프레도가, 사실은 가장 뜨겁고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을 소중히 모아 자신을 기다려왔다는 그 '깊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연대'를 확인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영화는 토토와 엘레나와의 애틋한 사랑과 가슴 아픈 이별을 정말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또 마을 영화관에서 순진한 시골 마을 사람들의 영화에 몰입해서 울고 웃는 장면, 그리고 신부님의 검열에 걸려 느닷없이 삭제된 장면에서 안타까워하는 탄식하는 모습 등도 웃음을 자아냅니다. 토토가 알프레도가 남긴 릴을 돌려볼 때 흐르던 이 영화의 주제음악은 영화음악의 대부 엔리오 모리코네와 그의 아들 안드레아 모리코네가 만들었습니다.
영화관의 불이 꺼지고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그리워지는 시대입니다. 거대한 스크린 위로 쏟아지던 그 41번의 키스신은,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추억 속의 '낭만'의 편린들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