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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lee Aug 07. 2019

유학에서 유학으로

미국 음대 박사 준비 자료가 너무 없어서 내가 쓴다

작년 여름, 첫 학기를 마치고 정말 뜬금없이 구대륙을 떠나 신대륙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정신없는 1년을 보냈다. 20살 때부터 미국에 가고싶어했지만 학비가 너무 비싸서 감당할 수 없었고, 박사과정부터는 장학금으로 학비와 생활비 충당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물론 아주 유명한 학교에 들어가야하지만...) 심지어 지금 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게되면 3년의 박사과정 중 1년 정도의 생활비만 지원받게 되고, 전공 특성상 어디에 특별히 취직을 할 수도 없기 때문에 5년간 생계를 보장받는 박사과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입시는 정말 어마무시하게 비싸서 5개 정도의 학교만 준비하게 되었고, 2,3학점짜리 수업을 학기당 열댓개씩 들으며 박사 입시를 준비하는데는 계획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서 그 과정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일단 교수님과 선생님들께 미국 박사입시를 준비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그 과정에서 미국 입시를 준비해본 선생님이 누구인지 파악하게 되었고, 학교 특성도 알 수 있었다. 박사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리서치 핏이기 때문에 학교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이 정보를 토대로 어느 학교에 지원할 지 리스트를 작성하고 알아야할 정보(GRE, TOEFL 요구 조건, 학교 번호, 응시료, 마감일, 요구 서류)를 엑셀파일에 정리했다. 2명 이상의 Faculty 멤버에게 추천서를 받아야하는 학교도 있어서 미리 추천서를 받을 사람들을 섭외했다. 석사를 취득하기 위해 요구하는 조건이 많기 때문에 언제 졸업공연을 하고 논문을 쓰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시험을 칠지, 지원 포털이 열리는 9월 1일을 기준으로 두고 계획을 짰다.


미국 음대 박사 요구 서류(학교마다 차이 있음) :

Statement Of Purpose(지원 동기서)

CV(이력서)

추천서 3장

포트폴리오 3-5작품

TOEFL 90-100점 이상

GRE(최소 점수 없음)

성적표


그러던 중 교수님이 미국을 미리 방문해 학교 분위기도 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해서 학과 석좌교수님들에게 메일을 썼다. 지금 학교도 그런 방식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단 한번의 미팅으로 학교 분위기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아주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고, 박사과정은 컨택을 많이 하기 때문에 한번의 방문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교수님이 포트폴리오나 이력서 없이 메일만 쓰는게 낫다고 얘기하셔서 동선이 맞고 두개의 도시에 체류하며 갈 수 있는 학교 4곳을 골라 메일을 보냈고, 3군데에서 답장을 받아 서부와 동부를 방문하게 되었다. 3월, 단 1달간의 겨울방학동안 2주를 미국에서 보내고 돌아와서는 비자를 연장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컨택이 가능하다면 방문해보는 것은 정말 좋은 준비라고 생각한다.


3곳 중 1곳의 학교에서 3번의 미팅을 했고 7월에 열리는 단기 써머코스에 와서 더 알아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아 학기 중에 일주일간 써머코스도 다녀왔다. 비록 컨택 중인 교수님은 만나지 못했지만 써머코스 중 나라는 사람을 학교에 더 알릴 수 있었고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써머코스가 끝나고 바로 귀국해 일주일을 더 학교에 나가 학기를 마무리했고, 일주일을 끙끙 앓고 일주일을 준비해서 토플을 쳤다. 최소 요구성적은 100점이지만 음대 특성상 포트폴리오가 가장 중요하고, 예상점수 95점이었던 나는 토플보다 포트폴리오에 더 힘을 쏟으라는 교수님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여름학기에 완성하려던 3개의 곡 중 1개만 완성된 상황이고 원래 사용하려고 했던 1개의 곡이 공연에서 만족할만한 퀄리티를 내지 못해 이미 많이 지체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는 97점, 리딩 24 리스닝 25 스피킹 27 라이팅 21을 받아 100점을 넘기지 못했지만 생에 첫 어학시험을 독학으로 일주일 준비한 것을 감안해 시험을 더 치지는 않기로 했다.


