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도 놓치지 말자
많은 분들이 “자기소개서에 쓸 만한 재료가 없다”며 막막해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상담을 해보면, 그 속을 들여다보지 않았을 뿐이지, 누구나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어줄 경험과 에피소드를 갖고 있더라고요.
문제는 그 순간들을 내 머릿속에서 우선순위로 끌어올릴 기회가 없었다는 겁니다. 어쩌면 너무 사소하게 여겨서 그냥 흘려보냈을 수도 있고, “내겐 대단한 경력이나 성과가 없다”고 지레 단정 지었을 수도 있죠. 그래서 실전 가이드 1단계는 ‘재료 모으기’입니다. 마치 요리를 하기 전에 냉장고와 찬장을 샅샅이 뒤져서 쓸 만한 재료를 꺼내놓는 과정이라고 보면 돼요.
“내가 살아온 삶의 조각들을 한자리에 꺼내놓기”
성공 사례, 실패 경험, 인상 깊은 인물과의 만남, 도전적 과업 등
“이건 별로일 텐데” 하고 무시했던 에피소드까지 전부 써보는 게 중요
“스토리텔링할 만한 요소를 발굴하기”
자소서에 쓸 수 있는 가치 있는 순간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 먼저 전부 나열해본다는 것
나열 후에 요리하듯 골라 쓰면 되는 거죠.
“나의 과거와 현재 사이의 연결고리 찾기”
가만 보면, 과거의 사소한 경험이 지금의 내가 가진 강점과 이어지기도 합니다.
“어? 이때 익힌 습관이 지금 회사 생활에도 계속 도움을 줬네?” 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에피소드를 발견하는 게 관건
사람들이 “내 삶엔 대단한 게 없어요”라고 말할 때, 실제로는 ‘특별한’ 경험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식당 알바를 오래 했다: “그냥 음식 나르고 주문 받았을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고객 응대, 매출 관리, 재료 수급 등 다양한 일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큼.
아이를 키웠다: “그저 육아했을 뿐…”이라 말하지만, 시간·자금·교육 관리 등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온 거나 마찬가지.
군 복무 시절: “별로 특별한 일 없었어요”라고 치부해도, 위기 대응, 리더십, 체계적 보고 능력 등을 자연스레 몸에 익혔을 수도 있음.
이처럼 자신이 뭘 해왔는지도 모르는 상태일 수 있으니, 재료 모으기 단계에서는 사소하다 생각되는 일까지 몽땅 끄집어내는 게 좋습니다. 누가 봐도 대단해 보이는 일만큼이나, 소박해 보이는 경험이 의외의 스토리 자원이 될 수 있으니까요.
시간 축 활용
연령대·연도별로 삶을 나눠보세요. 초등/중등/고등/대학/성인 초기/최근 등.
각 시기에 했던 일, 활동, 직업, 취미, 에피소드를 자유롭게 적어보세요.
누구나 10대, 20대, 30대, 40대, 혹은 그 이상을 살면서 어느 정도의 사건들이 있었을 텐데, 이걸 ‘시간축 타임라인’으로 펼쳐보면 구체적인 기억이 다시 떠오릅니다.
주제별 목록
“내가 가장 즐겁게 몰입했던 일”
“삶의 위기를 느꼈던 순간”
“누군가로부터 가장 큰 칭찬을 들었거나, 내 스스로 뿌듯했던 시기”
“내가 잘나서든 운이 좋아서든 결과가 좋았던 경험”
“이유를 막론하고 결과가 안 좋았던 경험”
이런 식으로 테마를 잡으면, 지금껏 잊고 지냈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아! 고등학교 땐 교내 장기자랑에서 1등했었지! 그때 무대 공포를 극복했었는데…” 같은 식으로요.
시각화 도구
마인드맵 프로그램을 쓰거나, 종이에 써놓고 화살표로 연결해보세요.
“이 사건은 내가 리더십을 배운 계기” → “그때 친구들과 창업동아리를 해봤다” → “이게 나중에 가게 창업 밑거름이 되었다” 식으로 연결고리를 그리면, 나중에 자소서 스토리로 ‘묶어낼’ 단서가 생깁니다.
재료 모으기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아주 큰 단위’로만 기록해두고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겁니다.
예:
“A회사 근무(10년)”
“육아(5년)”
“군 복무(2년)”
이 정도로만 써놓으면, 막상 글을 쓰려 할 때 뭐가 뭔지 기억이 흐릿합니다. 따라서, 재료를 적을 땐 조금 구체적으로 쓰는 게 좋아요.
예: “A회사 근무(10년) 중, 2015년 상품 기획 프로젝트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나?”, “2018년에 부서 이동해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나?” 등 세분화
예: “육아(5년)” 대신, “아이 초등학교 입학준비 과정에서 내가 담당했던 것: 학교 생활 정보 수집, 학부모 커뮤니티 조직, 교사와 소통 등”
예: “군 복무(2년)” 대신, “부대 전체 행사 기획을 맡았던 적, 후임 병사들과 갈등을 조정했던 에피소드, 상급자 보고 과정에서 배운 점” 등
이렇게 세부 에피소드로 분리해두면, 나중에 자소서 쓸 때 바로 스토리라인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가끔 “초단기 알바 한 번 했던 걸 굳이 적어야 하나?”, “한두 달 만에 그만둔 회사인데… 재료가 될까?”라며 꺼리는 분도 있는데, 한두 달 만에 그만둔 그 이력이 어떤 결정적인 깨달음을 줬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무가 나와 맞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것”을 깨닫고,
그래서 이후 진로 방향을 확실히 바꿨을 수도 있죠.
