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신을 표현하기가 이렇게 어려울까?

마음 정리

by 이서명

직업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먼저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쓸 게 없어서…”

“제 이야기가 너무 별볼 일 없는데요…”

같은 말들입니다. 비단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조차

“나는 별거 없는데…”

하고 주저앉아 버리는 경우가 흔하죠.

“왜 이렇게 ‘나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 어려운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그 이유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찾기 위해 필요한 마음 정리에 대해서 나눠보려 합니다.


1. 나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문화와 심리


'겸손'은 오랫동안 미덕으로 여겨졌습니다. 크고 작은 성과나 장점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을 '자랑질'이라며 경계해 온 문화가 있었죠. 이런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막상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자기 홍보를 해야 할 때 “내가 잘났다고 말하기 좀 부담스럽다”는 심리를 쉽게 갖게 됩니다. 더 나아가, “내가 이 정도로 잘했다고 써도 되나?” 하고 주저하게 됩니다. 혹시 남들이 ‘뻔뻔하다’고 생각할까 두려워서, 겸손을 ‘과도한 자기 비하’로 착각해 버리기도 하죠.

또, 지금껏 내가 이뤄온 것들이 별로 특별하지 않다고 여기는 심리도 작용합니다. 성공이든 작은 성과든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는 새삼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법이니까요. 매일 하던 일이 익숙해지면 그게 대단한 일인지조차 잊어버립니다.


2.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기회가 부족하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해온 일이 어떤 가치가 있을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점도 한몫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 치이다 보면,

“그냥 주어진 일을 해치웠을 뿐이야”

라고 생각하며 지나치기 일쑤죠.


회사 업무: ‘정해진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고, 쉴 틈이 생겨도 “내가 왜 이 일을 하면서 무엇을 느끼고 성장했나?” 같은 고민을 건너뛰기 쉽습니다.

가정/육아: 하루하루가 배터리 방전 직전이며, 가정 내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건을 ‘내 역량 발휘’가 아닌 ‘그냥 생활’로 치부합니다.

군 복무·공무원 생활 등 상대적으로 체계화된 환경: 정해진 매뉴얼대로 일하는 경우, “내가 이런 부분을 잘해왔구나!”라는 걸 객관적으로 살필 기회가 드뭅니다.


그러다 어느 날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면접을 준비하면서, “내가 뭘 잘하지?”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런데 평소에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없으니, 문득 당황스럽고 막막해지는 거예요. 마치 “분명 뭔가 해왔는데, 글로 정리할 재료가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거죠.


3.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기소개서를 쓴다는 건, 내 이야기를 “타인에게 공개”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혹시 진솔하게 썼는데 상대방이 안 좋게 보진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나이가 들거나 실패 경험이 많을수록, 혹은 경력이 단절된 기간이 길수록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 지원에는 절박함이 걸려 있는데, 괜히 내 약점이나 부족함을 들키진 않을까?”

“솔직하게 쓰고 싶은데, 너무 속마음을 드러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진 않을까?”

이런 불안감이 ‘자기 검열’을 부추기며, 글쓰기 자체를 “차라리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쪽으로 몰아가죠. 그래서 아예 “내 이야기는 별로 쓸 것 없어요”라는 결론을 내려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4. 비슷한 유형의 글쓰기 경험(자소서, 공문 등)에서의 트라우마

직업상담 현장에서 보면, 과거에 자소서를 써봤다가 아픈 기억이 남은 분들도 있습니다. 서류 전형에서 떨어진 후 “역시 내 이야기에는 가치가 없었나 봐…”라는 씁쓸함을 느끼고 글쓰기를 기피하게 되는 것이죠.

또한 특정 조직(공공기관, 군대, 큰 기업 등)에서 공문이나 보고서를 쓸 때 겪었던 경직된 글쓰기 문화가 트라우마가 되기도 합니다. 무조건 격식체, 군더더기 없는 형식, 창의적 표현 금지 같은 틀에 익숙해지면, 막상 자유롭게 ‘내 이야기를 쓰는’ 자소서 방식이 너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5. 내면의 회의감: “글 잘 써봤자 뭘 해?”

자기표현에 대한 무력감도 작용합니다. “내가 아무리 잘 써봤자, 현실이 안 바뀔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 굳이 시간 들여 진지하게 글을 쓸 동기가 생기지 않죠. 특히 과거 실패 경험이 강하게 남는다면 이런 회의감은 더 커질 겁니다.

