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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연 Jul 28. 2022

250일의 노력 버리기

피벗팅을 결정했다.

우리 회사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문제는 유통기업인지, 제조기업인지 감을 못 잡았다는 거다.

확실한 건 우리는 제조기업이 되고 싶다는 것이고. 실제로 간식 제조는 지금 당장도 가능한 자금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도 가능하고) 그렇지만 사료 제조는 다른 분야다. 배합 기술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욱 어려운 기술이고, 이를 말리는 (건사료) 기술도 꽤 어려운 기술이다. 자금도 시간도 능력도 모든 게 부족했다.

*우리가 사료를 제조하고자 하는 이유는 두 가지열은데, 하나는 이윤의 문제이고 또 하나는 사료 회사의 민사소송이였다.


그런데도 나는 투자를 무리하게 받아서라도, 사료 제조를 하고 싶었다. 우리 회사 핵심 BM은 사료인데, 이걸 모두 외부에 의존하는 게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우리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걸 망각해버렸다!


투자자는 우리가 `유통기업`인지 `제조기업`인지 헷갈렸고, 우리의 논리는 앞뒤 안 맞는 헛소리로 전락해버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투자사들이 `우리가 정의한 문제 '우리가 정의한 문제가 심각한게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마당에 더욱 논리가 빈약하게 되어버린거다. (나의 햇갈린 방향 설정때문에 우리는 투자유치 기회를 2번이나 놓쳤다.)

ir자료

몇분의 선배님들은 '일단 사료 구독 서비스를 잠시 접고, 간식 제조에 집중해보라'고 조언했다.

사실이게 맞다. 마진도 높고 리스크도 더욱 낮으며, 현금도 바로 창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8개월간의 노력이 너무 아까워 계속 사료 구독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투자나 고민하고 있었다. (정말 멍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는 피벗팅을 했다. (창업 이후 2번째 피벗팅.) 물론 BM을 모두 바꿔버린건 아니지만, 내부적 전략을 수정했다. 기존 우리의 핵심 BM이였던 사료 구독서비스는 사료 유통으로 내부적인 전략을 바꾸고 현재는 간식 제조및 큐레이팅쪽으로 핵심 BM을 변경하였다.


솔직히 처음에 너무 아까웠다. 우리가 수백일을 노력한 서비스를 버려야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벗팅한 지금에서는 너무 속이 후련하고, 결정의 룰이 생긴 기분까지 든다.


한번에 너무 많은걸 할려고 하면 속이 체한다. 나는 한번에 많이 먹겠다고 난리쳤던거다.

조금씩 꼭꼭 씹어먹다보면, 언젠간 내가 먹고 싶은걸 다 먹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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