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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Apr 05. 2017

쓸데없는 일? 쓸데없는 생각!

스타트업에선 "쓸데없어 보이는"일이 많음을 인정하자.

직장인이었던 때,

이런저런 기획안을 제출하였을 때,

연구소장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이거 꼭 해야 돼? 쓸데가 없는 거 같은데..."


그리고 기획안은 묵살되었다.




쓸데없다고 단정 짓는 사람들은

어떤 근거로 쓸데없는 일이라고 하는지 되묻고 싶다.


결과물?

경험?

직관?


"쓸데없는 일 하지 말고, 실질적인 일을 하란 말이야"

 

그 실질적인 일이...

수익이나 매출로 환산되는 걸 말하는가?

아니면, 

지금 당장 업무에 획기적인 퍼포먼스가 있는 거?


모든 일에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자료 서치와 취합, 근거를 확보하여야 한다.

경험도 중요하고, 직관도 무시 못하지.


이건 목적에 근거한 

일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다.


누가 보더라도 쓸데 있는 일이지.


근데 기업활동에서

쓸데없어 보이는 일도 하기 마련이다.


쓸데 있고, 없고의 경계가 애매모호한

일들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인지하고 있을까?


그래.

내가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쓸데없어 보이는"일에 관한 이야기이다.


(출처: 구글, 컵으로 벽 쌓기)



1. 쓸데없는 일과 쓸데 있는 일의 경계


1) 너무 쓸데를 찾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에 몸 담고 있으면,

대표든, 직원, 투자자든 간에


무언가 활동/액션에 따르는,

꼭 눈에 보이는 결과를 기대한다.


정해진 업무에 알짜로 

업무가 진행되길 원한다.


사막에서 산다고 해서 

서핑을 배우는 게 쓸데없을까?


우선순위에서 

지금 당장은 필요를 못 느낄 수 있지만,

결국 샌드 서핑이 존재한다.

사막의 끝에 바다도 존재한다.


언젠가는 호놀룰루의 해변에서

서핑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직원에게 업무를 맡길 때도,

계약을 할 때도,

투자자를 만날 때도,


대표는 효율성과 결과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기에,


스타트업이라는 형태의 기업들은

결과를 중시하는 경향을 띌 수밖에 없다.


다만, 결과의 구성이 단지 필요조건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기계가 작동하는데 

기계를 구성하는 구조/장치와 

동력만 있으면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오래 움직이고,

덜 마모되며,

더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


윤활유(그리스)나,

사포질이 필요할 수도 있다.

때로는 기계를 쉬어주기도 하고,

청소도 한다.


기계 동작에는 큰 지장이 없어 보이는 

요건들에도 다 쓸데 있는 이유가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바로 실전에 투입될 사람만 필요해요"

"작은 기업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체계가 아직 없어서... 그건 다음에..."


라는 최소한의 필요조건만을 찾는 것은

빠르게 기업이 성장하려는 이유겠지만

빠르게 기업이 무너지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좀 더 시야를 넓게 가지자.

오늘 쓸데없어 보이던 일이

내일 쓸데 있는 일이 되기도 한다.



2) 타 분야 업무에 대한 쓸데.


낭만주의에 물든 탓인지 몰라도,

나는 조금은 위험한 발상을 한다.


"항상 아웃풋이 있어야 하는 일만

하는 것이 쓸데 있는 일이 아니다."


덕분에 우리 회사를 염려해주는 분들이

나를 대신해 걱정을 많이 해 주신다.


"그러다 회사 조직이 망가져"

"운영을 타이트하게 해야 관리가 되는 거야"

"스타트업 대표는 몽상가가 아니라 현실주의자여야 한다니깐"


감사한 고민과 조언들이 넘쳐남에도

약간의 고집과 개똥철학을 내세우자면...