“전에 자소서 공들여 썼는데 떨어졌다. 이번에도 똑같겠지 뭐…”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엔 나이가 이미 많아. 글을 잘 써도 결국 안 될 거야.”

하지만 이런 패배의식이 글쓰기 자체를 시작조차 못 하게 만드는 건 더 큰 문제입니다. 글로 표현해 봐야 어차피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 안의 이야기는 여전히 빛을 못 본 체 숨겨져 버리고 맙니다.


6. 한 번도 ‘내 이야기를 꺼내본 경험’이 없는 사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내 이야기를 길게 꺼내본 경험 자체가 없습니다. 누군가가 깊이 있게 “어떻게 살아오셨어요?”라고 물어봐 준 적이 없고, 자신 역시 타인에게 말을 길게 늘어놓는 걸 부담스럽게 여겨온 거죠.

이런 분들은 글쓰기를 시작하면 “내가 뭘 써야 하지?”라는 의문과 함께, “이걸 굳이 내가 말해야 하나?” 하는 쑥스러움을 동시에 느낍니다. 주인공이 되는 게 익숙지 않은 겁니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자기 삶을 이야기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니, 막상 ‘자기소개서’라는 무대에 올라서면 말문이 탁 막혀 버리는 거예요.


7. 너무 높게만 보이는 ‘잘 써야 한다’는 기준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프로처럼, 소위 말하는 완벽한 문장으로 써야 한다”라고 과도하게 기대하는 데 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쓰라고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수상 경력이 있는 작가의 세련된 문장이나, 성문법에 딱 들어맞는 격식체일 수 있으니까요. “난 그렇게 못 써…” 하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거죠.

하지만 자기소개서 테라피에서 말하는 글쓰기의 목적은 ‘정갈하고 화려한 글’이 아니라 ‘솔직하고 나다운 글’을 쓰는 것입니다. 작문 실력보다 중요한 건 “이 사람이 왜 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어떤 마음을 지녔는지”가 문장에 드러나는 거예요. 그러므로 프로 작가 수준의 필력을 갖출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찾고, 그것을 꾸밈없이 담아낼 용기가 필요할 뿐이죠.


8. 결국, ‘나’와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처럼 “왜 자신을 표현하기가 이렇게 어려운가?”를 짚어보면, 결국 핵심은 ‘나라는 사람을 깊이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거나, 나를 겸손 이상으로 폄하해 온 습관이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내 이야기는 별로 가치가 없다”라고 여기는 마음이 깔려 있죠.

자기소개서 테라피가 힘을 발휘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입니다. 맨 처음에는 “이건 과연 글로 쓸 만한 거야?”라는 회의감이 크더라도, 조금씩 질문을 던지고 답을 적어가는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과 친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나는 원래 말주변이 없어서…”라고 생각했던 분도, 글을 통해선 훨씬 더 풍부한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게 되죠.


9. 마음 정리를 위한 첫걸음: "내가 겪은 사건들을 가볍게 써 내려가기"

그렇다면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우선 '내가 살아온 길을 굳이 포장하지 않고, 사건 단위로 나열해 보는 것'부터 권합니다.

예를 들면, A4 용지나 노트에 아래처럼 목록을 써 내려가는 거예요.

가장 힘들었던 사건 3가지

가장 뿌듯했거나 보람 있었던 일 3가지

내가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해본 기억

누군가와 협업해서 성공했던 순간

나를 가장 슬프게 했던 상황, 그리고 그때 내가 보였던 태도



이 목록을 만들면서, “글을 잘 써야지!”라는 부담은 잠시 내려두세요. 점만 찍거나 간단한 키워드만 써도 됩니다. 처음엔 그게 의미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 한 줄 한 줄이 내 인생 에피소드의 씨앗이 됩니다. 막상 적어보다 보면, “아, 생각보다 내가 참 많은 일을 겪었구나”라고 새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10. ‘얼마나 멋지게 표현하느냐’보다 ‘무엇을 담느냐’가 우선

목록을 어느 정도 작성했다면, 그중에서 마음이 좀 더 끌리는 사건을 골라 조금 더 풀어써볼 수 있습니다. 이때도 문장력이나 스토리 구성보다는, “그 순간 나는 무슨 생각을 했고, 무엇을 얻었는지”에 주목하세요. “이게 정말 쓸 만한가?” 같은 고민은 너무 앞서 나가는 겁니다. 우선은 “내가 겪은 사건 속에서 얻은 감정과 교훈은 뭘까?”에 집중하는 게 좋아요.


