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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Aug 06. 2018

창업자의 일기장(10)-그녀의 조언

내가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되다.

그녀를 만난 건 고3때였지.


동갑내기인데 정말 억척같았어.

가난한 집의 장녀로 부모님과 동생들을 챙겼지.


성격이 활발한건 아닌데...

꽤 현실적이고, 냉철했지.


그 친구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우리 동기와 결혼했지.


그리고 지금은 우리 부부의 육아조언도 해주고,

아내랑 짝짜꿍이 잘 맞아 함께 나를 갈구기도 하고...


참 오래된 친구야^^




어떻게 창업을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동기 모임이 있었어.


그리고 그 친구가 지자체에서 지원받아서

창업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


사실 회사다닐 적에

굵직굵직한 R&D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고

수행해 봤던 나였지만,


창업에 관련한 지원 프로젝트가 있다는건

처음 알게 되었어.


그도 그럴것이 예전에는

기업을 지원하는 과제들은 많았지만,

창업을 지원한다는 제도는

전무했었거든.


기껏해야 

소규모 창업을 하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을 위한 융자 정도?


어쨋든 그 친구는 요즘 창업을 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지원 신청을 해서

선정되면 비록 많지는 않은 돈이지만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해 준다더군.


그래서 그 친구에게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를 물었어.


그리고...

경기도 고양시에서 수행하는

G창업 프로젝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당시,

선정이 되면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1500만원을

지원해 주는 지자체 규모에서는 나름 괜찮은 수준이었어.

(지금은 증액도 되고, 다양한게 많아졌지만...) 


무턱대고,

사업계획서 양식을 다운로드 받아

3일을 골머리 싸매면서 

그간 준비했던 기획을 양식에 맞게

쑤셔넣었지.


서류평가 결과, 

발표평가 받으러 수원으로 오라고 하더라고.


창업을 위한 공식적인

이게 첫 걸음이었어.


발표평가는 다대다 질의응답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 되었지.


질문은 한 세 가지 받았던가?


수원까지 온거에 비해,

예상질문 준비한거에 비해,

옷까지 정장에 밤잠 못 이룬거에 비해

너무 싱겁게 끝나더라구.


그래서 좀...불안했어.


첫 경험이라 긴장하기도 했지만,

취준생 당시에 면접보고 온 느낌이랄까?


확신이 안 들더라구.


그런데...똬악~!

합격~!


그 때부터 일산 라페스타에 있는

G창업프로젝트의 공간에 출퇴근(?)을 하게 되었지.


56시간인가 하는 

창업 교육도 매우 재미있었어.


나처럼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너무나 반가웠어.


그 동안 혼자서 끙끙거리며,

공부하고, 준비했던 시간들이

참 바보같이 느껴졌거든.


같은 기수의 예비창업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고민과 불안함, 기대, 희망, 포부....


6개월 과정이 쏜살같이 흘러가더라고.


그리고 그 안에서 나에게 멘토가 되어주는

형님을 만나게 되었어.

(그 형님이 지금도 나의 멘토라는 사실)


이 이야기는 따로 언젠가 풀어줄게.

이 만남은 3년 후에 우리 회사에 큰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된 중요한 사건의 시작점이거든.




이러한 창업 프로그램을 알려 준 그녀에게

고맙다고 연락을 했지.


그런데 그 친구는


"에이그~좋지만은 않을걸? 이제 스트레스 엄청 받을거야"


"스트레스 안 받는 일이 어딨노?"


"어느 순간, 나를 원망하게 될 수도 있다. 그때 딴소리 말기다."


"알았다. 걱정마라. 고마워할지언정 미워할일은 없다."


시간이 흐르다보니 알게 되었지.

그 친구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창업이라는 것에 내딛은 발을 뒤로 물리려면,
내딛을 때 각오 이상으로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고


앞으로 한 발 더 전진하려면,
내딛을 때 각오 이상으로 더 희생할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몇번을 후회한 적이 있어.

극심한 좌절감과 떨어진 자존감.

많이 울기도 하고...

많이 아팠었고...

사실 그 친구에게 말은 안 했지만,

조금은 원망비스무리 괜스리 탓하기도 했어.


참 속 좁고,

별 시덥지 않은 예비창업자였지뭐야.

꼴불견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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