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금의 종류 시리즈
“사막의 오아시스, 정부자금: 1부”
“정부자금은 바닷물과 같아서 지금 당장 갈증은 풀어주지만 익숙해지면 서서히 말라죽어갈 것이다.”
- 오래전부터 창업자들에게 내려오는 출처 미상의 격언-
개인적으로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고 봐. 사막을 탐험하는 상인에게 오아시스는 생명과 같은 존재지만, 오아시스를 벗어나 다시 험난한 생존의 기로에 마주하기란 쉽지 않거든. 너무 의존해 버리면, 떠나기 싫어지고, 그냥 머물러 있고 싶어 져.
처음 오아시스를 발견했을 때를 생각해봐. 극한의 고통과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는데 저 멀리 오아시스가 보이는 거야. 당장 뛰어가서 메말랐던 목구멍에 들어오는 첫 모금의 물맛은 인생 최고의 꿀맛이었을 거야. 그곳에서 물자를 보충하고,
짐도 재정비하고, 팀원들을 다독일 수도 있어. 비싸게 사야 했던 물을 약간의 자부담으로 공급받기에 일정에 소요되는 경비도 절감되지. 그렇기에 “사막은 위험해, 그래서 난 오아시스에서 머물 거야.”라는 유혹이 생겨나. 그 순간 너는 사막을 횡단하는 상인/탐험가가 아니라 오아시스에 의존해서 사는 거주민이 되어버려. 너의 본질을 잊게 되는 거지.
이렇듯 정부자금에 대한 유혹은 매우 강해서 부작용이 상존하고 있어. 그래서 정부자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도 존재하지.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격렬한 논쟁에 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고, 다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우리는 합리적이고, 이익을 기반으로 선택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거야. 돈에는 귀천이 없고, 오직 우리가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유용하다는 점을 기억하자고.
정부자금은 정부지원금은 크게 창업지원금과 R&D 지원금, 사업화 지원금으로 나눌 수 있어. 그 외에는 보조금 형태로 지자체/기관/재단에서 지원하는 자금도 포함되지. 마케팅이나 해외전시회, 바이어 매칭, 지식재산권 출원, 각종 인허가 취득, 이자보전, 근로자 복리후생 관련 지원 등 다양한 정부자금이 현금 또는 현물 형태로 지급되기도 하지. 찾아보면 정말 많은 지원자금이 있어. 그래서 대한민국 정부만큼 창업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비교할 만한 곳이 없어. 한편으로는 정부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이유기도 하고, 다른 측면으로는 정부 정책에 의한 지원책이 외국의 경쟁사를 이길 수 있는 하나의 버프기도 하지.
창업 관련한 지원은 중소기업벤처창업부에서 출발해. 창업을 촉진하고, 성장시키는 정책과 자금의 출처랄까? 여기서 세워진 정책과 확보된 자금은 중소기업진흥공단과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실행되고 집행된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창업진흥원, 각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 테크노파크, 소상공인협회, 창업선도대학 등 많은 집행기관들이 창업 관련한 예산을 배정받고, 관리하고, 지출하는 업무를 수행하지.
그런데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자금을 허투루 사용하면 안 되겠지? 매년 국정감사라던가 감사원에서 이 부분에 대한 경고와 주의가 반복되어 언론에서 소개되는데 그럴수록 자금을 집행하는 시스템은 고도화되고, 더 정교해지고 있어. 개인적으로 깐깐해져 가는 지원제도의 진화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불과 5, 6년 전 만해도 정부자금을 깜깜이 돈, 눈먼 돈이라고 부르면서 안 받으면 바보라는 말이 떠돌았지. 뭐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다는 걸 부인하지 않겠어.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아직도 그렇다고 믿는다면, 그 사람은 최근에 정부자금을 받아 본 적이 없거나 예전에 건너 건너 들었던 이야기를 되뇌다 고정관념이 생긴 사람일 거야. 왜냐고? 내 자랑은 아니지만 나름 매년 정부 정책 계획부터 시행령까지 꼼꼼히 체크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 수혜를 받기도 한 경험이 좀 있다 보니 창업컨설팅해준다고 접근하는 웬만한 브로커들보다 더 빠싹 하니까. 실제로 연구원으로 직장 생활할 때부터 취미생활이 되어버린 게 정부 정책/계획 살펴보고,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이었어. 논문 분석하듯이 늘 하던 업무였으니까.
