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열한백구 Aug 12. 2019

부산의 전통 오일장

노포 오시게 시장

"노포장에 좀 다녀올게요"

나이 지긋하신 환자분이 외출을 신청하셨다.

병원 근처 노포동에서 매 2일, 7일에 열리는 오일장을 방문하기 위함이다.


어릴 적, 방학을 이용해 할머니가 계셨던 시골에 가면,

오일장에 거르지 않고 갔었다.

할 일 없는 지루한 시골에서 오일장은 최고의 유흥거리였지만,

돌이켜 보면 장터와 관련된 특별한 추억은 없다.


노포동 부산 종합버스터미널 맞은편에서 장이 열리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은 없다.

오시게 시장은 동래시장 부근에서 열리던 오일장이었는데

동래시장이 상설시장이 되면서 부곡동으로 밀리고(필자의 본가가 있는 곳, 도로명이 오시게로이다.)

지금은 이곳 노포동, 부산의 끝자락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검색을 해보니 부산의 5일장은 하단시장과 구포시장 오시게시장 총 3군데가 남아 있다고 하는데

하단과 구포는 상설시장과 병행되기 때문에 전통적인 5일장 느낌은 아니라고 했다.

근무를 마치고, 퇴근길에 시장에 둘러보기로 했다.


오일장이 서는 날은 노포 화훼단지 쪽 갓길에 주차가 가능했다.


동남아 야시장에서나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냄새가 났다.

어느샌가 마트가 익숙해져 버려 잊고 있었는데

분명 어릴 적부터 맡아오던 것이었다.

냄새와 함께  장터로 들어섰다.


한눈에 장터 전체가 보일 정도로 장터의 규모는 작았고,

8월 오후의 무더위 때문인지 사람도 적었다.

여름 햇살을 그대로 받고 있는 고기와 생선이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내가 지금의 나를 보고 한마디 했다.

"더럽게 깔끔 떠네"라고.

생각해 보니 이십 년 전만 해도 당연한 것이었는데

이 미래인은 지나치게 깔끔을 떨고 있었다.

좌판에 진열된 각종 채소와 산나물들이 정겹고,

장사하시는 할머니들이 낯 익지만

사진을 찍지 말라던 상인의 한마디에 시골장터의 훈훈함은 날아가 버렸다.

물건도 사지 않고 기웃거리고만 있었으니 예뻐 보일리는 없었겠다.



아시아 쪽 여행을 하다 보면 한국의 이삼십 년 전 모습을

보는 듯할 때가 있다. 위생이나 시설도 그렇지만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그러한데

달리는 버스나 기차에서 창밖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행동, 분리수거하지 않는 쓰레기

등등 지금의 우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을 쉽게 한다.

이런 것을 보고 그들을 미개인 취급하는 한국인들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우리도 20년 전쯤에 겨우 분리수거를 시작했고, 30년 전쯤에는

버스와 기차에서 담배를 피우던 민족이었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두 기생이 잠든 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