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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Sep 13. 2016

스타트업! 로켓 같은 소리는 그만!

스타트업은 정말 로켓을 쏘아 올릴까? 아니면 로켓에 집착하고 있진 않을까

"로켓에 연료 만땅 채워놨어요 얼른 올라타세요"

"너만 탑승하면 우리 로켓은 출발한다~!"


스타트업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로켓!


스타트업을 로켓으로 비유하여,

기술력 또는 기막힌 아이디어와

스타트업 특유의 문화, 업무 스타일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 성장, 성장을 거듭해 대기권을 뚫고 올라간다는

로켓 비유.


그래...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알리바바 등은 로켓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로켓처럼 승승장구, 끝없는 성장을 하는

스타트업들이 분명 존재한다.

(쿠팡, 배달의 민족, 다음카카오 등)




꿈을 꺾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실을 바라보자는 거지.


늘 웹이나 SNS 또는 언론보도를 통해 이슈가 되는

스타트업들의 예는 사실 극소수의 특수한 케이스이다.


모든 스타트업 대표는 그러한 모델들을 선망하고,

따라 하려 하고, 배우려고 한다.


잘 나가는 벤치마킹 대상이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접근방식이다.

더불어 실패한 모델을 통해서도 배우는 것이 균형 잡힌 시각이다.


스타트업은 빠르게, 빠르게 성장을 반복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성장하는 것만이 오직 스타트업의 해답일까?


단어가 그럴듯하게 좋아 스타트업이지

사실은 가진 거 정말 없는 소기업이다.

(원래는 "가진 거 X도 없는"이라고 썼다가 수정했다)


현실적으로 우리 스타트업들은 참 모자란 회사들이다.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다.

그래 꿈은 크게 잡자. 


근데 계획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세워야지.

그리고 Plan B와 Plan Z는 준비해 둬야지.


로켓이라 말하기 전에

대표 및 경영진은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로켓인지 아니면 활주로가 필요한 비행기인지.


짧은 순간에 치고 올라가 우주에 인공위성을 날리는지,

아니면 여기저기 취항하며 멀리, 오래가야 할 비행기는 아닐까?


많이들 투자자들의 Exit에 눈이 돌아가서

회사를 어느 정도 값이 되면 팔려고 한다.


IPO는 우리 스타트업들에게 먼 일이니까 좀 생략하더라도

왜들 투자자의 입맛에 맞는 회사를 만들려고 하는지...


나도 투자를 받기 위한 활동을 하는 입장이라 

이해는 된다만,


우리 회사는

높이 쏘아 올려지는 로켓보다는


더 많은 사람을 태우고 

더 오래 날아다니며

이 나라, 저나라 돌아다니는 비행기를 꿈꾼다.


(출처: 구글, 우리는 비행기를 꿈꾼다)


한 번 날리고 끝내고, 

그 경험으로 다시 한번 쏘아 올리고,

또 쏘아 올리고, 그렇게 계속 성공적으로 

쏘아 올리는 식의 회사가 

엄청 빠르게 성장할지는 몰라도,

그러다 훅 갈 수 있다는 거.




스타트업은 

끝없이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고

세뇌된 많은 창업자들에게 

나의 주장은 좀 바보 같을지 모르겠지만


조금 느리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높이의 고도로 

자유로이 핸들을 조정할 수 있고,

함께 탄 승객들이 안정감을 느끼고 날아가는

그런 회사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그래. 

투자자들은 특히나 짧은 시간 안에 

회수해야 하니까 성장하라고 채찍질한다.


다들 그렇게 성장만이 답이라고 

미친 듯이 달리는데...


그래서 어느 정도 고도에 다다르면

속도 조절이나 방향 조절이 쉬울까?


중간에 1단, 2단 떨어져 나가고 나야

'아~ 여기까지 올라온 게 우리의 능력이 아니었구나'

하고 정신 차려 뒷수습이 가능할까?


그땐 우리가 바라던 회사가 아닐 거다.

돌아보면 떨어져 나간 1단, 2단 분리체가

사실은 우리 동료고, 

우리 진짜 엔진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우린

잡스나 베조프, 저커버그, 마윈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환경과 배경과 잘 짜인 각본에

주인공으로 발탁된 특이한 케이스랄까.

(물론 그들이 위대한 창업 가란 건 누구도 부인 못 한다.)


우리는 우리들의 리그가 있다.

룰이 다르다.

창업환경과 투자환경이 전혀 다르다.


좀 잘 나가려고 하면

대기업들이 여기저기 찔러보고 감 놔라, 배 놔라 한다고.

(서로 상생하며 윈-윈 하는 기업도 있지만...)


왜 우리나라엔 그런 세계적인 유니콘이 없냐고?

우리에겐 우리가 자라야 할 토양이 있고, 계절이 있다.

근데 억지로 키부츠 농업을 적용하면 잘 자라?

벼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밀농사 짓는 방식으로 키우면 잘 자라?


