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뷰티 연금술사 Jun 07. 2020

“대표는 어떤 일을 하는가”

업무공유와 이해도에 대한 이야기

우리 대표는 밖에서 무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게다가 요즘은 여유가 있는지 헬스장도 들락거리더라고요우리는 매일 일하느라 바쁜데...”     





 직장생활 경험했다면 문득 그런 생각 든 적 없어? ‘대표는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걸까’란 의문 말이야. 때로는 직원이 아니라 대표가 월급루팡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곤 했지.


 한창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 더더욱 대표 얼굴 한 번 보기 힘들고, 간혹 보더라도 전날 어디서 술을 마시고 왔는지 어제 입은 옷 그대로인 채로 졸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 ‘참 팔자 좋구나’라고 생각 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냐. 때로는 한심하게 보이기도 하고, 이런 대표를 믿고 회사를 다녀야 하나 나 스스로에게 자문하기도 했어.



 때로는 너무 잦은 해외출장을 나가는 모습에 혹시나 놀러 다니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무한상상이 떠오르지. 우리들은 정해진 출근 시간에 맞춰서 지옥철을 거쳐 허겁지겁 세이브 하는데 전력을 다하는데, 대표라는 사람은 오후에 빼꼼 들러서 잠시 둘러보다가 이내 식사 약속이 있다고 사라지는 걸 보며 회사에 애정지수가 뚝 떨어지더라. 자연스레 직원들만 열심히 일하고 대표는 있으나마나한 존재로 여기게 되었지. 

 그러던 어느 날 대표를 따라 중요한 미팅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우리 대표의 진면목을 목격하고는 존경심이 생기게 되는 사건이 있었어. 왜 대표인지, 왜 그가 매일 피곤했고, 항상 외부로 돌아다녔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어. 


 중요한 고객들에게 회사를 소개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그의 모습은 그 동안 내가 대표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점과 대표에 대한 잘못 생각했던 내가 한없이 부끄러웠지. 그리고 지금의 나는 대표가 되어 그 때의 대표 모습을 간혹 떠올리며 나 자신을 돌아보곤 해.       



 직원과 경영진 사이에 서로의 입장과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서로 오해와 불신이 싹트게 되지. 그게 켜켜이 쌓이면 불만이 되고, 서서히 하나 둘 전염되듯이 회사 분위기를 침식해 갈 거야. 망조의 불길한 징조는 여기서 시작 되는 거지. 딴 생각을 하는 직원들과 업무 효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걸 수치로 확인하게 되는 순간, 회사는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처한 상황에 처할 거야. 그 뿐 아니라 내부 조직에서 지지받지 못하는 대표는 외부로 쏟아야 할 역량과 시간을 회사 재정비를 위해 쏟느라 성장은 일시정지 상태에 머물게 될 거야. 

 구성원들 간 갈등과 반목이 있는데 과연 성장할 수 있을까? 

 설령 성장하더라도 사상누각(砂上樓閣)처럼 언제 한 순간에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알 같은 조직/회사가 될 거야. 이 말은 역으로 조직/운영 리스크 관리가 원활하게 이루어 질 때 회사 밖으로 역량을 떨칠 기회와 성장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단 뜻이기도 해.      



 그럴려면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소수정예 멤버로 시작하는 대다수의 스타트업들은 팀빌딩부터 친구 또는 지인으로 출발하니까 따로 대표에 대한 정의와 업무에 대한 정리를 생략하기 십상이야. 


 이봐! 창업은 취미 모임도 아니고, 친교 모임도 아니야. 


 이전에는 아는 선후배고, 친분있는 사이였을지라도 이제는 사업을 만들어가야 한다구. 그렇기에 창업 멤버들은 같은 경영진으로써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훤하게 알 수 있어야 해. 공채 또는 후에 합류한 직원들에게도 가장 먼저 소개해야 할 것이 바로 대표에 대한 이야기 나누어야 해. 대표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는 스타트업이 신속하고 집중력 있는 실행력을 가질 수 있어. 그 첫 단계인 신뢰라는 것은 서로를 아는 만큼 만들어지는 거니까.     




1. 대표의 기본적인 업무


   “스타트업의 대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라는 질문에 “그냥 다 해요!”라는 말이 가장 제대로 된 답 일거야. 어느 정도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고 각자의 역할과 업무가 분담되어 있는 최소 단위의 팀빌딩이 되어 있다면 조금은 더 세부적이고 전문화된 업무롤이 있겠지만, 현실 속 스타트업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드물어. 

