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 생활 #2 - 이직 여정 정리

외국계 회사 리서처의 이직하기

by 품행제로

개인적으로 주위에서 이직에 대해서 물어보면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편이다. 트위터에서 짧은 주기의 이직과 관련해서 논쟁이 벌어진 것을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고용주나 임원은 짧은 이직을 반복하면 좋을 것이 없다는 의견이었고, 실제 고용인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이직을 장려하는 분위기였다.

관련 트위터: https://x.com/Kostastsale/status/1683207061755297792?s=20


개인적으로 이직을 결정하는데 몇 가지 기준이 있다. 현재 회사에서는 이직을 해야 할 명확한 이유가 없었기에 7년이라는 시간을 정착해 있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몇 가지 이유가 생기기 시작했고, 2023년 중반 정도부터 본격적으로 이직을 위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 글에 이직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점들 그리고 나름의 노하우를 정리해 봤다.

Screenshot 2024-05-02 at 10.14.44 PM.png

시장 상황

이직도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다. 시장의 상황에 따라 기회가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다. 본격적인 이직 활동을 시작했을 무렵 채용 시장은 정말 최악이었다. 최근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인해 대부분의 기업의 채용이 얼어붙어 있었다. 오히려 있던 사람도 쫓겨나는 상황이었다. 아래 공고처럼 싱가폴 테슬라의 Threat Analyst, 애플의 Threat Intelligence Analyst 각각 한 명을 뽑는 포지션에 500명 이상이 지원하였다. 실제로 빅테크에서 일하는 지인들을 통해 들은 얘기도 가끔 포지션이 하나 오픈되면 이력서가 물밀듯이 들어오며, referral(지인 추천)이 아니면 인터뷰 기회도 어렵다고 하였다.

Untitled.png

시장만 봤을 때는 정말 절망적이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지원자가 골라서 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완전 반대가 되어 있었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그래도 시장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디가에는 추가 채용이 있는 법.


준비 과정

이직은 에너지와 시간이 많이 필요한 과정이다. 그동안 이직 준비를 하면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었고 그 과정이 힘들었던 적도 많았다. 자책을 하기도 속이 까맣게 타기도 했었다. 정말 이직은 긴 호흡이 필요하며, 많은 준비가 필요한 과정이다.


이력서 준비

인터뷰 기회라도 얻기 위해서는 이력서 준비가 중요하다. 이력서 준비 역시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국문 이력서에 비하면 영문 이력서는 적을 내용이 적다. 하지만 그만큼 짧고 간결하게 나의 경력을 어필해야 한다. 특히나 경력직의 경우 본인이 이룬 성과 위주로 간결하게 적어야 한다. 최대한 결과물 위주로 적을 수록 좋다. 블로그 발표, 컨퍼런스 발표, 작성한 보고서의 정량적인 수들, 참여한 프로젝트 등등. 이상적인 영문 이력서의 길이는 한두 페이지라고 한다. 경력과 성과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3 페이지 이상의 이력서는 추천하지 않는다. 별거 아닌 경력을 길게 늘여 쓰는 것은 절대 좋은 이력서가 아니다.

ChatGPT 등 AI 서비스를 이용하여 다듬기

영문 이력서를 작성하다 보면 부족한 영작 실력으로 간결하고 전문적인 것처럼 보이도록 작성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럴 때 생성형 AI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일차적으로 이력서를 작성한 뒤 모든 문단을 AI 서비스를 이용해 다듬었다. 좀 더 간결하고 전문적으로 보이도록.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자연스러움이 부족해 보였다. 너무 기계적인 문단은 오히려 감점일 듯하다. AI의 도움을 받되 최대한 휴먼 터치가 느껴지는 프롬프트의 사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변 지인을 이용하여 이력서 검토

AI를 이용해 다듬은 이력서는 아직도 작위적인 느낌이었다. 휴먼터치가 필요했다. 같은 팀에서 보고서의 편집을 담당했던 친한 외국인 친구에게 이력서 검토를 부탁했다. 흔쾌히 응해줬고 확실히 글 실력이 좋은 친구라 어색한 부분들을 많이 손봐줬다. 결국 AI와 사람의 손을 거친 훨씬 그럴싸한 이력서가 준비되었다. 이력서는 최대한 주위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을수록 내용이 알차진다. 내가 작성한 글을 계속 보고 있으면 부족한 부분을 알기 힘들며 때로는 다른 사람의 새로운 시점이 큰 도움이 된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해서 피드백을 받을 수록 좋다.


