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를 위한 ‘마음 청소’

취업이 간절할수록 더 어려워진다.

by 이서명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마음먹은 순간,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무슨 내용으로 채워야 하지?’라는 고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초안이 잘 안 써지거나, 이미 쓴 글마저도 어색해 보일 때가 많죠. 그럴 때는 “글쓰기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가?” 하고 자책하기도 쉽습니다.

그러나 제가 현장에서 자소서 테라피를 해보니, 그 막힘의 가장 큰 원인은 ‘마음속에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과 생각들’ 일 때가 많습니다. 바로 ‘마음 청소’가 필요한 시점이죠.




왜 마음 청소가 필요할까?

글쓰기는 뇌를 움직이는 작업이면서도 정서와 밀접하게 연결된 행위입니다. 무언가를 쓰려고 하면 내 안의 불안, 두려움, 지나간 상처, 혹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 등 온갖 감정이 함께 끌려 나옵니다.


취업에 대한 압박감

과거 실패에 대한 두려움

‘이 나이에 가능할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문

‘글을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이런 감정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자소서를 쓰면 글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거나, 불필요한 자기 비하가 들어가거나, 문장이 자꾸 어긋나는 현상이 생기곤 해요. 결국 자소서를 쓰겠다고 앉았는데, 감정이 뒤죽박죽 되어 한 글자도 못 쓰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마음 청소란, 내 감정을 떠올려 ‘문장’으로 표출하는 과정

‘마음 청소’라고 하면, 묵은 때를 벗겨내는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죠. 실제로 우리가 해볼 일은, “내 마음속에 쌓인 생각과 감정을 꺼내보고, 문장이나 키워드로 적어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아, 내가 이런 걱정이 있었구나”, “내가 사실 이 부분을 기대하고 있었네” 등 스스로 확인하게 되면서, 정신적 여유 공간이 생깁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표현적 글쓰기(Expressive Writing) 기법과 비슷한데, 자소서 테라피의 맥락에서는 “실제로 글을 다듬기 전, 감정의 먼지를 털어내는 작업” 정도로 생각하시면 돼요. 낡은 옷을 정리하듯, 쓰고 싶지 않은 부정적 감정, 쓸데없는 부담감 등을 한 번 제대로 들여다보고 말로 표현해 주면 그 안에 묶여 있지 않고 글쓰기 본론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됩니다.




구체적인 마음 청소 방법

5분 ‘감정 써내기’

지금 글쓰기에 임하는 내 마음을 솔직히 적어보세요.

“취업이 안 될 것 같아 두렵다.”
“나이 많은 내가 되지도 않을 서류에 시간을 쓰는 게 맞나?”
“글을 못 쓰는 자신이 창피하다.” 등 실제 감정을 그대로 적습니다.
오탈자, 맞춤법, 문장 구조 전혀 신경 쓰지 말고, 가능한 한 날것의 감정을 쏟아내 보세요.



빨간펜 or 형광펜으로 키워드 표시

5분 정도 썼다면, 내가 “되풀이해 말한 단어”나 “문장 속에 반복된 감정”이 보이는지 표시해 보세요.

예: 두려움, 부담, ‘못할 것 같다’, ‘부족함’ 등.
표시하면서 “아, 내가 지금 이 문제를 제일 크게 느끼고 있구나”를 확인합니다. 이는 글쓰기를 막는 주된 감정이 뭔지 파악하는 과정이에요.



내게 말을 걸어보기

내가 적은 ‘부정적 감정’이나 ‘부담감’을 다시 읽으며, “그래, 네가 이런 부분이 힘들구나”라고 스스로에게 한마디 건네주세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 자기 수용 단계를 지나면,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인정하게 되어 한결 마음이 정돈됩니다.
“그래도 괜찮아, 지금부터 한 줄씩 써보면 되겠지”라는 식으로 내 감정을 토닥이며 마무리하면 좋습니다.




그 밖의 유용한 팁

의식의 흐름 일기 쓰기: 3일~5일 정도 해보면, 처음에는 부정적 감정이 폭발하다가 점차 심리적으로 차분해지는 패턴을 발견하게 됩니다.