 그래서 대표는 두루뭉술하고 다목적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밖에 없고, 되어야 하는 자리야. 그나마 모든 대표들에게 공통된 필수 업무에 대한 몇 가지 언급하자면, 우선 회사의 전체적인 업무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수정해 가는 사람이야. 사업기획부터 운영, 회계, 영업 등의 회사 전반적인 일은 기본적으로 수행하지. 거기에 추가로 어떤 대표는 기술/기능적으로 특화 된 역량이 있어서 개발자/연구자/마케터의 역할도 동시 수행하기도 해.


 의사결정자이자 커뮤니케이션을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도 있어. 특히 평행선을 걷는 의견의 갈림과 갈등 사이에서 대표는 선택을 하거나 다른 대안이나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다양한 결정을 이끌어 내야 하면서 최종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야.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이 들어간 결정에 대해서 모든 책임은 대표가 안고 가야 하는 거야. 올바른 최선의 결정을 이끌 수 있도록 꾸준히 공부해야 할 사람이기도 하지. 


 사실 대표가 밖을 많이 돌아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금조달이란 업무 때문이지. 직원 월급부터 회사 운영이 필요한 자금이 끊임없이 흐를 수 있도록 돈을 벌던가, 빌리던가, 만들어 와야 하는 막중한 임무와 책임을 지고 있거든. 


 대표의 업무 중 직원들과의 신뢰를 지키는 가장 최소한의 약속이자 의무는 월급 밀리지 않는 거야. 통장에 잔고가 빵빵하다면 모르겠지만, 늘 쪼들리는 간당간당한 스타트업의 재무상태를 떠올리면 결국 대표는 밖에서 돈을 구하러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어.        



2. 대표의 또 다른 얼굴


 대표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회사의 생존, 성장을 위해서 다른 얼굴을 각자 가지고 있다고 표현하지. 좀 더 격하게 말하면 다중인격이라고도 불러. 절실할수록 더욱 평소에 회사 내에서 보지 못 했던 대표의 모습을 회사 밖에서 볼 수 있을 거야. 네가 가족 구성원으로써의 모습이랑 친구들 또는 직장에서의 모습이 다르잖아. 목적과 필요, 환경에 의해 다른 캐릭터를 가지듯이 특히나 대표의 외부 활동은 회사 내에서 보아왔던 이미지와 많이 다를 수 있어.   

 일전에 한 IR 발표 자리에서 친한 대표와 만난 적이 있어. 신들린 듯 유창하게 발표하는 그 대표의 모습에 응원하러 왔던 그 회사 직원이 놀라더라고. 이런 모습 처음 봤다고. 회사에서는 차분하게 일하는 모습만 보다가 저렇게 열정적으로 여러 사람들 앞에서 휘몰아치듯 회사를 소개하는 대표가 너무 생소해서 딴 사람 같았다고. 어쩌면 회사 내에서는 흔들림 없는 안정감을 주는 태도와 회사 밖에서는 열정적이고 역동적으로 뛰는 액션이 더 상황에 맞춰 보여주는 대표의 프로다운 모습이 아닐까? 


 나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술 마시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 특히나 소주! 그리고 딱히 비행기 타거나 짐을 싸거나 멀리 이동하는 걸 자발적으로 하는 성향은 아니야. 여행을 계획하고, 가서 불편함을 감수하며 지내다가, 다녀와서 뒷정리하는 모든 과정을 싫어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거야. 

 

 그러나 제품을 팔기 위해서 바이어를 만나거나 홍보하고 우리를 소개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만나야할 필요성이 있을 때는 평소 나의 성향과는 별개로 잠시 또 하나의 자아를 꺼내야 할 때가 있어. 잘 안 입던 정장을 꺼내 입고, 먹기 싫은 음식이나 술자리에 참석하기도 하지. 대표들에게는 도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동이 아닌 이상, 회사에 도움이 될 기회를 만들기 위해 감수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은 업무에 불과해. 단지 업무일과 중 사무실에서 보이는 것은 대표의 전체 일과 중 일부분에 불과할 뿐 전체가 아니야.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대표가 몸소 뛰어야 하는 어떤 상황이라도 기꺼이 몸을 던지는 게 대표란 자리의 무게랄까?      



3. 판을 만들고서포트하는 사람이 대표다.


 대표와 달리 회사 내부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직원들이 있다면, 처음부터 그 일을 밖에서 끌고 오는 건 대표가 하는 일이야. 영업부서나 영업담당이 존재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얼마나 많을까? 결국은 대표가 직접 영업을 뛰고, 외부 일을 끌어와야 하지. 회사를 운영하고, 돈이 돌기 위해서는 결국 내부 업무만으로는 답이 없어. 

