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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꿀차

컬러 퍼플

앨리스 워커

by 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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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스필버스가 영화화했다는데 영화도 궁금하다.

미국 남부 흑인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그리고 있다.

1인칭 시점이라 그 고통이 더욱 생생하게 묘사되는데, 정말 약자의 이야기는 당사자가 쓰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흑인으로서 백인에게, 여성으로서 남성에게, 이중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흑인도, 여성도 아닌 오로지 흑인 여성이기 때문이다.

본문
자꾸 신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하는데, 자기는 신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잖아? 교회에 간다거나, 성가대에서 노래한다거나, 목사에게 밥을 해주는 일 같은 거 말이야.
하지만 신의 사랑을 받으면, 셀리,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전혀 없어. 그러니까 내가 원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들 가운데 신이 좋아하는 것도 많아.
어떤 거? 내가 물었어.
그녀가 말했어. 느긋하게 앉아서 온갖 사물에 감탄하는 거. 행복한 거. 재미있게 노는 거.
그것도 신성모독 같은데.
그녀가 말했어. 셀리, 솔직히 교회에서 신을 발견한 적이 있어? 난 없어. 신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사람들만 봤지. 내가 교회에서 느낀 신은 내가 품고 간 신이야. 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일 거야. 사람들이 교회에 가는 건 신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을 나누기 위해서야.
내가 믿는 건 이런 거야. 슈그가 말했어. 신은 내 안에 있고, 세상 모든 사람 안에 있다는 거. 우리는 신과 함께 세상에 왔어. 하지만 자기 안에서 신을 찾으려는 사람만 발견할 수 있지. 그건 가끔 우리가 바라보지 않거나 무얼 찾는지 모를 때 그냥 나타나기도 해.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런 일을 겪어. 슬프거나. 지독하게 괴로울 때.
그거? 내가 물었어.
그래, 그거. 신은 남자도 여자도 아니니까 '그거'라고 해야지.
그러면 그건 어떻게 생겼어? 내가 물었어.
그건 생김새랄 게 없어. 그녀가 말했어. 영화 같은 게 아니야. 그런 너를 포함한 세상 만물과 떼어놓고 볼 수 있는 게 아니야. 나는 신이 세상 만물이라고 생각해. 슈그가 말했어. 현재와 과거와 미래에 있는 모든 것. 네가 그걸 느끼고 그 느낌에 만족한다면 그걸 찾은 거야.
내가 나이든 백인 남자에게서 벗어나 가장 먼저 본 것은 나무야. 그다음은 공기. 그다음은 새. 그다음은 다른 사람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조용히 앉아서 엄마 없는 아이 같은 느낌, 그게 사실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에 빠져 있을 때, 그게 나한테 왔어. 내가 세상 만물의 일부라는 느낌, 세상과 따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 나무를 자르면 내 팔에서도 피가 날 것 같았어. 그래서 나는 웃고 울면서 온 집안을 뛰어다녔어. 그게 어떤 건지 알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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