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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Oct 18. 2019

창업으로 도망치지 마세요.

막바지에 내몰려 창업을 선택하는 종착지에 대한 단상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심슨" 애니메이션 구글링 짤)


"도망쳐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


취업이 안돼서, 회사에서 밀려나서 창업을 하려고 한다는 푸념 섞인 하소연에 전혀 동조하거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아.


실제로 내가 창업한다고 했을 때, 많은 친구들이 날 말리기도 하고, 걱정은 고맙지만 이런저런 논리적인 근거를 들면서 차라리 공무원 준비는 어떻냐고, 그게 더 낫다고들 했지. 그들을 비난하려고 하는 건 아냐. 날 걱정하는 맘과 친구로서의 조언은 기쁘게, 좋은 의미로 받아두었지만 그나마 변명 아닌 항변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적어도 "떠밀려서, 할 게 없어서" 창업을 한 게 아니라는 흔들리지 않는 소신이 있었기 때문이야.


직장에서는 인정받고 있었고, 오죽하면 회사를 그만두는 그 순간까지 회사 대표는 월급은 꼬박꼬박 줄 테니 그냥 회사에 출근만 해서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하라고 만류하기도 했어. 2년짜리 15억 원의 프로젝트도 따내고, 투자자와 미팅에 대표와 동석하고, 협상에 참가하기도 했지. 게다가 직군이 연구직이다 보니 그나마 안정적으로 자리에 엉덩이 붙이고, 일상의 직장 생활을 흘려보내도 되는 상황이었거든. 


그럼에도 학창 시절부터 노래하듯 줄기차게 외쳤던 "나는 창업해서 내 꿈을 이룰 거야", "난 꼭 이런 회사를 만들 거야"라는 밑밥을 깐 것도 있었고, 군대에서 만들었던 인생 계획 시나리오에 따라서 지금 아니면 대안 플랜으로 넘어가야 하는 기로에서 타이밍이 딱 지금이다라는 확신이 들었거든.


오래전부터 이런 나를 알고 있었던 친구들이었기에 걱정은 하지만 내 의견을 존중해 주고, 맘 돌리기 힘든 이상은 오히려 응원해 주는 편으로 일단락되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친구나 주변 지인들이 창업을 한다면 나 역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은 뜯어말려야지. 철저하게 팩폭과 약간의 협박을 한 사발들이 퍼붓겠어. 


"이봐요! 본인은 어쨌든 창업을 해 놓고, 남들은 말린다면 내로남불이잖소"


목적과 동기가 분명하고 강력한 상태에서 얼마나 디테일하게 계획했고, 플랜 B까지도 고려해 둔 상황에서도 실패로 끝나는 험한 여정이 창업이야. 준비를 아무리 해도 끝없이 부족한 게 넘치고, 준비 한 만큼 그나마 더 행동할 수 있는 반경이 넓어지는 게 이 바닥이야.


나라고 후회가 아예 없겠니? 창업한 거 자체는 후회가 없지만, 그로 인해 희생해야 했던 내 삶의 영역에서는 나 자신에게 후회한 적이 있어. 특히나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넘어서 늘 죄인 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걸.


그냥 지나가는 말로, 눈에 보이는 문자들로 "각오는 되셨나요? 결단하셨나요?"라는 수준에 즉흥적으로 "물론이죠"라고 답을 듣기 위한 글이 아냐. 이건 나름 준비를 하고, 계속 멘털을 부여잡으면서 지금까지 달려온 나의 고백이고, 반성이고 너에게 전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간접 경험담이야.



("심슨"의 생각 없이 찬성!, 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말인가 보군  )

그래도 뜻이 있고, 계획과 실행 능력이 있는 분들은 내 이야기를  보고 '그냥 이런 녀석도 있구나'하고 넘어가고 밀어붙일 거야. 


진심으로 그러길 바라. 그렇게 하는 순간, 너는 진짜 창업자로서 한 발을 더 내딛는 사람이야. 내 말에 겁먹고 물러설 거면 아예 근처에도 얼씬거릴 타이밍은 아니라는 거야. 퇴사 열풍에 휩쓸려서, 창업 트렌드에 몸을 맡기고 한 번 해보자라고 호기 부릴 때가 아니라는 거야.


적어도 내 글을 보고, 참고는 되더라도 꿋꿋하게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확실한 타이밍 각과 물밑에서 이미 확정된 길을 측정하고 있는 수준이라면 난 널 응원할 거야. 앞으로도 나 같은 사람들의 말은 참고 사항에 불과할 뿐이 되어야 해. 왜냐고? 너의 창업 여정 속에서 진성으로 조언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수많은 오지라퍼들과 참견자들, 사기꾼들도 너의 팔랑귀를 흔들어 재끼려고 할 거거든. 유연한 사고방식과 줏대 없는 사고방식은 엄연히 다르다고. 너에게는 창업에 대한 뚜렷한 기준, 부인하지 못할 근거, 흔들리지 않는 철학이 있어야 해.


그러한 이유로 이 글을 받아들이는 네게 나는 단지 지나치는 오지라퍼로 보일 때, 이 글의 존재 의미가 있는 거야. 그리고 나는 너에게 친구가 되길 간절히 바라게 될 거야. 



반면에... 되짚어보니


창업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회사 다니기 싫은 거였고,

직장에서 마주치는 그 인간이 미운 거였고

취업 안 하냐라는 질문을 피하고 싶은 거고

무얼 해야 할지 나도 모르는 마음이었다는 걸 

남들도 한다니까, 성공한 창업가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라는 

실상은 참 가볍기 그지없고, 이유가 될 수 조차 없는 


자기 자신에게 들켰다면...


허튼짓 하지 말고, 네 일상으로 돌아가라.

(출처: 심슨-남들하고 비교하는데 힘 빼지 말고, 너 자신에서부터 시작해)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상황이나 환경을 극복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걸 극복할 수 있다면, 뜬금없이 '창업이나 할까'란 헛생각을 하진 않았겠지.


시작해야 할 이유가 가벼울수록,

포기해야 할 결단도 가벼워진다.


가야 할 곳이 창업이 될지언정,

도망친 곳이 창업이 되지 말라는 이야기다.


당신이 준비한 것이 

창업을 위한 것이었는지, 

도피를 위한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고민하며 내일은 새로운 날을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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