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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lee Aug 21. 2018

영어, 영어, 영어!

영어. 평생의 숙제. 이번에는 외국 거주 경험도 없이, 고등학교 이후 영어수업이나 시험 근처에도 가본 적 없이 영어로 대학원 수업, 토론과 강의에 참여하고 있는 나의 공부방법을 써보려고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영어를 많이 접했다. 여러 가지 언어를 취미로 하시는 아버지의 영향도, 영어 콤플렉스가 있던 어머니의 영향도 컸다. 유치원에서 알파벳과 간단한 단어를 접했고, 아버지가 미국 출장 때 사다주신 디즈니 애니메이션 테이프를 마르고 닳도록 봤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 한국인 선생님에게 문법을, 외국인 선생님에게 회화를 배웠고 중학생 때까지 영어회화 학원에 다녔다. 하지만 이후로는 전멸. 시험 대비용 과외를 들은 적도 있지만 수능 이후로는 영어 근처에도 갈 일이 없었다. 하지만 솔직히, 아무리 어릴 때부터 배워봐야 평생 한국 땅 벗어나 본 적 없이 산 중학생 회화 레벨이 높아봐야 얼마나 높겠나. 어떻게 어떻게 외국인을 만나 영어로 얘기를 할 지라도, 중학생 이상의 레벨이 아니었다. 토익, 토플 같은 고급 어휘를 접할 기회도 없었고 영어를 다 까먹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을 영어와 상관없이 살았다. 그런데 어학능력 검정도 없이 인터뷰로 영어 코스에 합격한 비법은 바로!



미드(미국 드라마)

나는 심슨을 정말 너무 좋아했다. 정말 너무너무. 시즌 1 에피소드 1화부터 600개가 넘는 에피소드를 다 봤다. 그런데 문제가 그 당시(2009년)에 어찌어찌 구했던 파일들은 자막이 없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처음 미국 드라마를 봤을 때는 리스닝이 안돼서 자막 없이는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겠고, 너무 알아듣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모르는 부분은 들릴 때까지 들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받아써서 검색을 했다. 그리고 다시 봤다. 마음에 드는 대사가 나오면 따라 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완벽한 미국 말투를 습득하고 있었다. 하루에 5-6시간을 베이스 연습을 하면서 심슨을 봤고 가족들은 미드를 보느라 시간을 낭비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몇 년을 연주하지 않아도 손이 기억하는 입시곡과 혼자 미국에 떨어져도 아무 문제없는 영어실력이 남았다.


어느 정도 말문이 트이고 나서는 언어교환 카페, 외국인들이 자주 가는 펍을 드나들며 영어회화를 할 수 있을만한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개 중에는 친구가 되어 꾸준히 만나는 사람들도, 미국에서 만난 사람도 있다!


주 1-2회 언어교환 경험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지자, 홍대 호스텔 리셉션 알바를 구했다. 바를 함께 운영하는 호스텔이어서 자연스레 혼자 여행 온 여행객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많았고, 영어회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졌다. 이때 만난 친구들과는 아직도 종종 연락을 하고 독일에서 만나기도 했다. 외국인 친구들+ 언어교환+ 아르바이트까지 겸한 최고의 직장!


하지만 유학 이후 딱히 언어 교환 모임을 가거나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의 시간도 없어져서 학교 수업이 끝나거나 방학이 되면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평소는 영어자막을 띄워놓고 미드를 본다. 영어자막이 나오면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검색하기도 쉽고, 조금 더 편하게 발음과 단어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집중하고 보지 않아도 계속 틀어놓고 영어를 듣는다. 독일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영어는 가장 쉽게 잊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태어난 비영어권 화자로 영어는 평생의 공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어를 하기 때문에 얻었던 많은 기회들- 여행에서의 다양하고 많은 경험,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그 문화권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들, 유학 기회, 일자리, 정보 등을 생각하면 공부가 조금 덜 힘들어진다. 또 나의 아버지는 40대에 혼자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셔서,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은 원어민과 막힘이 없이 소통하신다. 언어 공부가 힘들어질 때면 아버지를 생각하고 나이가 들어서, 머리가 굳어서라는 핑계는 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이가 많이 들어도 계속 영어로 대화하는데 막힘이 없는 사람이길 바라며 오늘도 미국 드라마를 본다. 다들 꼭 새로운 언어로 얻는 즐거움을 만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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