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 아빠

"저 선생님은 왜 이렇게 불친절하신가요?"

by 블레스파파

나는 8살 배기 딸아이를 둔 속칭 "딸바보 아빠"이다.

딸바보라 함은, 딸아이의 머리를 최소 10가지는 땋을 수도 묶을 수도 있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아니면, 딸아이를 위해 캠핑장에 텐트를 멋지게 칠 수 있어야 하고, 딸이 원하는 무엇이든 뚝딱뚝딱 만들 줄도 알아야 한다. 뭐 음식도 훌륭히 해내면 좋은 거고, 딸에게 화를 내지도, 딸에게 큰소리조차도 내지 않는 아주 온순하고 딸아이의 비위를 잘 맞출 수 있는 아빠를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이 중에서 해당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일단 머리는 한 머리로 "질끈" 묶는 것이 다이고(그것조차 중앙에 맞춰서 묶지도 못한다), 텐트를 쳐본 건 군대에서나 쳐봤으려나.. 요리하는 건 나름 좋아하지만 아이의 입맛이라기 보단.. 어른의 입맛으로 공략하고, 화도 자주내고 큰소리도 자주 친다. 이런 의미로써 나는 딸바보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왜 주변 지인들, 사람들에게 딸바보라는 소리를 듣는 걸까..?

나는 우리 딸에 관련된 그 어떤 거에도 눈물이 난다. 아마 내가 연기자였다면 나는 최고의 눈물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배우가 되었을 것이다. 그냥 우리 딸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나고, 방송에서 우리 딸아이와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들이 나와서 아빠, 엄마랑 놀고 이야기하고 하는 것들만 봐도 그렇게 코끝이 시큰시큰하다.

어떠한 것도 멋지게 해내지 못하는 아빠일 순 있지만, 우리 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어떤 것들을 하면 좋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건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사람들은 내가 아이를 참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지만.. 나는 아이들을 참 싫어했다. 관심이 없던 것이 아니라 싫어했던 거다. 소리를 지르는 게 너무 시끄럽다고 느꼈고, 말을 안 듣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도 너무 싫었고,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마구마구 돌아다니는 모습에 진저리가 쳐질 정도로 싫어했었다. 그런 내가 어떻게 지금의 "딸바보"의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 걸 보면 다들 신기해할 따름이다. 병원에서 일할 때 치료실 커튼을 무자비하게 열며 돌아다니는 아이를 향해 소리를 친 적이 있었다. 그 아이의 엄마는 우리 병원에 컴플레인을 했고 나는 병원장님께 한소리를 듣고 더 아이가 싫어졌다. 공공장소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가르치지 못한 본인이 부끄러워하고, 민망해야 하며, 그들이 사과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더 괘씸하고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아이가 있는 부모님들은 나에게서 진료받기를 꺼려했고, 심지어 콕! 찍어서 싫다고 했고 예약을 하지 않은 일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그게 더 편했고, 그렇게 선택을 해준 그들이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