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방콕

여행으로, 그리고 삶으로 마주했던 방콕의 풍경들 (1)

by Phillip

내가 처음으로 한 달 넘게 체류했던 국가는 방콕이었다. 일로 한동안 중동에 나가 있기 전까지 방콕을 여러 가지 이유로, 또 꽤나 자주 들락날락했다. 일로, 그리고 때로는 일상으로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니며 보았던 방콕의 모습들을 두서없이 정리한다.


#맥주




여행자들의 성지라 여겨지는 방콕의 카오산 로드. 길을 거닐다 마주하게 되는 좌판에는 늘 맥주로 목을 축이며 더위에 지친 걸음을 쉬어가는 이들로 가득하다. Chang도 있고, Singha도 있고, Leo도 있다. 맥주는 600ml가 넘는 큰 병 한 병에 80밧. 한화로 2500원 선이다. 80밧을 더하면 간단한 안주도 함께 맛볼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늘 안주는 시키지 않았던 듯하다. 따로 안주가 필요 없었다. 맥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고개를 돌리노라면 여기가 별천지이다. 일 년 내내 오대양 육대주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거리는 붐비운다. 단기 관광객들은 가방을 짊어지고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고, 오랜 시간 인근에 머물며 드레드를 하고 타투를 몸에 세기고 있는 장기 여행객들은 그룹을 이루어 어슬렁어슬렁 습한 그늘 한 가운데로 사라진다.



꼭 허름한 좌판을 찾을 이유는 없다. 호화로운 대형 쇼핑몰들로 가득한 방콕 중심부로 나오면 쉽게 맥주 프로모션을 하는 무대들을 접할 수 있다. 가격은 좌판들 보다 조금 비쌀지 몰라도 모델들에 둘라쌓여 맥주 한잔 기울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술 한잔 기울이다 속이 허하면 다시 거리의 음식점들을 찾는다. 방콕은 길거리 음식의 천국이다. 집에서 음식을 해 먹기보다는 외식을 선호하기에 전 세계 다양한 먹거리들을 방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거리의 음식점이라고는 하나 선택할 수 있는 메뉴도 많고 음식의 퀄리티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개인적으로는 그리 느끼고 있다.) 술안주 삼을 만한 꼬치나 생과일, 그리고 생과일을 갈아 만든 주스들도 팔고 있다. 방콕에 머물 때 숙소에 들어가기 습관처럼 집 앞 좌판에 들러 먹거리를 사서 들어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텅러(Thong lur), 그리고 망중한을 안겨준 숙소의 기억




텅러(Thong lur), 그리고 에까마이(Ekkamai). 방콕의 대표적인 부촌이라고 한다. 잠시 살았던 건물엔 태국 사람들보다 일본인들이 많았고, 백인들도 꽤 많았다. 가끔 여행으로 들르면 반가이 맞아주시는 형님 한분도 텅러 쪽에 거주하고 계시어 얼마간 방콕에 들르면 늘 텅러로 숙소를 잡고 하였다.


위 사진은 작년에 새로 생긴 텅러 수팔라이 콘도에서 찍은 사진이다. 작년 여름 잠시 친구와 방콕에 휴가 차 들렀을 때 장기 렌트를 하여 묵었다. 신축이고 입주한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아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숙소를 빌렸던 기억이 있다. 옥상에 잔디밭과 테이블이 있어 잠시 바람을 쏘이러 옥상에 오르곤 하였다. 이렇게 탁 트인 방콕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어 자주 찾곤 하였다.



7층으로 내려가면 선베드와 수영장이 마련되어 있다. 옆에는 작은 피트니스 센터도 있다. 앞쪽으론 나름 규모가 있는 사원도 있어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도 내려다 보인다. 함께 머물렀던 친구가 수영을 좋아해서 심심하면 선베드로 나가 누웠다. 친구는 수영을 하고 난 옆에서 졸곤 하였다. 뭔가 나른한 풍경, 망중한이 거기에 있었다.



숙소는 37층. 야경도 멋졌다. 웬만한 루프탑 바를 가는 것 보다 숙소 테라스에서 맥주 한잔 기울이며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나았다. 꼭 시간이 멈춰있는 듯 한 방콕의 야경을 앞에 두고, 그땐 나의 시간도 더디 흘렀다.


촌각을 다투어 선택에 내몰리고 있는 요 며칠, 삶이 참 재미가 없다. 사진을 볼 때마다 되뇐다. 다시금 여행이 필요하다.


#여행

#방콕

#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