나는 쓸데없는 일과 쓸데 있는 일이

공존하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웃풋이 안 보이는 인풋일지라도,

큰 그림의 목표를 향한 방향이 올바르다면

모든 활동이 쓸데 있는 일이다.


쓸데없다고 쉽게 단정 짓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은 게 사업이다.


스타트업에서 업무의 영역은 교집합이 필요하다.

내가 기획을 한다고 해서 기획만 파고들면,

반드시 연구/마케팅/운영 등의 업무 담당자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긴다.


Generalist가 되어야 한다.

상대방의 업무도 알기 위해, 

공부하고, 배우고, 묻고, 대화해야 한다.

(물론, 특정한 분야는 Specialist가 꼭 필요하다.)


기획이란 업무 외에 다른 영역을 신경 쓰는 것이

결코 쓸데없는 일이 아닌 이유이다.

역으로, 연구 쪽도 마케팅을 알아야 고객의 입장에서

제품을 구상할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다.


쓸데없어 보인다고 함부로 단정 짓지 말자.



3) 쉼에 대한 쓸데.


동료들과 두런두런 모여 수다를 떠는 것도,

주말에 친구를 만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휴가를 통해 쉬는 것도


다 회사를 위해 쓸데 있는 일들이다.


쉼에 대하여,

우리나라는 관대하지 않다.


쉼은 재충전의 시간이고, 

재생산을 위한 또 하나의 업무 영역이다.


무한정/무자율적인 쉼은 문제가 되겠지만,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은 언젠가는 끊어진다.


쉼도 회사를 위해 쓸데 있는 일이다.


(출처: 베레랑 영화 중에서, 돈만으로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회사가 좋다)




4) 쓸데없는 일은 분명 존재한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쓸데없는 일은 경영진이 자주 한다.


직원에게 뭐라고 할 것 없다.


직원이 정말 쓸데없는 일을 했다면,

그건 관리자가 쓸데없는 일을 시켰거나,

관리자가 업무지시가 잘 못 되었거나,

관리자가 관리를 제대로 못 한 것이다.


정작 쓸데없는 삽질을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대표다.


일관성 없이 매번 바뀌는 방향성!

자기 체면을 위한 변명!

근거 없는 권위를 내세움!

책임 없는 대표라는 직함!


회의할 때,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경영진.


독선과 아집, 고정관념으로 

똘똘 뭉친 속 좁은 경영 방식!


지레 겁을 먹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인드.


특히나

내가 생각하는 

정말 쓸데없는 일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이것은 쉼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쉼은 목적성이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아무것도 안 함"은


잃을까 봐 결정을 미룬다거나,

누군가 해주길 바라며 안 하는 것!

그냥 현 상태가 유지되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생명체를 구분하는 조건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략적으로


- 번식(생식)의 유무

- 대사활동의 유무

- 성장/조직화의 유무


로 나누어진다.


(여수의 관광지 오동도의 "남근목", 성장/번식/대사를 표현해줄 가장 적합한 사진이 이거 같아서 올렸습니다. 이거...선정적인 사진 아니예요)


기업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생명체가 가지는 특성들이 모두 사라지면,

기업은 죽는다.


생존이라는 목적에 

필요 충분한 활동들은

기업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쓸데 있는 활동이다.




2. 제품/서비스의 쓸데가 없는지, 

쓸데가 있는지 판단은 누가 하는가


아이디어라는 것도 

처음에는 쓸데없어 보이는

공상에서 시작되었다.


어떤 이는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상상을...

어떤 이는 남의 집을 일시적으로 빌려주는 상상을...

어떤 이는 사과가 떨어진 이유만 파고들기도 했지.


창업 이후부터 정말 많은 심사를 받고,

조언도 받고, 소개하는 자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이디어에서 시제품으로 구현하는 동안에도,

시제품에서 제품으로 준비하는 기간에도


우리 스스로 자문하고 고민하는 문제가

바로 우리 제품이 고객에게 "쓸데가 있느냐"이다.