조용히 이직 여부 알리기

경력이 쌓일수록 인맥을 통한 이직의 기회가 많아진다. 그만큼 외국 회사의 경우도 인맥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생각하는 인맥과는 조금 다른 의미인듯하다. 학연, 지연, 혈연이 아닌 진짜 업무 상에서 좋은 인상을 남긴 사람들과의 관계를 말한다. 이런 인맥이 많을수록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이직을 결심하고 나서 주위에 친한 지인들에게 슬쩍 현재 팀에 채용 계획이 있는지 물어봤다. 오픈된 자리가 없더라도 현재 이직을 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실제로 이렇게 해서 이력서를 보내보거나 관심을 보인 곳이 있기도 했다. 지인이 본인의 지인에게 나를 소개해 준 경우도 있었다. 수면 아래에서 소문을 내는 작업은 확실히 기회를 늘릴 수 있다.


오픈된 공고 찾아보기

물론 매일매일 오픈된 공고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일단 내가 가고 싶은 회사의 목록을 정하고 해당 회사의 오픈된 포지션을 알려주는 메일링 서비스가 있다면 모두 설정해 놓는다. 대표적인 채용 공고 사이트도 물론 특정 키워드로 알림 설정을 해놓거나 매일 모니터링한다.

링크드인: https://www.linkedin.com/

글래스도어: https://www.glassdoor.com/

인디드: https://www.indeed.com/

닌자잡스: https://ninjajobs.org/

이직하려는 분야에 맞게 검색을 하거나 키워드 알림 설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threat intelligence” 또는 “malware analysis” 등의 키워들 이용하여 오픈된 공고를 찾았다. 하지만 채용 시장이 얼어붙어 있어 오픈든 공고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가지 팁은 비슷한 타임존에 오픈된 공고의 경우 한국에 있더라도 인터뷰의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보안 연구 관련된 공고의 경우 비슷한 타임존의 팀 멤버들을 한 팀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싱가포르, 호주 등에 오픈된 공고일지라도 법인이 위치한 곳에 맞게 공고만 올라왔을 뿐 실제로 APAC에 위치한 사람을 뽑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마지막까지 오퍼를 받은 회사의 경우 공고가 올라왔을때 싱가폴에 사람을 채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비슷한 타임존에 있는 사람을 제한없이 뽑고 있었다.


소셜 미디어 모니터링

의외로 소셜 미디어에도 채용 공고가 많이 올라온다. 주로 트위터나 마스토돈 같은 보안 관련된 커뮤니티가 많이 활동하는 소셜 미디어의 경우 HR팀에서 주로 올리는 위의 채용 공고 플랫폼에 없는 공고들을 개인적으로 포스팅하기도 한다. 실제로 다른 오퍼를 받은 회사의 경우 트위터(X)에 미국 팀장이 올린 채용 공고를 보고 DM을 보냈으며, 그렇게 인터뷰까지 연결되어 최종적으로 오퍼까지 받은 경우였다.


인터뷰

신입의 경우 검증을 위해 기술적인 인터뷰를 반드시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경력직의 경우 생각보다 하드코어 한 기술 인터뷰보다 해온 업무에 대한 질문과 그 안에서의 경험이나 노하우를 많이 물어봤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경력직으로서 이직을 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만든 결과물(보안 컨퍼런스 발표, 블로그, 화이트 페이퍼 등)에 대한 정리가 잘 되어있다면 그걸로 증명이 되는 경우가 많아 기술적인 인터뷰는 순조롭게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실제로 이번에도 인터뷰를 보면서 기술적인 세부사항에 대한 질문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식으로 일을 진행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예를 들어:

사이버 공격의 전체 공격 과정(full context)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거나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최근 infection chain을 보면 마지막 페이로드를 구하는 것이 많이 어려운데 노하우가 있다면?

