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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빈 Nov 18. 2022

찬란한 그리움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

※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를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블랙팬서가 처음 나왔을 때,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블 영화는 주로 헐리우드 자본주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거대한 액션씬과 현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새로운 세계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블랙팬서는 기존의 마블 영화와는 결이 조금 달랐다. 아프리카 어딘가에 있을 법한 왕족과 의식을 중시하는 부족 문화를 계승하는 와칸다는 이와는 언밸런스하게도 세상 힙한 무기를 사용한다. 무엇보다도 최강의 왕국이라는 자부심으로 왕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대규모의 전투씬은 웅장하고 찬란했다.

<블랙팬서>를 사랑했던 만큼 채드윅 보스만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팬들에게 큰 충격과 슬픔이었다. 채드윅 보스만이 없는 블랙팬서 시리즈가 나온다고 했을 때,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기도 하고 우려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영화는 티찰라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로부터 1년 후, 티찰라의 동생이자 와칸다 왕국의 공주인 슈리는 오빠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그에 대한 그리움을 놓지 못한다. 한편, 왕의 빈 자리를 여왕인 라몬다가 재위하며 대신하지만 강대국들은 이 때를 틈 타 비브라늄을 탈취하려고 와칸다를 위협한다.

그러던 와중, 바다 깊은 곳에 위치한 탈로칸이라는 왕국의 왕인 네이마가 와칸다를 찾아와 동맹을 제안한다. 비브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탈로칸의 네이마는 동맹의 의미로 비브라늄 탐지기를 발명한 미국의 한 과학자를 데려 오라고 말한다. 슈리와 와칸다의 장군, 오코예는 비브라늄 탐지기를 발명했다는 리리 윌리엄스를 찾아 와칸다로 데려 가려던 중 탈로칸 부족의 공격을 받아 슈리와 리리 윌리엄스가 납치된다. 이를 둘러싸고 탈로칸과 와칸다의 대립이 시작된다.



SELLING POINT. 여전히 찬란한 전투씬, 그리고 그리움

탈로칸이 바다를 기반으로 한 부족인 만큼 이번에는 대규모의 해상 전투씬이 볼 만하다. 마치 아타바를 떠올리게 만드는 파란색의 반인 반물고기(?) 탈로칸 부족은 고래를 타고 바닷 속을 이동해 물 폭탄을 터뜨리기도 하고, 어느 순간 와칸다에 쓰나미를 일으키기도 한다. 반면, 육지에서 한 멘탈 한다는 와칸다 전사들은 여전히 왕국을 지켜야한다는 사명감으로 탈로칸과 싸운다. 전혀 다른 두 부족의 대규모 전투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영화는 적당히 볼 거리도, 적당히 티찰라에 대한 그리움도 남았다. 슈리는 그에 대한 그리움을 떨치지 못하지만, 그 상실감은 결국 슈리를 성장시킨다. 그리고 결국 그녀도 개인적인 감정이 아닌, 와칸다를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한다. 티찰라와 너무나 달랐던 슈리가 결국 그의 정신까지 계승한다는 점에서 또 한 번 그를 깊이 있게 추억하게 된다. 티찰라로 시작해 티찰라로 끝나는 이 영화는 티찰라, 채드윅 보스만에 대한 찬란한 그리움이 담긴 영화였다.



팬들 사이에서도 영화에 대한 평이 엇갈리고 있는 것 같다. 티찰라의 빈 자리는 아쉽지만 전편의 매력은 유지하면서 채드윅 보스만의 빈 자리를 적당히 채우려고 하지도 않았던 점이 좋았다.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하나의 페이즈를 천천히 마무리하며, 새로운 페이즈를 조심스럽게 여는 시작이 아닐까 기대해 본다.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국민마저 와칸다 포에버를 외치게 만드는 것을 보면 마블 왕국은 아직도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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