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 대한 이야기
디지털노매드 열풍과 기술의 발전으로 굳이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메일이나 그룹웨어, 회사 전용 메신져, 업무/스케쥴링 어플리케이션, 화상회의 플랫폼 등의 다양한 툴(Tool)을 통해 이전보다 시간대비 효과적/효율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해 졌어.
회사 내부적으로 형식에 치우친 서면보고/결제라던가 회의를 위해 모이고, 준비하는 불필요한 시간소모는 물론, 회사 외적으로 비즈니스 미팅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에 대한 비교의 손익을 증명할 필요조차 못 느끼지.
우리 회사도 이러한 다양한 업무 보조 프로그램들을 활용하면서 지리적/시간적인 제약 뿐만 아니라 비용적인 면에서 업무 효율성이 증대 되고 있다는 건 부인하지 못해. 오히려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을 정도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대표로써 어떤 업무를 수행 중이든 간에 창업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있다면, 너의 회사는 지금 아주 힘든 상황에 머물러 있을 거야. 왜 그럴까? 분명 나날이 더 많은 일을 공간의 제약없이, 더 빠르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꾸준히 유용한 회사 전용 Tool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말야.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 정말 네가 회사 안에 있어야하는 이유가 업무의 특성 때문인거야 아니면 두렵기 때문인거야?
설령 대표자가 개발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하더라도 그것이 네가 사무실에만 앉아 있어야할 이유가 되지 않아.
넌 스타트업의 대표니까.
1. 누구나 상처입기를 두려워한다.
거절을 두려워하는 건 당연한 거야. 어느 누구든 거절을 기뻐하거나 원하는 사람은 없어. 그럼에도 거절당할 게 뻔하다는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마주하는 것이 용기야. 우리에게는 그러한 용기가 필요해.
누구를 만나든, 어떤 상황이든 간에 일단 거절당할 거라는 걸 인정하고 시작하는 게 좋아. 그렇기에 섣불리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라 그렇기에 성공할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갖추어 가라는 거야. 상식적으로는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정체모를 스타트업의 제안을 십중팔구 거절하겠지. 계란이 바위에 부딪치듯이 막무가내로 덤비는 건 무모해 보이겠지만 네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그 실패 확률을 더 낮추고, 더 조율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만들어 가는 시도가 없으면 바뀌는 게 없어. 도전 하지 않으면 거절당할 기회조차 없어.
너의 자존심에 흠집나는게 두렵다면, 그 보다 더 두려운 걸 떠올려봐. 네가 영업해서 돈을 벌지 않으면 회사가 망할거라는 절박감, 손가락 쪽쪽 빨고 있는 회사 임직원들이 너의 등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떠올린다면, 너는 비록 결혼 경험이 없을지라도 가장으로써 짊어진 짐을 느낄 수 있을거야. 송골이 서늘해지지? 작은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지금 용기를 내지 않았을 때 찾아 올 더 큰 두려움을 떠올리는 거야.
2. 상대방의 거절을 두려워함은 손실을 동반한다.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직전의 경험이 있을 거야. ‘혹시나 거절당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에 이도저도 아닌 관계만을 유지하며 더 탐색하고, 더 질질 끌어가는 것이 [썸]이라는 독특한 연애 방식을 만들었어. 더 확실하고, 거절당하지 않으려는 수동적인 방어기작이랄까? 연애 이야기에 경제적인 문제를 끌어들이는 건 멋없겠지만 썸을 탈수록 비용과 시간은 더 소요가 되고 더 많은 기회를 잃게 되지.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야. 상대방에게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서 계속 미루다보면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더 많은 손실을 가져오게 될 거야. 우리는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스타트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서는 더욱 과감해져야 하지. 질질 끌수록 손실과 기회비용은 이자를 붙여 갈 거야.
만약 네가 필요하고, 원하기에 만나러 간 자리에서 ‘이거 거절당하면 어쩌지?’, ‘안될 거 같은데 괜히 왔나?’, ‘나 같은 게 되겠어?’라는 식의 생각에 불안 해 하고 있다면, 너의 믿음대로 될거야. 너는 누구도 너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너를 신뢰할 수 없어. 꼭 돈이나 숫자로 환산되는 손실만 있는 게 아니야. 앞으로 어떠한 인연, 어떠한 관계로 서로 협력할지도 모를 기회들을 날려버리는 것도 손실이야. 설령 지금은 거절을 당해도 그 이후에 더 보완되고, 수정되고, 성장하는 모습과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모습들이 쌓여서 거절을 승낙으로 반전시키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아니? 지금은 정말 아닐 수 있어. 그러나 시간을 두고 지켜보다가 어느 때에 손을 뻗어 주는 잠재적 파트너들이 분명 존재하고, 그건 그들이 옥석을 가리는 가장 흔한 패턴이야.
3. 상대방의 거절에 익숙해짐은 네가 잘 하고 있다는 증거야.
스트레스 회복력이라는 말이 있어. 상대방에게 거절을 당함에도 회복력과 내성이라는 것이 있어. 너도 익숙 해지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될 거야. 멘탈이 강한 창업자들을 볼 때, 과연 그들이 처음부터 그랬을까? 아니지. 얼마나 많은 시련과 고뇌가 괴롭혔을까 떠올려봐. 어렵고 힘든 일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거야. 처음에는 어찌 할 바 몰라 허둥지둥 대고, 걱정과 고민으로 날밤새기 일쑤겠지. 그런데 여차저차해서 잘 이겨내고 나서 다음에 유사한 경험에 대하여 과연 처음처럼 안절부절 할까? 그렇게 맷집이 강해지는 거야.
다른 사람 앞에서 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별거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어. 진짜 겁내야 할 것은 나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이야. 다른 사람에게는 드러나지 않더라도 나 자신은 알고 있는 법이거든.
어떤 일이 끝나고 나면 ‘더 잘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따라 올 거야. 오히려 이런 후회는 칭찬 받을 만 해.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적어도 네가 선택하고 행동했다는 뜻이니까. 근데 제일 바보 같은 후회는 ‘그 때, 했어야 하는데...’라는 행동이 결핍된 후회야. 그건 결과도, 과정에서의 경험도 남지 않아. 그러니 이건 후회해서도 안 되고, 후회할 거리도 안 되지. 적어도 너는 알거야. 스스로 최선을 다했는지,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는지 말야.
나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한 창업자가 다른 사람에게 당당할 수 있을까? 두려움을 이기는 것은 회사를 성장시키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강하게 연단시키는 기회이기도 해.
이렇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이유는 너의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어내고, 현장으로 뛰게 하기 위함이야. 그 놈의 노트북 속, 스마트 폰 속의 세상에서 사업한다고, 트렌드를 파악한다는 핑계로 SNS만 클릭하고, 앉아서 메일만 보내고 있는 철없는 창업자들에게 정신차리라는 경고야.
너와 함께 이 험한 스타트업 세계를 동행할 사람들은 결코 비대면으로 참가하지 않아. 진짜배기들은 결국 대면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너를 평가하고, 비교하고, 시험하기도 하지. 너를 지켜보고, 수시로 너에 대해서 알려고 할 거야.
분명 페이퍼 워크나 사무실 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 가볍고 빠르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하지만 무겁고 시간을 들이며 깊이가 있는 일들은 결국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풀어가게 되어 있어.
두려워서 웅크려 있지 마! 동굴 속에 숨어 있지 마! 사무실에 자리 잡고 지시만 내리는 대표보다 필드에 앞장서서 진격하는 대표에게 동료들도 믿고 따르는 법이니까. 그게 스타트업 대표로 생존하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니까. 지금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오늘도 뛰어 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