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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유튜브는 내 집의 배경음이다

0.07인분

by 성구의 인디웨이

아무 소리도 없는 집은 때로 마음을 더 시끄럽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집에 들어오면 습관처럼 TV나 유튜브를 켠다.


뭔가를 집중해서 보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누군가의 목소리가 내 공간 안에서 울리는 게 좋을 뿐이다.


익숙한 진행 멘트, 사람들의 리액션, 웃음소리, 광고, 음악 소리. 그 모든 게 '혼자가 아니다'라는 착각을 만들어준다.


어떤 날은 웃기지도 않은 예능을 틀고, 어떤 날은 브이로그나 여행 영상을 보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개그프로그램을 하루 종일 틀어놓는다.


화면은 보지 않아도 괜찮다. 내 일을 하면서 한 번씩 힐끗힐끗 보면서, 소리를 듣는다. 소리만 있어도 충분하다. 누구의 대사 하나에 나도 같이 웃기도 하고, '여기 나중에 가야지'라고 혼자 생각하기도 하고, 화면 속 사람들의 하루가 공감기도한다.


특히 사람 사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토크쇼나 인터뷰 영상을 좋아한다. 마치 누군가 옆에서 조용히 신나게 자기 얘기를 하는 느낌이라 좋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사람의 가치관과 생각을 알아가는 것 같아 재밌기도 하다.


유튜브는 내 외로움을 완전히 없애주진 않지만, 그걸 조금 덜 또렷하게 만들어준다. 조용한 집조다 조용히 떠드는 집이 좋을 때가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유튜브를 켠 채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청소를 하고, 조금 웃고, 그렇게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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