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L 구조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자꾸 막히는 분들을 보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고민이 가장 많습니다. 사실 글쓰기는 ‘무엇을’ 쓸지 정하는 것만큼이나, ‘어떻게 배열’할지도 중요합니다. 똑같은 경험도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스토리의 힘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죠. 이번 글에서는 자기소개서 테라피에서 권장하는 스토리텔링의 기본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왜 굳이 ‘스토리텔링(이야기 만들기)’이 필요한 걸까요? 자기소개서를 읽는 사람은 내가 갖고 있는 정보나 경험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궁금해합니다. 막연히 “나 긍정적이고 책임감 있어요”라고 주장하기보다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이 사람이 어떤 순간에,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를 보여주면 훨씬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즉, 스토리란 단순한 나열이나 설명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사건의 연관을 담아내는 것입니다. 그 안에는 문제·갈등, 해결 과정, 결과, 그리고 거기서 얻은 깨달음이 녹아 있어야 흥미도 높아지고 ‘진짜 이 사람 이야기구나’라는 느낌이 들죠.
스토리텔링을 체계화하기 위해서는, 흔히 ‘S(상황)-T(임무/문제)-A(행동)-R(결과)-L(배움/적용)’ 같은 모델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상황(Situation): 일어난 일의 배경이나 맥락을 간단히 소개
임무/문제(Task):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나 과제가 있었는지, 그래서 내가 해야할 임무는 뭐였는지
해결(Action): 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직접 취한 행동이나 전략
결과(Result): 그 행동으로 인해 어떤 변화나 성과가 생겼는지
배움(Learning): 최종적으로 내게 남은 깨달음이나 성장 포인트, 내가 지원할 회사에 어떻게 적용할지
이 구조대로 서술하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 이야기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고, 내가 이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강점을 길렀는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군 복무 중에 부대 행사 준비를 맡았어요”라는 경험을 풀어낸다고 가정해 봅시다.
상황: “당시 저는 00부대에서 담당관으로 근무 중이었고, 연말 부대 행사 준비를 전체적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임무/문제: “기획부터 예산 관리, 물자 조달까지 해야 하는데, 갑작스러운 지시였고 시간이 매우 촉박했습니다.”
해결: “우선 해야 할 업무를 세부 항목으로 나누고, 각 담당자별로 역할을 배분했습니다. 일정 관리표를 만들어 매일 진척도를 체크하며, 부대 내 예산 담당·물자 담당 부서와도 적극적으로 협조했습니다.(이 부분이 더 구체적이면 좋아요.)”
결과: “덕분에 행사 당일 큰 차질 없이 모든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예상보다 참여 인원도 많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배움: “이 과정을 통해, 제한된 시간 안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계획 수립과 협업이 필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후에도 프로젝트를 맡을 때마다 이 습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쓰면, ‘아, 이 사람은 기획과 협업 능력을 갖추고 있구나’가 자연스럽게 드러나죠. 만약 여기서 “저는 조직력과 꼼꼼함이 강점입니다”라고만 말하면 임팩트가 떨어집니다. 반면, 스토리 구조를 따라가면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고, 그 결과 무슨 깨달음을 얻었다”가 한눈에 보이니 훨씬 설득력 있고 생생해집니다.
스토리텔링에서 ‘문제’나 ‘갈등’을 생략해 버리면 이야기가 심심해지기 쉽고, 그 문제나 갈등이 보통은 나의 임무, 내가 해야할 일, 내가 해결해야할 미션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저는 000 활동을 했고, 그냥 잘됐어요” 정도로만 쓰면,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어떻게 그것을 극복했는지가 안 드러나서 감정이입이 어렵습니다.
지나친 포장: “나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했고, 아무 문제 없이 성공했어.”
결과만 강조: “잘 해냈고, 상도 받았습니다.”
이렇게만 서술하면, ‘이건 실제로 겪은 일인가?’ 하는 의구심을 살 수도 있어요. 또 ‘노력 과정이나 성장 포인트’를 어필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어떤 점에서 힘들었고, 나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갔나?”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적어주는 게 좋습니다. 그 갈등이나 어려움이 바로 내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되기 때문이죠.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자주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이나 조직의 역할’을 강조하거나 ‘상황 자체’만 길게 쓰는 겁니다. 예컨대, “그때 팀장님이 이런 결정을 하셨고, 팀원들이 협조해줘서 일이 잘됐어요”라고 마무리하는 식이죠. 그럼 정작 내가 한 역할이 희미해집니다.
스토리텔링 구조에서 ‘행동(Action)’ 파트는 “내가 한 일”을 드러내는 핵심 구간이에요. “나는 어떤 아이디어를 냈고, 어떤 방식으로 협업을 이끌었으며, 어디서 문제를 잡아냈고, 어떻게 해결책을 제시했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아, 이 사람은 이런 타입의 리더십(혹은 역량)을 발휘했구나”가 선명하게 전달됩니다. 이 부분에서 경력자와 신입직이 확연히 구분되기도 합니다. 그 일을 실제로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표현이나 문맥, 단어 등을 포함해서 구체적으로 써주면 읽는 이의 몰입도가 굉장히 좋아집니다.