 그래서 스타트업의 대표를 ‘일을 벌이는 사람 또는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라고 정의내리기도 해. 밖을 나돌면서 일거리를 만들어와 회사 내부업무로 전달하고 수행하도록 나누는 역할을 맡아야 하지. 물론 회사 내부 인력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대표가 내부 업무에 더 깊이 관여해서 만들어가기도 해. 그러다보니 대표는 회사 내에서는 잡부가 되어야 하지. 

 그런 연유로 대표는 직원들을 서포트 해 주는 역할이야. 대표들은 정기적이든 비정기적이든 간에 직원들에게 업무에 대한 보고를 받을 거야. 팀별이든 개인이든 어떠한 형태로든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어떠한 방향으로 끌고 나갈 건지에 대한 업무현황 말이야. 


 대표의 결제라인이라는 게 단지 업무보고를 받고 즉흥적으로 가부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부족한 부분, 필요로 하는 부분은 캐치해서 피드백을 주거나 일이 돌아가는 전체를 돌아보고, 조정하라고 있는 거야. 직원들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부분을 해결해 주어야 할지를 늘 고민해야 하지. 그렇게 회사 내부가 유기적으로 잘 돌아갈 때, 대표가 더 밖으로 나돌 수 있고, 내부 직원은 점차 시스템과 절차에 의해 일을 완성해가는 형태가 될수록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어.      



4. 그럼에도 대표는 이것을 구성원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가는지를 알리는 ‘보고’란 직원들만의 몫이 아니야. 스타트업의 구성원들 모두 각자의 업무에 대해서 공유해야 하는데 대표라고 예외는 아니지. 은근 이걸 놓치는 대표들이 많아. 조막만한 회사에서 벌써부터 보고 받는 것에 익숙 하려고 하면 안 된다구. 수평적인 조직이라는 건 영어로 이름 부른다고 만들어 지는 게 아니라 서로 같은 룰(rule) 안에서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형성되는 거야

 소통은 어느 한 쪽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거나 듣는 게 아니라구. 오해라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생기고 그 틈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부풀려져서 서로의 신뢰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소통의 부재가 그 이유야. 


 정기적으로 정해진 회의라는 건 직원들이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보고하는 자리일까? 


 그건 반쪽짜리 일방통행 소통이야. 양방향 소통이 되려면, 대표와 경영진도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떠한 이유로 누구를 만나는지 등에 대한 업무보고를 하는 게 좋아. 

 불특정한 이슈/문제에 대한 회의가 아니라 시간과 장소를 미리 정해 놓는 회의는 사실 커뮤니케이션이 주목적이 되어야 하는데 한 쪽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그거에 대하여 판단하는 건 회의가 아니라 심판대지. 


 더불어 아무리 외부 업무로 인하여 불규칙한 일정이 많다할 지라도, 근무시간과 회사 내에서의 규정, 절차는 지키길 바래. 어떠한 특혜라던가 예외사항을 적용한다면, 내부 직원들의 입장에서 대표라는 사람에 대하여 공감하고 동의해 줄 수 있을까? 


 때문에 대표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직원들에게 의도적으로라도 보고할 필요가 있어. 이러한 규칙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착이 되어 회사 문화가 될 때 자연스런 수평적 조직이 탄생하는 거지. 그럼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반 위에서 목표를 향해 쾌속성장 할 수 있을 거야.


  


 겉만 번지르르한 스타트업이 아니라 내실이 꽉 찬 스타트업이 되어야 해.


 복장이나 호칭오픈 된 공간이나 회사 내 편의시설이 스타트업의 문화나 특성이 아니야. 진짜 스타트업 고유의 특징은 작은 만큼 빠르고기탄없는 아이디어와 의견을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이야


이를 위해 대표와 멤버들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구성원들 모두가 서로에 대하여 더 많이 알아가는 집단이 되어야 해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을 얻게 될거고비로소 스타트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우리가 될 거야우리는 그렇게 더 성장할거야.       



업무보고에 관한 첨언:

직원들의 업무 보고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하지만,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업무보고’가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회사는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업무의 진행 경과와 주체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있어야 하며, 업무보고는 회사의 언어이다. 회사 내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지 이야기를 나누는 범주가 아니라 근거와 기록을 통해 쉽게 공유할 수 있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스타트업이라서 업무보고가 없어요’라는 말은 자유로움을 어필하는 장점이 아니라 그만큼 의사소통과 체계가 없다는 반증이며 경영과 운영 측면에서 미숙하다는 반증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절당함을 두려워하지 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