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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꿀차

부끄러움

아니 에르노

by 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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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몇몇 사람에게 나는 "내가 열두 살 무렵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하려 했었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 말을 털어놓고 싶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깊이 빠져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는 모두 입을 굳게 다물었다. 나는 내가 실수를 한 것이고 그들은 이런 것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연히 현실을 추적하는 대신 현실을 생산하고자 하는 옛날 이야기는 꾸며내지 말 것. 추억 속의 이미지를 거론하여 번역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이 이미지를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스스로 속살을 드러내는 자료로 취급할 것. 한마디로 나 자신의 인류학자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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