‘결과’ 부분에서 “그리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라고만 쓰면 추상적이에요. 가능하다면, 수치나 객관적 지표를 제시하면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이후 행사 만족도 설문 결과, 85%가 ‘매우 만족’이라고 응답”
“약 200명 규모의 참여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280명이 찾아와서 대성황을 이뤘다”
“개선된 공정 때문에 한 달에 20% 이상의 시간 절감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결과를 숫자나 구체적 평가 지표로 보여주면, 읽는 사람도 “진짜로 효과가 좋았구나”라고 느낍니다. 다만, 너무 작은 성공이거나 수치가 없는 경우도 있으니, 그때는 억지스럽게 수치를 넣기보다는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긍정적 피드백을 받았다”라는 식으로라도 객관적·구체적 표지를 넣어주면 좋습니다.
마지막 ‘배움’(또는 ‘성장’, ‘느낀 점’, '지원하는 회사나 직무에 적용' 파트)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해당 경험이 어떻게 앞으로의 일이나 삶에 영향을 미칠지를 언급하는 자리입니다. 단순히 “교훈을 얻었다” 정도가 아니라,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발전했는지”, "지원하는 회사나 직무에서 어떻게 적용하겠다"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주면 훨씬 좋습니다. 그 과정에 오랜 기간 반복된 나의 성향이라면 더 강력하겠죠.
“이 일로 인해 협업은 결국 소통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후 어디서든 의견 교환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문제 해결 과정에서 저만의 분석 습관과 계획 수립 능력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모른는 것은 적극적이고 긍정적 마인드로 개척해 나가야 함을 배웠고, 000에 입사하게 된다면 이와 같은 마인드로 업무에 임하겠습니다."
이렇게 적으면, 읽는 사람이 “이 경험이 이 사람을 실제로 어떻게 바꿔놓았고, 앞으로 이 강점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사실 자기소개서에서 개인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앞서 소개한 기본 구조(Situation – Task – Action – Result – Learning)를 따라가되, 감정 묘사나 짧은 대화 등을 적절히 섞으면 더욱 생동감 있는 이야기가 됩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협업하던 팀원 중 한 명이 ‘이건 불가능하다’며 포기하려 해서, 저도 처음엔 막막했지만…” 같은 구체적 상황 설명을 넣어주면 독자 입장에서 더 쉽게 공감하게 되죠.
물론 너무 장황하게 대화체를 쓰거나, 감정만 늘어놓으면 주제가 흐려지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한두 문장 정도로 상황을 강조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스토리 한 개를 잘 풀면, 보통은 그 안에 2~3가지 강점이 녹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접 문제를 해결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동시에 “팀원 간 갈등을 조정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발휘했다”라든가 “실패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개선해서 결국 성과를 냈다” 같은 여러 측면을 어필할 수 있죠.
다만, 너무 많은 메시지를 한 이야기에 담으려 욕심내면 흐트러질 수 있으니, 중심은 “가장 잘 드러내고 싶은 강점 1가지”에 맞추고, 나머지는 부가적인 장점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정도를 추천합니다.
허위·과장 금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스토리처럼 꾸미면 나중에 면접에서 검증될 수 있습니다. “조금 극적으로 쓰고 싶다”고 해서 완전히 허무맹랑하게 꾸며내면 안 됩니다.
독자를 배려: 자기소개서를 읽을 사람(면접관 등)은 바쁜 와중에 서류를 확인합니다. 스토리가 너무 길어지거나 복잡해지지 않도록, 핵심만 분명히 하되 “읽는 재미”를 느낄 정도의 간결함을 유지하세요.
시각 자료 활용?: 브런치 글처럼 웹 글에서는 사진이나 차트 등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취업 자소서 등에서는 텍스트만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장 내에서 숫자나 간결한 문단 구성을 잘 활용하면 충분합니다.
스토리텔링의 기본 구조는 결국, “과거의 사건을 지금 읽는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해, 내 강점과 배움을 보여주겠다”는 전략입니다. 상황-임무-해결-결과-배움이라는 틀을 잘 쓰면, 내 경험이 산만하게 흩어진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이제까지 “내가 대단한 걸 한 적 있나?” 하고 주저했다면, 한두 개의 사건을 골라 이 구조에 맞춰 간단히 적어보세요. 어떤 배경 속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나는 어떻게 해결했으며, 그로 인해 무엇을 얻었는지. 그 과정을 적는 것만으로도, “아, 이건 그냥 작은 일 하나가 아니라 충분히 스토리가 되네!”라는 깨달음을 얻으실 겁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야말로, 자기소개서 테라피가 말하는 ‘글쓰기의 힘’일 테지요. 익숙한 과거도 이야기로 엮으면 전혀 새로운 의미로 빛날 수 있습니다. 그 빛을 담아낼 수 있도록, 이제 당신의 손으로 스토리의 문장을 하나씩 이어가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