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배 Nov 24. 2021

전역하고 할 일.txt

기회는 준비된 자가 잡는다

워낙 일 벌이기를 좋아하는 성격인지라 마음에서 열망이 자라날 때 앞뒤 가리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성격이다. 그러나 군대는 그럴 수 없는 곳이다.


"탄력을 받아야 할 시기에 계속해서 꺾이면 안쪽의 무언가가 소멸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내 마음속에 너무 많은 것들이 흔적도 없이 소멸해버렸다. 하지만 이제 곧 사회다. 소멸하지 않고 남은 열망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


ENFJ의 전역 후 계획

내 MBTI는 ENFJ. 정의로운 사회운동가다. MBTI가 과학적이라기보다는 나를 바라보는 나에 가깝다는데, 나는 내 MBTI가 마음에 든다. 외향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이고 감성적이면서 계획적인. 지금 짜놓은 내 플랜에 딱 들어맞아 보인다.


지금은 스타트업에서 데이터 시각화 대시보드 디자인 프로젝트 하나를 받았고, 시각화 커뮤니티에서 스터디장을 맡아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았다. 학교에서는 데이터 기반 사회과학연구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다.


인공지능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놓았고, 영상 아이디어들을 모으고 있다. 인공지능 매거진 제작을 위해 독립출판 경험이 있는 친구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매거진을 준비하면서 어느 정도 가닥이 나오면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할 예정이다.


내년 1월부터는 입대 전 몸 담았던 빅데이터 동아리에 돌아가 스터디를 열 것이다. 추천시스템 스터디를 올해 2월부터 준비했다. 비즈니스 레벨에서 이용되는 추천시스템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추천시스템이 반영된 웹페이지도 계획 중이다.


이제 미국 입시도 준비해야 한다. (아마도) 토플을 봐야 하고, 원서를 내고 비자를 받아야 한다. 그다음에 미국 집을 알아보고 비행기 표도 준비해야 한다.


힘들게 살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할 것이다. ~해야 한다. 참 할 일도 많다. 지금까지 너무 웅크리고 있었다. 안으로 굽었던 것들을 이제 펼치려고 하니 후드득 떨어져 버릴 것 같다.


재수를 마치고 대학생활을 시작했던 새내기 시절, 나는 너무 많은 일들을 동시에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감당할 수 없는 일들에 묻혀 무기력감을 느낀 적도 있다. 그러나 2학년이 되어서도 그렇게 살았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편히 놀지 않았다.


그때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은데, 사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 주어진 많은 기회들을 잡은 것이다. 군대를 미루면서까지 공부했던 데이터 시각화와 딥러닝이 지금 주어진 또는 만들어낸 기회의 대부분이다. 열심히 사는 만큼 고되지만 지나고 나면 그렇게 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같은 후회를 남기기보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할 만큼 열심히 사는 게 훨씬 생산적이다.


이제 전역까지 일주일 정도 남았다. 전역이 다가올수록 그토록 가고 싶던 사회가 부담스러워진다. 부대에서는 주어진 일을 잘 해내면 됐지만 이제는 내가 내 일을 챙겨야 한다. 그래도 스스로를 격려해야 한다. 이제 다시 달려야 한다. 멀리 나가야 한다. 기쁜 마음으로, 세상 밖으로!

작가의 이전글 돈을 벌어야 한다, 일하지 않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