예: 가게 운영 실패 → “그때 어쩔 수 없이 문을 닫게 되었는데, 돌아보니 매출 관리나 비용 분석이 상당히 중요한 배움이었다.”

예: 회사에서 작은 팀 프로젝트 성공 → “당시 팀장이랑 갈등이 있었지만, 내가 중간에서 의사소통을 하면서 해결책을 찾았다. 그 경험을 통해 ‘내가 의외로 조정 능력이 있네’를 깨달았다.”


이렇게 정리해 보면, 내가 가진 장점이나 성향, 좌절 극복 경험 등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거예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아, 이게 나만의 이야기였구나” 하고 실감하게 됩니다.


11. 표현의 시작은 ‘나를 인정을 해주는 것’에서부터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왜 난 이렇게 쓸 게 없을까?”, “왜 난 이런 데서 늘 막히지?”라고 자책하면, 글쓰기가 고통이 됩니다. 하지만 “그래, 그동안 내가 이런저런 일을 해왔지. 대단하지 않아도 내게 소중한 경험이야”라고 인정해 주면, 글이 한결 쉽게 풀어집니다.

어쩌면 ‘이건 별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사실이, 누군가에게는 신선하고 놀라운 경험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인지 내 이야기는 너무 흔하다고 짐작하지만, 사실 나만의 고유한 맥락이 있을 테니까요. 이 깨달음이 없으면, 결국 글쓰기에 손도 대지 못한 채 “난 원래 표현을 못 해”라고 스스로를 움츠리게 만듭니다.


12. ‘어려워하는 이유’를 알면, 해결책도 보인다

정리하자면, 자신을 표현하기 어려운 이유는 크게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겸손과 자기 비하를 혼동하는 문화적 습관

‘나’를 돌아볼 기회가 없었던 환경

글쓰기를 통한 솔직한 드러냄에 대한 두려움

과거 실패 경험이나 경직된 글쓰기 문화에서 오는 트라우마

‘글 잘 써봤자 소용없다’는 회의감

‘내 이야기를 길게 꺼내본 적이 없다’는 익숙지 않음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지나친 기대와 자기 검열

이 중 어떤 포인트가 ‘내가 특히 공감하는 이유’인지 확인해 보세요. 그걸 알면, “아, 그래서 내가 글쓰기를 이렇게 꺼려했구나. 그렇다면 이 부분부터 조금씩 풀어보자”라는 해법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예컨대, 나는 “트라우마 때문에 아예 시도 자체를 안 했다”면, 이번에는 작은 성공 경험부터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아주 짧은 자기소개 연습 글이라도).


‘어려움’을 넘어, 진짜 내 목소리를 찾는 과정으로

자기소개서 테라피는 “나를 표현하기 왜 이렇게 어려울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합니다. “나는 글을 잘 못 써서”라고 쉽게 핑계를 대거나, “내가 대단하지 않아서”라고 쉽게 자책하기보다, 좀 더 구체적인 이유를 찾아보는 거죠. 그러면, 그 이유 하나하나를 극복하는 방식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겁이 난다”면, 먼저 익명이나 친밀한 그룹에서 가벼운 글쓰기를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별거 없다고 생각한다”면, 일단 사건 목록을 작성하며 ‘내가 해낸 일들’을 재발견하는 연습을 합니다.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면, 완벽한 문장을 쓰려는 욕심보다 ‘진정성 있게 내 경험을 풀어내는 연습’을 해봅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나는 이렇게 살아왔고, 이런 면이 나를 돋보이게 한다는 걸 스스로 발견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비로소 ‘진짜 내 목소리가 담긴 자기소개서’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자기소개가, 오히려 “내가 나를 믿고 응원해 주는 기회”로 바뀌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거예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나는 왜 이렇게 못 써!’ 하고 자책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나는 이런 걸 해왔고, 이런 걸 말하고 싶어!”라는 긍정적 표현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한 걸음씩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자기표현은 내 삶을 확장하는 길”이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당신의 순서입니다. ‘나’를 표현하기 어려웠던 이유를 잠시 되돌아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시도해 보겠다는 마음을 가져보세요. 그것이 바로, 자기소개서 테라피가 안내하는 “마음 정리”의 시작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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