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본문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잖아!"
"세상에서 외따로 떨어져 사랑하는 두 존재, 그건 아주 아름답지. 하지만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이 세상이 아무리 경멸할 만한 것일지라도 그들에겐 이 세계가 필요해. 서로 대화를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야."
"침묵할 수도 있을 텐데."
"옆자리에 앉은 저 두 사람처럼?" 하고 장마르크가 웃었다.
"아니야, 어떤 사랑도 침묵에 배겨 날 순 없어."
그녀가 혐오하는 것에 그토록 쉽게 적응하는 것이 과연 칭찬할 만한 일일까? 두 얼굴을 갖는 것, 그것이 정말 승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