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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성민 Jun 25. 2022

뉴욕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기 #2

패션 브랜드 - 실내 촬영


1) 맨해튼에서 브루클린으로

촬영 스튜디오로 가는 길


처음 뉴욕에 온 이후로 5일이 지났다. 우리 팀은 패션 브랜드의 웹사이트에 새로 업로드할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뉴욕에 모였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 팀은 아트디렉터, 브랜드 디자이너(나), 포토그래퍼가 투입이 됐으며 함께 모여서 택시를 타고 30분을 정도 달린 뒤 브루클린에 도착했다.



2) 브루클린 공장을 개조한 스튜디오 (a.k.a 진짜 힙한 감성)

스튜디오 건물 맞은편 모습


우리가 촬영할 장소는 브루클린 외곽에 위치해있는 옛 공장을 개조한 스튜디오였다. 관광객이 아무도 없고 모두 공장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벽면에는 아티스트들이 남긴 그래비티로 가득했다. 힙합의 도시답게 길거리에는 리듬을 타는 사람들이 지나가서 신기했지만 동시에 거칠고 살벌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며칠 전에 성수동 카페거리를 갔었는데 공장 같은 낮은 건물이 줄지어 있는 것이 브루클린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브루클린이 훨씬 더 무서운 분위기였던 것 같다.


건물 안 엘리베이터 내부 모습


우리는 간판 하나 없는 낡은 공장에 들어갔다. 큰 철문을 열어보니 철근이 다 튀어나와서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엘리베이터가 나왔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이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았고, 우리는 촬영 소품을 들고 겨우 계단을 올라가서 3층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3) 뉴욕 아티스트들의 흔적이 있는 브루클린 스튜디오

스튜디오 내부 모습


그곳은 야외의 낡고 어둠침침한 느낌과 전혀 다르게 아티스트의 감성이 물씬 나는 스튜디오였다. 스튜디오의 주인은 에어비엔비를 통해 렌트를 하고 있는데, 이미 많이 들렸던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방명록처럼 남기고 간 그림, 낙서, 물감, 소품 등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전 사용자의 흔적들을 모두 치우기 마련인데, 이 스튜디오 주인은 아티스트들이 서로 영감을 받을 수 있게 그들의 흔적들을 남길 수 있게 했다. 그래서인지 소품 하나하나씩 생명력이 있었고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주인의 배려 덕분에 브루클린의 작은 스튜디오에서는 문화가 쌓여가고 있었고 그 흐름 속에 함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4) 촬영 시작, 브랜드 디자이너가 촬영지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촬영 도중에 잠시 쉬는 모습


대표님은 내가 더 다채로운 경험을 하길 원했다. 이번 뉴욕 출장도 그런 목적이었기에 촬영지에서 딱히 맡은 일이 없었다. 그렇지만 뉴욕에 온 만큼 현장에서 최대한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고 싶었고 그렇게 아래의 일들을 직접 찾아서 할 수 있었다.


클라이언트, 포토그래퍼, 아트디렉터가 라이팅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아트 디렉션 - 수평적인 의견 제시

대표님은 아트디렉터로서 기존에 기획했던 콘셉트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 위해 1. 모델들의 포즈를 디렉션 2. 패션 디자이너와 옷 핏을 조정하고 3. 포토그래퍼와 라이팅과 색감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직무의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했다. 자유분방하고 수평적인 팀 분위기 덕분에 나 또한 촬영장 안에서 수정했으면 좋을 사항이나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를 때마다 옆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었다.


포토그래퍼의 보조 - 라이팅 조절

포토그래퍼는 모델들이 도착하기 전에 라이팅 조절을 시작했다. 처음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 세팅되어 있던 라이팅은 창문의 빛이 그대로 들어와서 라이팅 위치를 바꿔야만 했다. 나는 그와 함께 라이팅 소품들을 빛이 덜 들어오는 적절한 방향으로 옮겼고, 실험 촬영을 위한 피사체가 되는 등 포토그래퍼가 작업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왔다.


BTS 사진 및 동영상 촬영

나는 컬렉션의 BTS촬영을 맡았는데, 촬영 중간중간에 모델들이 쉬는 모습, 대화하는 모습, 열심히 일하는 모습 등을 자유롭게 촬영했다. (이번에 업로드한 사진도 BTS의 일부이다.)


모델들과 한창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자신과 친한 트럼펫 연주자가 오늘 유명한 재즈바에서 공연을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랑 대표님이 오늘 저녁에 예약했던  재즈바였던 것이다! 정말 신기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재즈바로 향했다.


5) 촬영 끝, Smalls Jazz Club 도착

Smalls 재즈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는 재즈바가 뉴욕의 역사가 깊은 재즈바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사진 속 간판을 보면 Smalls에서 ls만 남아있는데 재즈가 탄생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세월의 흔적이 엿보여서 너무 좋았다. 좁은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서 재즈바의 역사가 담긴 사진들과 뉴스 기사 스크랩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오늘 만났던 모델 친구인 트럼펫 연주자


동굴 같이 작은 공간에서는 피아노, 첼로, 트럼펫 소리로 가득 찼고 서로가 치열하게 음을 주고받는 재즈의 매력에 푹 빠졌다. 공연이 끝난 후, 갑자기 사진 속 트럼펫 연주자가 다가왔고 우리에게 모델 친구한테 들었다고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포옹을 했다. 이렇게 역사적인 공간에서 현지인 연주자와 인사를 했다는 것이 꿈만 같았고 무엇보다 타지에서 환영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기분이 좋게 출장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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