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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Jul 30. 2019

두 기생이 잠든 곳

이기대 해안산책로 트레킹

몇 달 전 무턱대고 걷기 시작했다가 목이 말라 중도 포기했던 이기대 해안산책로가 계속 눈에 밟혔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이기대의 아름다운 풍광은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때마침의 오프와 때마침의 좋은 날씨에 힘입어 이기대로 향했다. 1시간 40여분, 5킬로 남짓의 짧은 코스지만, 이기대와의 첫 만남이 만만치 않았기에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이기대공원 산책로는 갈맷길 2-2 일부이고, 부산 해파랑길 1코스에 포함된다.

임진왜란 때 왜장과 함께 물에 빠져 죽은 기생 두 명의 무덤이 있어 이기대라고 불린다.

동생말 - 어울마당- 치마바위- 밭골새 - 농바위 - 오륙도 선착장의 코스이고,

동생말에서 시작해도 되고, 오륙도 선착장에서 시작해도 된다.

동생말부터 밭골새까지는 슬리퍼를 신고도 도전 가능한 해안 산책길이고,

밭골새 부터 오륙도 선착장은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이 많으니 준비가 필요하다.

태풍이 지나고 낙석으로 데크가 유실되어 밭골새 - 농바위 구간은 우회해야 한다.


오륙도 선착장에서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선착장 측에서 보이는 오륙도는 섬이 다섯인지 여섯 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드레일에 양팔을 기대고 한참을 바라보다 보면, 크루즈를 타고 순항하다 우연히 마주친 이름 없는

바위섬을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오륙도스카이워크

오륙도를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오르막을 올랐다.

농바위까지는 100미터 정도를 오르고, 그만큼을 내려가야 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경사가 만만치 않고, 길이 미끄러웠다.

날이 더워 금세 땀으로 옷이 젖었고, 숨이 턱턱 막혔다.

한숨 돌리기 위해 고개를 들 때마다 태풍이 지나간 맑은 하늘과 이쁜 구름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울창한 나무터널을 지나다 가끔씩 고개를 내미는 바다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농바위



농바위에서 밭골새까지는 내리막이고, 밭골새를 지나고 나며 오르내림의 부담이 없는 가벼운 산책길이 나온다.


해안을 끼고 걷다 보면 맑은 바닷물에 몇 번이고 수영을 하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하지만 이곳은 깊은 수심으로 수영금지구역이다.

오륙도를 시작으로 2시간여의 트레킹도 좋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동생말부터 시작해서

해안길을 잠깐 걸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내 기준(입장료 없는, 인적 드문, 풍경 이쁜)에서는

부산 태종대보다, 제주 용머리해안보다 이기대가 더 좋다.


너와 나의 거리를 묻는 이정표가 이쁘다.

두 남녀가 이 곳에 있었다.

안정적인 것이 좋다는 여자가 있고, 그 안정을 사전적 의미로 찾아 들이밀며

그런 인생은 싫다고 말하남자가 있었다.

안정:바뀌어 달라지지 아니하고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네가 원하는 안정이라는 것이 이런 것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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