시간제한 두기: 너무 오래 끌면 감정에 더 빠져들 수 있으니, 5~10분 정도로 제한하고 그 시간 안에 묵직하게 꺼내는 연습을 해보세요.


내가 자주 쓰는 어휘 주목: “무의미, 실패, 불안, 모자람…” 같은 말이 자주 나오면, 그 어휘를 긍정 쪽으로 전환할 수 있는 준비를 합니다. 예: “실패→경험, 불안→긴장감, 모자람→더 성장할 여지” 등.




마음 청소 후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글쓰기를 방해하던 긴장 완화 : 불필요한 자기 비하와 두려움을 어느 정도 털어내면, “아, 그래도 한번 써보자”라는 시작 의지가 생겨납니다.


글의 목적이 선명해짐 : 감정을 정리하면서 “왜 이 자소서를 써야 하는지”가 다시 떠오릅니다. “취업 문제 때문에…?”, “내 삶을 한 번 정리하고 싶어서…?” 이런 동기가 명확해지면 문장도 더 쉽게 써집니다.


생각보다 대단한 ‘한’을 발견 : 가끔 사람들은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라고 하다가, 막상 적어보니 “사실 내 실패 경험을 되짚고 싶다”거나 “이번에 꼭 합격하고 싶다” 같은 절실한 소망이 드러납니다. 그렇게 숨은 감정을 인식하면, 글의 추진력도 커집니다.




작은 실전 예시: “나는 왜 자소서를 쓰지 못했나?” 써보기


(예) “예전에 자소서 엄청 공들여 썼는데 떨어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괜히 또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닐까 싶어 망설여진다. 친구들은 이미 안정된 직장 잘 다니는데, 나는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다. 나이도 마흔이 넘었는데, 글 써서 뭐 해…라는 부정적 생각이 계속 든다.”


키워드: 낭비, 망설임, 부정적, 늦은 나이


자기 수용: “그런데 사실 내가 이걸 다시 하려는 이유는, 멈춰만 있으면 아무 기회도 없으니까… 적어도 시도는 해야겠지. 지난번 실패가 아프긴 하지만, 그때랑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이렇게 한 바탕 적고, “그래, 나 지금 이거 해볼래”라는 마음을 추스르고 나면, 첫 문장을 내딛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마음 청소 = 글쓰기의 전 단계 루틴


결국, 마음 청소는 별도의 작업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글쓰기를 위한 준비 운동입니다.

“몸풀기 스트레칭을 하지 않은 채로 장거리 달리기에 뛰어들면 부상당하기 쉽다”

는 이치와 비슷하죠. 처음엔 귀찮더라도 짧은 시간 투자로, 글을 망치는 감정적 찌꺼기를 미리 털어내는 겁니다.

글을 쓰다 막히면 잠시 멈추고, 감정을 적는 짧은 메모를 해보세요. “이 글을 왜 못 쓰겠는지” “쓰면서 드는 걱정은 뭔지” 등.

다시 자소서로 돌아가면, 묘하게 글이 부드럽게 흘러가는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더 넓어진 마음, 가벼워진 시작

자소서를 잘 쓰는 비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이 얼마나 편안한 상태인지일 때가 많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에 짓눌려 있다면, 어떤 명문장 공식도 잘 먹혀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 청소”가 필요한 겁니다.

조금만 시간을 내서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뭐지?”를 적어보고, 그 안에 숨은 부담을 인정해 주세요. 그러고 나면, 그 부담감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질 겁니다. 그리고 그 여유 공간에서, 비로소 ‘나만의 이야기’가 나올 준비를 하게 되죠.

세상에 뛰어난 작가나 연설가들도, 무언가를 써 내려가기 전엔 자기 안의 감정과 생각을 먼저 정돈합니다. 우리도 같은 원리로, 자소서라는 글을 훨씬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을 거예요.

오늘부터라도 한 번, 간단한 마음 청소를 해보세요. 분명 써보지도 못하고 포기하던 순간들이, 조금 더 쉽게 ‘첫 줄’을 시작해 볼 기회로 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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