물론 다른 나라의 좋은 부분은 배우고, 현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실 정부도 그런 쪽으로 많이 고민한 흔적들은 보인다.)


근데 종자도 다르고, 자라는 환경도 다르다.

적용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럼 우리만의 환경에 맞추어진 생존을 해서 

유니콘이 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남이 대신 농사를 지어주는 건 아니다.

비료를 싸게 지원해주고,

영농교육을 시켜줄 수는 있어도,

결국 자기 농사는 자신이 제일 잘 알아야 한다.

자기만의 노하우는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다.




업무 상 경기도 안산, 시흥, 인천, 일산, 춘천을 자주 다녀.

지나가다 보면 보이는 오래된 공장들, 회사들을 보면


예전에는 별로 감흥이 안 왔다.

근데 지금은 그들 모두가 대단해 보인다.


살아남아서

적어도 자기 먹고 살 시스템은 구축한 회사들이니까.


오래되었는데 엄청 크지 않은 회사도 존경받아야 된다.

작지만 알게 모르게 영업이익이 많은 기업도 있다.

이름은 촌스러운데 글로벌 시장에서는 꽤 잘 나가는 회사도 있고...


(출처: 구글, 비행기에서 바라 본 하늘의 풍경도 아름답다)


꼭 유명하고, 언론에 잘 언급되는

그런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알짜배기로 그들만의 문화와 꿈을 이어가는 회사들이 있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 때문에

로켓에 미치지 말자.


빠르게 올라가는 것만 하다 보면

타고 있는 연료가 투자금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동료들을 태워가며 올라가고 있는 걸지도...


그리고 

나중에 그 넓은 우주에 

당신 혼자 남겨질 수도 있다.


(출처: 영화 마션 중에서, 홀로 남겨진 창업자가 되지 말자)


솔직히 버릇없이, 건방지게 강요하는 글이다.

제발 다들 좀비들처럼 같은 패턴, 같은 방향으로 쏠리지 말라고.


앞에서 그러니까

뒤에 따라오던 순진한 예비창업자들도 뭣도 모르고

따라 절벽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 창업자들이 좋아하는 말을 기억하자.


스타트업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누군가 성공한 케이스를 연구하고 벤치마킹하고

배우려는 것은 정말 좋은 자세지만


그것이 우리 모두의 정답이 될리는 없다.


린~~ 하게 성공해야 한다는

린스타트업?


그게 과연 모든 업종의 스타트업에게 맞는 말일까?

금형 한 번 수정하는데 얼마나 시간 걸리는데.

그 비용은 절대 싸지 않다.


애자일 기법?

스타트업 구성원이 

모두 일당백일 때야 가능하지.


현실은 그렇지 못한 동료도 있다.

그렇다고 그 동료가 무의미한가?

아니, 내일은 그 동료가 빛날 수도 있다.

아니면 내년일 수도 있지만...;;


어제 맞은 것이 오늘 틀리고, 

어제 틀린 것이 오늘 맞는 게 시장이다.


누구에게는 "시장의 운"이다.


무조건 따라 하지 말자.

누가 뭐래도 그 영역의 전문가는 창업자다.


가장 현실과 이론의 부조리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이고, 당신이다.




아직 우리 회사는 투자를 받은 회사는 아니다.

어쩌면 이러한 회사의 목적성은 투자자들에겐

그다지 구미 당기지 않을 테지만,


그보다 아직 우리의 수익모델과 팀원, 기술성이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게 더 정확한 현실이랄까?


정말 괜찮은 회사는 단점을 기억에서 지워버릴 정도로

강한 장점, 독보적인 차별성을 가진 회사이며,


아직 우리 회사는 부족한 게 많아서

(특히, 대표가 많이 모지리라서...)

어필이 잘 안 되는 많이 어설픈 스타트업이다.


근데 다행히도...

지인분들의 소개로 좋은 이야기는 참 많이 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의 아직 때 묻지 않은 백치미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




저 멀리 날아가고 있는 로켓을 보면서

부러울 때도 있다.


때로 그런 로켓들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두려울 때도 있다.


(때로 로켓은 폭발한다)


우리의 아이템은 화려한 폭발력을 가지지도 않았고,

세상에 최초, 최고의 기술로 구성된 유일무이한 제품도 아니고,

대표는 참 부족한 경영능력이라 시행착오도 많고,

멤버들은 해외 유명 박사급, 학벌의 초고학력자들도 아니고,

금수저조차 구경 못 해본 흙수저 들이다.


오직 살아남겠다는 일념?

생존본능으로 기고 또 구르며,

살아가는, 아니 살아남아가는 스타트업이다.


중고로 날개를 달고 있고,

싸게 구입한 엔진도 구비하고,

적지만 적어도 왕복 1회 연료도 채우고 있다.


우리는 비행을 꿈꾸는 스타트업이다.

우리 회사가 로켓이 아니란 걸 알기에 

발사대에 세우는 행동은 안 한다.


우리는 정비소를 거쳐

활주로로 나아가고 있는 

비행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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