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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Feb 14. 2020

발리에서 생긴 일

Give me my money back

내가 이렇게 영어를 잘하는 줄 몰랐다.

"너 나 기억하지.

너 어제 환전하면서 내 돈 훔쳤더라.

50만 루피 돌려줘.

마지막 기회야.

안 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SNS에도 올려서

누구도 여기서 환전하지 않도록 할 거야.

너는 감옥에 갈 거야." (영어 영어 하게 말함.)


지난밤에 환전을 했다.

미화 100불.

평균적으로 1달러당  13,000루피가 적당한데

14,550루피를 준다는 사설 환전소를 찾게 되어

기분 좋았다.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

돈을 세어 보니 50만 루피가 비었다.(5원ㅜㅜ)

귀신이 곡할 노릇도 아니고 저녁 밥값이라고 해봐야

5만 루피(우리 돈 5천 원)도 들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발리 환전 사기'를 검색창에 넣어보니

비슷한 사례들이 많았다.

돈을 세며, 뭉텅이로 쌓아두고 잔돈을 요구하며

지갑에 눈길을 주는 순간 한 묶음을 가져가는 수법이었다.

쌓아둔 다발이 50만 +50만 + 45만이었으니 딱 한 다발 정도의 돈이 비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면 영어 말하기와 눈빛 연습을 하고

문제의 환전소를 찾았다.

목소리 톤을 '중'으로 설정하고 위의 멘트를 했고

'중'에서 '강'으로 톤을 올려 같은 말을 반복했다.

두 번째 말하기가 채 끝나기 전

그는 'stop talking'을 외치면 50만 루피를 내주었다.


지난번 발리 때도

잔액을 정리하며 계획보다 많았던 지출에

자책을 했던 것이 떠 오른다.

아마 그때도 비슷한 환전 사기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공돈이라도 생긴 듯 좋았던 것도 잠시

스멀거리면 올라오는 씁쓸한 기운은 나아지지 않는다.

배고파서 그런가?

'나시 짬뿌르 한 접시 먹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발리 환전 팁?)

환율이 터무니없이 좋은 곳은 피하는 것이 좋아요.

뒷자리가 깔끔하지 않아 잔돈을 요구하는 경우는 백 프로 사기.

환전을 시작하면 돈에서 눈을 떼면 안 됩니다.

두 명 이상 함께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쇼핑몰 환전소가 가장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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