최근에 분석했던 공격 사례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code Injection을 사용하는 악성코드를 어떤식으로 분석하는지?

심하게 난독화 되어있는 자비스크립트 악성코드가 있다면 어떻게 분석하는지?

어떤 디버깅 툴과 플러그인들을 사용하는지?

actionable intelligence 생산을 위해 어떤 output들을 생성 가능한지?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외국계 기업 지원 시 걱정하는 것이 영어 인터뷰 일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하지만 대부분은 완벽한 영어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보다 기술적인 내용에 대한 명확한 전달이 중요하다. 완벽한 문법이 아니더라도 내용 전달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이해하지 못한 질문은 확실히 이해할 때까지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이런 적극성이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상대방도 조금 쉬운 단어로 설명해 줄 것이다.

이번에 이직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경력이 쌓일수록 내가 해온 커리어에 따라서 인터뷰 과정이 수월해 질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나의 커리어가 어느 정도 인정을 받게되면 그만큼 인터뷰가 수월해진다. 또한 이 분야(위협 인텔리전스)는 무엇보다 꾸준함이 중요해 보였다. 과거의 영광스러운 경력은 그냥 과거일 뿐이고, 꾸준히 그런 결과물들을 생성하고 있느냐가 아주 중요하게 느껴졌다.


Post-interview

인터뷰 후에는 느긎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인터뷰 과정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질문에서 답변을 못했는지 어떤 기술적인 부분에서 설명이 부족했는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에 다른 기회를 얻더라도 비슷한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Self feedback은 큰 도움이 된다. 물론 기다리는 동안 다른 기회를 계속해서 찾는 것도 중요하다. 인터뷰가 끝났다고 모든 과정이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도 최종 오퍼 사인까지는 회사 내부적으로 많은 과정들을 거쳐야 하며, 적게는 한두 달 많게는 그 이상이 소요된다. 이 시간을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으므로 다른 기회를 계속 찾아야 한다. 또한 인터뷰를 본 회사에서 요청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빠른 답변을 해주는 것이 좋다. 너무 느린 답변은 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오퍼레터에 사인을 할 때까지는 무조건 긴장해야 한다.

회사마다 틀리지만 어떤 회사는 기술 인터뷰가 진행되기 전에 희망 연봉을 물어 보기도 하고, 어떤 회사는 최종 면접 합격 후 희망 연봉을 물어본다. 이 과정에서도 “이제 패는 내가 쥐고 있으니 한 번 질러볼까?”라는 심정으로 무작정 지르게 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실제로 회사 측에서 생각하는 연봉과 너무 큰 차이가 나면 바로 채용 프로세스가 종료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연봉을 올리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줗을 것 같다. 회사마다 인사 담당자마다 틀리겠지만, 직접적인 금액을 말하는 것보다는 회사 내부 규정에 따르겠다는 식의 표현이 더 적당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다.


결론

이직은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직장인에게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이직을 진행하면서 배우는 점도 많고 내가 부족한 점을 채울 수도 있다. 총 10곳 정도의 회사에 수 십 번 지원을 하고 3번의 인터뷰 기회를 거쳐 2개의 최종 오퍼를 받는 동안 나의 부족한 점, 잘하고 있는 점을 다시 한번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새로운 곳에서 적응은 또 힘들겠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에 힘들었던 이직 과정이 마냥 힘들지 많은 않다. 오늘도 이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든 직장인들 화이팅!

Screenshot 2024-05-02 at 10.36.46 PM.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올바른 위협 인텔리전스 보고서의 요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