반대로, 짧았지만 인상 깊은 도움을 받은 상사나 선배가 있었다면, 그 인연이 강렬한 학습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별거 아니야”라고 치부했던 순간이, 때로는 자기소개서에서 가장 진솔하고 임팩트 있는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시간축 예시
2010~2012: 군 복무 (행정병, 부대 행사 담당)
2013~2015: 대학 복학, 동아리(창업동아리, 대외활동 2회)
2016~2019: 중소기업 인턴 → 정규직 전환(영업팀)
2020: 짧은 해외 봉사활동 → 코로나로 귀국
2021~2022: 노인일자리 상담사 근무(계약직)
주제별 브레인스토밍
가장 성취감 있었던 순간: 중소기업 영업팀 매출 첫 1억 달성
가장 힘들었던 위기: 군 행사 준비 2주 전, 예산 삭감으로 아이디어를 급히 바꿨던 일
의미 있는 ‘짧은 경험’: 해외 봉사 3개월간, 언어장벽을 극복하며 팀원과 협업
내가 주변에게 자주 들은 칭찬: “네가 있으니까 분위기 살더라” (조화·소통 능력?)
실패했던 사건: 대학 시절 창업동아리 사업 발표회에서 본선 진출 못 함 → 계기로 무엇을 배웠나?
이렇게 30분 정도 투자해 목록을 만든 뒤, 각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면, 자소서 소재가 풍부해집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건, 재료 모으기의 목표는 한꺼번에 전부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재료가 많아야, 그중 “이걸 이번 자소서에 맞게 골라 써야겠다”고 선택할 수 있거든요. 반면 재료가 부족하면, 막상 원하는 스토리를 구성해야 할 때 더듬거리며 “에이, 이 얘긴 좀 약한가?”, “이거 말고 쓸 게 없는데 어떡하지?”라는 식으로 방향을 잃어버립니다.
즉, 재료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중에 서류 목적(지원 직무나 회사의 가치관, 혹은 글의 주제)에 부합하는 사건을 뚝딱 골라낼 자유가 생기죠. 한마디로, 이 많은 재료 중 내가 ‘요리’에 쓸 몇 개를 픽할지는 그다음 문제라는 말입니다.
재료 모으기를 제대로 해본 분들은 대부분 “생각보다 내 삶이 꽤 풍부했구나” 하고 놀랍니다. 평소엔 의식하지 못했지만, 막상 써보면 잊힌 기억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그 기억들 중에는 “난 이런 역량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런 비슷한 문제를 해결해본 적 있었네?” 같은 의외의 발견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존감이 살짝 올라가는 경험도 있습니다. “내가 별거 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 일생을 들춰보니, 참 많은 걸 해왔고, 알게 모르게 실력을 키웠네”라고 느끼는 순간, 자소서를 좀 더 당당하게 쓰게 되거든요.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너무 긍정적인 이야기만 찾지 말라”는 겁니다. 실패나 후회가 남는 일도 마찬가지로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자기소개서에서 ‘갈등’ 혹은 ‘단점 보완’ 파트 등을 쓸 때, 이 부정적 에피소드가 강력한 서사로 변모하기도 합니다.
실패라는 단어가 붙어도, “그 안에서 어떤 문제를 만났고, 어떻게 극복하려 노력했으며, 결국 뭘 배우게 됐나”를 연결하면 좋습니다.
재료 모으기 단계에서부터 “아, 이 실패담은 차라리 자소서에서 빼야지”라고 미리 선별하지 마세요. 일단 써놓고 나중에 정말 필요 없으면 그때 제외해도 늦지 않습니다.
성공과 실패는 종이의 앞면과 뒷면 같은 관계입니다. 내가 실패나 후회로 기억하는 스토리도 살짝만 돌려보면 대사서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요리를 생각해 보면, 좋은 재료가 많아야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자기소개서도 재료(경험, 에피소드, 사례)가 풍부해야 더 다채롭고 설득력 있는 글이 탄생합니다. 그래서 첫 단계로, “내 인생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 그리고 그때 내 감정과 행동”을 한데 모아보는 과정을 거치는 거죠.
이 단계를 제대로 해두면, 다음에 이어질 스토리 구성이나 문장 다듬기에서 훨씬 수월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어떤 소재가 가장 나다운가?”, “이 직무에 맞는 경험은 무엇이었나?” 등을 결정할 때, 이미 손에 들고 있는 카드가 많으니까요.
결국, “작은 일도 놓치지 말자”는 이 한마디가 재료 모으기의 핵심입니다. 초기에는 사소해 보이더라도, 글을 쓰다 보면 뜻밖의 장점이나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 당장 30분 정도 시간을 내서, 메모지나 노트 앱에 내 과거의 사건 목록을 적어보세요.
분명 “아, 이거 좀 재밌는 스토리가 될 수도 있겠다” 하는 깨달음이 찾아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