시험이 끝나고는 곧장 홈페이지를 마무리했다. 작년 여름에 이미 만들어놓은 것이 있었지만 포트폴리오 사이트로 쓸 수 있게 더 업데이트를 해야했고, 논문을 웹에 업로드 해야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만들어놓기도 해야했다. 웹디자이너로 일 할 때 Duda를 사용했지만 Duda는 Wordpress만큼이나 예쁘게 만드는 게 힘든 포맷이라 Cargo2를 사용했다.(홈페이지 유지 비용은 연간 $99로 Cargo2가 Wordpress의 두배)


홈페이지를 완성하고는 SOP로 넘어갔다. 인터넷에서 박사 SOP 형식을 검색해 자기소개-> 학부전공/ 영향받은 수업 2개-> 석사전공/ 영향받은 수업 2개-> 박사과정을 결심한 이유 -> 박사과정에서 하고싶은 연구-> 장기 목표로 구성을 짰다. 나는 학부에서 전공이 2개였고 석사 전공이 2개, 박사는 또 조금 다른 공부라 이걸 설명해야했다. 하고싶지 않은 이야기도 있었지만 교수가 학생에게 궁금해할만한 이야기, 설명을 해야한다고 느끼는 부분을 다 적어서 아이비리그 박사과정 중인 친오빠에게 검수를 받았다. 이제 다른 선생님, 교수님들에게 보내 더 검수를 받고 원어민 친구에게도 검수를 받을 예정. 나의 경우 박사에 지원하는 전공이 2-3개라 SOP도 3개를 작성해야하는데, 뒷부분의 박사과정에서 하고싶은 연구 부분을 제외하고는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포괄적으로 작성을 했고, 가장 리서치핏이 잘 맞는 학교 하나를 지정해서 작성한 것을 검수 받았다.


여름학기 중에 교수님의 지인인 보스턴 모 대학교 교수님이 2주 정도 학교에 머무르며 작품을 봐주고 지원서를 봐주셔서, 없는 시간을 짜내 CV를 검토받았다. 독일식과 미국식이 다르고, 날짜를 기록하는 방식(독일: 일.월.연/ 미국: 월.일.연/ 한국: 연.월.일)도 다르기 때문에 몇주가 걸려 내용을 엄선하고 포맷을 정리해야했다. 이미 완성한 1곡도 이때 작업해서 피드백을 받았고,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준비해야 미국 입시에서 어필할 수 있을지 정보를 얻었다. 아무래도 대륙을 건너는 일이기 때문에 학교 특성이나 분위기, 지향점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현지인 교수님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냈다.


8월 현재 서류 진행상황 :

Statement Of Purpose(지원 동기서)

CV(이력서)

추천서 3장

포트폴리오 3-5작품

TOEFL 90-100점 이상

GRE(최소 점수 없음)

성적표


9월으로 생각하던 지원 시점은 11월으로 미뤘고, 추천서를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 준비도 끝났다. 이제 SOP, CV, 포트폴리오를 모아 검수 겸 추천서를 받을 예정. 8월 중순이 지나야 학교 오피스가 열리기 때문에, 지난 학기들의 학점을 제출하고(우리학교는 종이에 교수님들의 친필 싸인을 받아 2학기에 한번씩 학점을 제출한다...) 성적표도 그 때 받기로 했다. 이제부터는 GRE 독학을 해서 10월 초에 시험을 치러야하고, GRE를 보지 않는 단 하나의 학교를 미리 지원할 수 있게 포트폴리오 작업도 최대한 빨리 끝내야한다. 평균적으로 3-4년이 걸리는 석사과정을 2년 반만에 끝내면서 박사지원을 하는 건 내가 역사상 처음이라 다들 불가능하다고하고 도와줄 사람도 없지만 지치지 않고 잘 마무리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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