어쨌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 규정도 디테일하고, 명확해지고, 페널티도 강해졌지. 정부의 손길을 요청하는 엄청난 수의 지원자들 중에서 적합한 후보를 선별하기 위해 사전교육, 레퍼런스 크로스 체크, 전문가 평가, 시민평가, 현업 종사자들에게 블라인드 평가를 맡기기도 해. 자금을 지원받게 되었더라도 사용 출처 및 목적과 규정에 맞게 사용해야 하는데 외부 회계감사와 현장실사를 통해 확인하게 되니까 더더욱 쉬운 돈이 아니지. 정부자금을 지원받고 모든 규정과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냐. 사업 종료 시점부터 5년 간은 지속적으로 후속 상황에 대한 관리를 받게 되거든. 기술개발 관련한 과제의 경우는 완료 이후에 성공조건부 경상기술료라는 것을 납부하도록 되어있어. 많은 대표들이 불만을 가지지만, 기술개발에 정부가 지원하여 기술을 완성했으니 그것을 사업화하여 매출과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분별하게 지원금만 찾아다닌 사람들을 선별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지.
2015년에 창업지원금과 교육, 후속지원을 받게 되었어.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뛸 듯 기뻤지. 그때가 시제품 개발자금이 없어서 굉장히 힘든 시기였거든. 그러한 상황에 정부지원금은 지금의 우리 회사가 있기까지 가장 큰 기회를 만들어 주었어. 그런데 막상 선정되고 나서 구매신청부터 지출증빙, 검수까지 제출할 서류도 많고, 까다로움에 혀를 내둘렀지. 나중에 깨닫게 된 건데 그 시절 그 정도는 연습게임이더군. 본격적으로 필드에 나와서 부딪혀보니까 일주일 중 절반은 온갖 서류에 치여 살게 되지. 오히려 그러한 훈련들이 익숙해지다 보니 웬만한 매입서류나 계약서 등에 대하여 수월하게 처리하게 되었어. 물론 불필요한 행정이 없지는 않아. 시스템이라는 것은 완벽한 것이 없고, 계속 수정돼야 할 부분이 생기듯이 교육이라던가, 운영적인 부분에서 정부기관의 행정에 대하여 지적할 점도 있지만 계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연구개발 또는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려면, 일반적으로 매출에서 운영비나 고정적인 비용 다 제하고 나서 뽑아내야겠지만, 그럴 수 있는 스타트업은 몇 안되지. 지금 당장 내다 팔 것이 없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더욱 불가능하겠지? 그렇기에 초기 창업기업에게 정부의 지원에 대한 필요성은 전적으로 공감해. 예비창업자들 중에서 아이디어와 계획, 팀원까지 다 준비되었는데 최소한의 개발자금이 없어서 실현 못 하는 케이스가 허다하거든. 막 퍼주기 식의 지원은 사라져야 하지만, 꼭 필요한 지원은 지속되어야 하고, 이것은 정부뿐만 아니라 창업가들의 기본적인 자질과 기업가정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함께 손발을 맞추어야 될 거야.
이번에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자금의 성격과 개요에 대한 이야기였어. 다음 칼럼에서는 본격적으로 종류와 분석한 내용으로 찾아올게. 오늘도 일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 동지들! 우리 더 힘내자고~!
(역주)
* IR: investor relation, 기업설명활동이라고 의역되는데 쉽게 말해서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소개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활동을 뜻한다. 스타트업들에게는 투자자 앞에서 발표를 통해 관심을 유도하고, 후속 미팅을 잡기 위한 목적과 아이템/제품을 소개하며 인프라를 늘려가기 위한 목적으로 공개 또는 비공개 자리에서 IR 기회를 가진다.
* 자부담: 국가 지원금이나 국가기술개발과제 등 다양한 형태의 정부자금은 100% 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약 30 ~ 40%가량의 자기부담금이 있는데 이는 창업자의 도덕적 해이 방지 효과와 OECD 가맹국 간의 정부지원 규제에 대한 협약에 의해 의무적으로 정부지원에 비례하여 사업자가 일부 부담하도록 되어있다. 자부담은 현물과 현금으로 나누어지는데 현금은 말 그대로 정부자금 대시 일정 비율로 현금 납부하는 것을 뜻하며, 현물은 대표자와 재직자의 인건비 또는 현물로 계상 가능한 장비 등을 금액 환산하여 가상의 납부를 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 성공조건부 경상기술료: 국가기술개발과제를 성공판정받은 기업은 정부지원금 대비 일정 비율을 매년 또는 일시불로 국가에 지불해야 하는데 이는 3년 이상 업력을 가진 기업에 한하여 시행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지원금을 받는 것에는 부가적으로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들을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