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빠삐용(1973)

by 최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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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로 나비를 뜻하는 "빠삐용(Papillon)"은 이 영화의 주인공의 별명입니다. 가슴에 나비 문신이 있어서 갖게 된 별명이죠. 그의 본명은 앙리 샤리에르(스티브 맥퀸)였습니다. 그는 전과가 있는 금고털이범이었는데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포주를 죽인 누명으로 기소되어 종신형을 선고받고 남미 대륙의 북동부에 있는 프랑스령 가이아나의 악명 높은 교도소로 보내집니다. 그곳에서 그는 위조지폐범 드가(더스틴 호프만)와 만나 마음으로 의지하는 친구가 됩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평생을 감옥에서 살다가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빠삐용은 끝없이 탈출을 시도합니다. 그의 탈옥은 번번이 실패하여 탈옥에 대한 처벌로 5년을 독방에서 지내기도 합니다. 당국에서는 지칠줄 모르는 탈주범 빠삐용을 결국에는 "악마의 섬"이란 무인도로 보내게 됩니다. 그 섬은 사방이 깍아지른 절벽이고 상어가 득실거리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아무도 탈옥한 적이 없는 곳이었죠.


섬에 도착해 보니 그곳에 드가가 먼저 수용되어 있었습니다. 절해고도의 감옥에서 드가는 더이상의 탈옥을 포기하고 체념한 듯 합니다.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있지만 두 사람만의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섬에서의 생활에 만족하는 듯 그는 평안하게 살아갑니다. 하지만 수감 생활 전부를 자유에 대한 갈망에 "탈옥의 화신"으로 살아왔던 빠삐용은 그곳에서도 탈옥할 길을 찾기에 골몰합니다.


그는 섬에 있는 코코넛 나무의 열매 여러 개를 자루에 넣어 엮으면 붙잡고 헤엄칠 수 있는 즉석뗏목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환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험적으로 만들어 절벽에서 바다에 던져본 코코넛 더미는 번번이 바다 가운데로 떠내려가지 못하고 거친 파도에 밀려 섬으로 떠내려와서 절벽에 부딪혀 부서지고 맙니다. 자유를 갈망하는 그의 탈옥에의 꿈도 그와 더불어 산산이 부서지고 맙니다.


실의에 잠겨 살던 그는 어느날, 한 가지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해류를 따라 섬으로 밀려오는 파도는 불규칙적으로 밀려오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밀려온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일곱 번째 밀려오는 큰 파도는 밀려 가면서 부유물을 바다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는 환희에 잠긴 두 사람은 서둘러 코코넛 열매를 모아서 탈출을 준비합니다. 이윽고 넘실거리는 파도를 내려다 보며 두 사람은 깍아지른 절벽에 나란히 섭니다. 하지만 드가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탈옥에 나서고 싶지 않아서 마지막 순간에 포기하고 말죠. 그는 자신만의 제한된 자유를 만끽하며 섬에서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합니다.


드가와의 마지막 슬픈 포옹 끝에 빠삐용은 코코넛 열매 더미를 내려 던지고 절벽에서 뛰어 내립니다. 육지에 도달할 때까지 자신이 의지해야 할 구명정이 되어줄 코코넛 더미를 향하여 파도를 헤치며 헤엄쳐 가는 빠삐용을 드가는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드가의 슬픈 표정이 클로즈업되는 가운데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 영화의 주제곡이 흐르죠.


빠삐용은 결국 악마의 섬을 탈출하는데 성공하여 베네수엘라에 정착하여 죽는 날까지 자유인으로 살았습니다. 억울한 누명에 의해 옥에 갇힌 빠삐용의 자유를 향한 끝없는 갈구와 지칠줄 모르는 탈옥의 인생 역정은 부조리에 대한 끝없는 저항의 한 표상이었습니다.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이 영화는 한 억울한 재소자의 탈옥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환경과 교육과 경험에 의해서 설치된 눈에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서 안전하고 평안하다고 믿으며 평생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코코넛 더미를 향해 헤엄치던 빠삐용과 그를 바라보다가 뒤돌아 서서 힘없이 다리를 절둑거리며 걸어가는 드가의 뒷모습을 클로즈업 하여 보여 주지요. 우리들에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익숙한가요?


영화에서 빠삐용의 악몽 속의 재판 장면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습니다.


재판관: 네 죄를 알렸다?
빠삐용: 나는 결백하오. 나는 그녀를 죽이지 않았소.

당신들은 어떤 증거도 없이 내게 죄를 덮어씌우고 있소.
재판관: 그건 대체로 맞는 말이야. 하지만 진정한 너의 죄는

그녀의 죽음과는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지.
빠삐용: 그렇다면, 내 죄란 무엇이오?

재판관: 너는 인간이 지을 수 있는 죄 중에서 가장 심각한 죄를 지었다.

너는 네 인생을 허비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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