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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Feb 06. 2020

여행의 이유

*김영하 산문집 <여행의 이유>와 전혀 관련 없는 내용입니다.


넣고, 빼고, 넣고, 빼고.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를 정도가 되고 나니

만족할만한 두 개의 짐꾸러미가 눈 앞에 놓인다.


호찌민 외곽의 게스트 하우스.

이른 아침에 공항으로 나서야 하기에 잠들기 전

미리 짐을 정리한다.

내일은 긴 환승 대기시간을 버텨내야 하기에

공항에서 필요할 것이라 여겨지는 것들은

따로 챙겨두는 센스도 필요하다.

침대 주변을 몇 번이고 확인하고 나서야 짐 정리를 마친다.

몇 번인가 물건을 덜 챙긴 경험이 있기에 생긴 좋은 버릇이다.


가방 두 개.

이번 여정을 함께하는 나의 모든 것이다.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이 안에 있는 것만으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두고 온 것에 대해 미련을 가질 필요도, 가져서도 안된다.

내 삶을 이루고 있던 것과 나를 명확하게 구분 지어주는

이 두 개의 배낭이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다.


"어차피 내려올 거 왜 올라가냐?"

등산을 좋아하는 나에게 친구가 물었다.

"생선 만지지도 못하면서 낚시는 왜 하냐?"

낚시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내가 물었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으면 찌만 보이거든"

"등산을 하나 보면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안나거든"


어쩌면 현실에서 벗어날 그럴듯한 변명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추가)

각 사람에게는 여행을 떠나는 각각의 이유가 있겠지요.

각각의 이유만큼, 각각의 방식 또한 다를 겁니다.

여행을 하나 보면 여행자들끼리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딜 가나 꼰대 모드 여행자가 있습니다.

여행 좀 했다고 세상 이치 다 깨달은 것처럼 설교하는 사람들이죠.

본인이 꼰대급 나이라고 여겨지신다면 제발 그러지 마시고,

뉴밀레니엄 세대에 가깝다면 이런 사람은 꼭 피하세요.

여행 경험담 듣는답시고 옆에 있다 보면 피곤해집니다.

그냥 본인 스타일에 맞게 즐기시는 것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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