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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엄마 이혼했지? 묻는 요즘 아이들

아이의 말 연습

by 성효샘

학교에서 가끔 다른 교사들의 고민을 상담할 때가 있다.

오늘은 아침에 새 책 "아이의 말 연습"을 들고 와서, 사인을 해달라는 교사가 있었다.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까지 후배고, 평소에 아끼는 쌤이다.

아이들 교육에 얼마나 마음을 다하는지 잘 안다.


"이 책이 왜 필요해, 선생님네 애들은 야무지게 잘할 거 같은데..."

"아, 안 그래요."

손을 내저으면서 이 선생님이 하는 말이 이랬다.


"저 지난 번에 공개수업 못 갔잖아요."

"그니깐, 내가 그런 건 꼭 가라고 했잖아." 하니,

(난 교사들이 자기 자녀 공개수업에 가야 한다고 적극 권장하는 편이다)

"글쎄, 그거 못 갔다고, 저희 아이한테 그 친구가 그랬다더라고요.

너네 엄마 아빠 이혼했지? 그래서 너네는 공개수업 못 온 거지? 라고요."


이 집은 부부 모두 교사인 데다가, 남편이 지극한 애처가다.

실제로 이혼 가정이었으면 엄마 마음이 찢어졌을지도 모른다.

전에 똑같은 일로 학부모 상담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 그 엄마는 "선생님, 친구들이 혹시라도 저희 이혼한 거 알까봐, 쉬쉬합니다."

울먹였었다.


"허허, 그래서? 뭐라고 했데?"

"어, 아닌데, ... 라고 했대요. 으이구, ..."

아마도 초등 1학년 아이는 처음 듣는 날선 말에 당황했을 거다. 분명히 우물쭈물했을 거고.

머릿속에 주르륵 그려졌다.


"즤 누나가 '우리 엄마 아빠 선생님이야. 엄마도 수업하느라 바빠서 못 온 거야'라고 했어야지."라고 하더라고요. 하면서 책 가져가서 연습을 시키겠다고 했다.


말이란 게 닥치면 원래 안 튀어나온다.

누구나 몸에 밴, 늘 해왔던 식의 반응을 하기 때문이다.


회피하거나

공격하거나,

썩 괜찮은 대응을 하거나, ...


우리의 말에 연습과 반복이 필요한 이유다.

교사의 말 연습으로 정말 많은 교사를 만났다.

교사들에게도 말 연습이 필요하듯이, 아이들도 똑같다.

부모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도 똑같이 연습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나도 ...


이 책이 상처 잘 받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자꾸 주는 아이들에게,

두고두고 옆에 놓고 연습하는 책이 되길

마음 깊이 기도했다. 기도한다. 기도할 것이다.


화면 캡처 2025-04-07 20025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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