더 정확하게는

돈을 지불한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느냐이다.


"나라면... 안 쓸 거 같은데?"

"딴 거 쓰는데 불편함이 없는데 이걸 왜 쓸까요?"


창업자라면 이런 류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물론 고민해야 하고, 답을 찾아야 하는 옳은 지적이다.)


자!

우리가 귀가 닳도록 들은 이야기 하나 해 줄게


타깃 고객을 정할 때, 

우리 스타트업들은 닛츠시장 공략하라고 배우잖아.


고객의 니즈, 구매패턴, 기존 구매 제품 등을 먼저 분석하고

그에 맞춰서 고객을 더 세분화하여,

기존의 x, y축을 바꾸는 포지셔닝을 하라고.


그래서 만들어지는 타깃 고객은 

넓고 두리뭉실한 범위가 아니라

좁지만 추종자가 될 수 있는 매니악한 층이라고.


20 ~ 30대 여성이라는 고객이란 식이 아니라

분석한 정보를 기반으로 

가상의 페르소나를 만들어서 특정한 인물을 설정한다.


예를 들어,

25세의 그녀는 취업준비를 하고 있으며, 

알바와 용돈으로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다 보니 

생활비가 빠듯하다.

그녀는 취업활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으며,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지원서를 작성한다.

그녀가 최근에 관심을....(중략)


이런 식의 페르소나를 실제화하는 방식에 대해 배웠을 것이다.


문제!

심사위원이라던가, 투자자라던가, 멘토는 

타깃 고객의 입장에 서 있는가?


물론 우리 같은 창업자를 많이 만나보았겠지만,

그것이  "고객"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를 아는 것이지.


다만,

우리가 익숙해져 버린 

"우리 제품/서비스"에 대한 시각이 아닌

"너희 제품/서비스"에 대한 시각이기에

제삼자의 입장에서의 의견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선

피드백 자체가 유용할 수 있다.


제품/서비스가 쓸데 있고 없고는

고객이 구매/지불을 통해 판단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너무 오래, 많은 전문가들을

만나기보다는

적정한 시기에 고객의 판단대 앞에

서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사실 이 부분은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다.


지금까지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흐른 점에 대하여 아쉬운 부분이 있다.


좀 더 과감했어야 하고,

좀 더 치밀했어야 하는데...

특히 여기저기 묻고, 듣고, 보완하는데...

시간을 많이 소요하였다.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겠지만,

내가 만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더 시간이 흘렀다.


성장과 방향의 밸런스를

조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아쉬움이 있을지언정

후회하지는 않는다.


지나간 과거를 통해 지금이 있고,

그 모든 활동들이 있어 

현재 회사가 존재하고 있으니까.



어쨋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품/서비스의 쓸데 파악은 중요하다.


쓸데를 고객이 알고, 나도 아는게 가장 좋다.

(쉽게 쉽게 갈 수 있는 지름길~)


쓸데를 고객이 몰랐지만, 내가 찾은 것도 좋다.

(고생은 좀 많이 한다. 애플 따라하기 쉽지 않아.)


쓸데를 고객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절대 창업금지!

(이 경우는 거의 다음 아이템으로 넘어가는 수순)


쓸데를 고객은 아는데, 나는 모르면...고객이 되자!

(접근금지~! 일단 고객이 되어보고...)





3. 쓸데없는 직원은 없다.


"신입이라 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겠지만, 

앞으로 회사에 쓸모 있는 인재가 되겠습니다."


언 듯 겸손해 보이는 말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딴지 걸고 싶은 말이다.


그냥 쉽게 줄여서 말하자면,

"당신은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꼭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에서

쓸모없는 직원은 없다.


우리나라 취업준비생들의 스펙은 

어마어마하다.


내가 갓 대학을 졸업할 때도 숨이 턱 막혔었는데...


지금의 스펙은

자원봉사, 외국 유학, 경력(신입 뽑는데 경력이라니...),

토익(스피킹), JPT, HST, 각종 공인 자격증, 학벌, SNS 활동

심지어 인맥까지...


그렇게 채용하고 시키는 일이 복사라면...

그 사람의 역할은 복사 담당일 뿐이다.


복사시키는 업무의 참 뜻은

복사하면서 회사 업무를 숙지하라는 식의 변명 따위

누가 고안한 건지... 참... 어처구니가 없다.


솔직히 신입 들어왔다고

선임(선배)이라는 지위를 남용하여

자기들 하기 귀찮은 거, 싫은 거 떠넘기는 거잖아.


그래 놓고

나중에 실적이 없느니,

능력이 없느니 하면서 견제하고...


제대로 사람 키우려면,

"알아서 해라"가 아니라 

"알려주고 해라"가 되어야 한다.


스타트업에서 그거 힘들다는 거...

나도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서 손 놓을까?

바쁘니까 그냥 알아서 배우라고 할까?

그러기 번거로우니까 경력자만 찾는 건 아닐까?


(물론 많은 스타트업들이 경력자를 찾는 이유는 

업종의 특수성과 회사의 사업계획에 따라 채용한다.

꼭 필요하기 때문에...)


내가 언급한 건...

그 외 쫓기거나, 정신없이 바쁜 대표들 이야기이다.


할 수 없으면, 할 수 있는 길을 찾자.

그것이 스타트업 정신이잖아.


설령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외부교육도 적극 활용하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멘토 프로그램을

엄한 멘토 불러들이지 말고,

제대로 도움이 될 멘토를 찾아 

교육을 부탁드릴 수도 있다.


좋은 무료 강의도 많다.

또는, 창업자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인력 양성에 활용할 수 있다.


가장 좋은 건,

물론 내부에서 하는 업무에 대해 

자주 논의하고, 

우리의 목적과 계획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 시킬 시간을 가지는 거다.


직원이 능력이 없다, 쓸만한 인재가 없다는

말은 뒤집어 생각하자면,

그 회사가 인재를 제대로 활용을 못하거나,

직원의 능력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신입만 그런 게 아니라

경력자도 마찬가지이다.


그 회사의 문화와 비전을 공유해 주어야 

경력의 힘이 발휘된다.


경력자라고 입사하자마자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줄 거란 기대는 버려야 한다.


경력자는 타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고,

체계나, 제품/서비스나

구성원이나, 회사의 방향 등에 

적응하였을 때, 파악하였을 때,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누구나 신입이든, 경력이든 

쓸데없다는 프레임에 가두면 

아무것도 못 한다.


능력을 발휘할 곳을 만들어 주어라.

경험을 펼칠 환경을 구성해 주어라.

배우고, 익힐 기회를 제공해 주어라.


진짜 쓸데없는 것은

사람이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대표의 좁은 아집과 고정관념이다.




초반에 말했던 나의 이전 

직장에서의 뒷 이야기를 마무리하자면,


묵살당했던 기획안은 

연구소장이 바뀌면서, 채택되었다.


1년 후, 

회사의 가장 큰 계약을 성사시켰다.


뒤늦게 나의 잘못을 돌아보자면,


하나. 기획안에 대해 타당한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점


둘. 쉽게 기획안을 포기하고, 빨리 접은 점


셋. 기획안에 나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다는 점


넷. 연구소장에게 삐져서 감정적이었던 점


다섯. 타성에 젖어버린 그냥 그저 그런 직장인의 길을 걸었다는 점이다.


반성은 반성이고,

교훈은 교훈이니... 정리하자면,


쓸데없다고 단정짓기 전에

쓸데를 못 찾았거나,

쓸데를 아는 범위가 매우 좁거나,

그냥 귀찮아서 인지 고민을 하자.


세상에 쓸데는 많다.

우리가 모르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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