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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움 Oct 23. 2018

댕댕이와 제주에 삽니다.

제주살이를 시작하다.

*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6개월간의 기록


 제주살이 시작을 이야기 하려면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눈이 왕창 퍼붓던 날, 코코가 암 선고를 받았다. 팔에 생긴 악성 종양이 폐까지 전이됐다. 치료법이 없으니 행복하게 떠나보내라는 의사의 말에 무너져 내렸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병원서 눈물을 쏟았다.


짧으면 3개월. 길면 1년.


 드라마에서나보던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될 줄은. 그것도 코코가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날부터 우리 집의 중심은 코코가 됐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코코와 마지막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문득 제주도가 떠올랐고, 2주 만에 여행 계획을 짰다. 여행을 준비하는 도중에 사고가 생겨 포기할 뻔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1주일 동안 여행을 떠났다. 즐거웠다. 행복했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다시는 코코와 못 온다는 생각에 가슴 한 켠이 먹먹해졌다.


 일상에 돌아와서도 여행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강아지들과 같이 갔던 곳, 같이 먹었던 음식 등등. 불쑥불쑥  기억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그 무렵, 코코는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다. 혹시 항암 치료로 상태가 개선 돼 수술로 종양을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6개월간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또다시 행복하게 떠나보낼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시 코코와 제주도로 떠나고 싶어졌다. 더 늦기 전에 한번만 더.


  사라지고 싶었다.


 물론 제주살이를 결심한게 코코때문만은 아니다. 2018년은 바쁜 한 해였다. 구글 넥스트 저널리즘 스쿨, MBC M씽크, JTBC JCOUNCIL 등 이런저런 활동을 했고, 대전MBC 뉴미디어 담당 아르바이트도 했다. 이것저것 건드리다보니 한시도 쉬지 못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학교 신문사 활동으로 쉼없이 달려온데다가 한 순간도 쉬지 못했으니...한계였다. 결과물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제대로 가고 있는건지, 내가 과연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회의감이 들었다. 대단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나는 너무 미약했다. 자신감이 떨어졌고, 어딜가든 위축이 됐다. 미래가 불투명했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차라리 전부 포기해버리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불완전한 마음만큼 실수가 잦았다. 무언가 계기가 필요했다.


 이정도 열심히 살았으면 잠시 사라져도 될거야.


 코코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 + 최근 건강이 안좋아지신 엄마의 요양을 위해서 ) 제주로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제주로 향하는 3시간의 항해는 녹록치 않았다.


  준비는 허술했다. 1달 만에 숙소를 잡고, 생활비 계획을 짜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고, 배를 예약하고, 대전에서의 일을 정리하고.


제주로 향하다.

 촉박하게 일정을 짠 탓이 떠나는 날 오후까지 아르바이트 마지막 근무를 했다. 집에 가자마자 짐을 실었다. 최소한만 챙겼는데도 차가 달리다 멈추진 않을까 걱정 될 정도로 짐이 많았다.


 밤 9시, 집을 나왔다. 열심히 배를 타러 달려갔다. 목적지는 전라남도 고흥 녹동항. 제주로 가는 배편 중에 강아지와 선실 동행이 가능한 유일한 배편이었다. 대전서 녹동항까지는 4시간 30분거리. 중간중간 쉬고, 주차장에서 쪽잠을 자며 무사히 배에 탑승했다. 차도 선적해 제주로 가져갔다. 비용은 20만원 후반대.


 항해 내내 독립된 선실에 있었다. 다행히 함께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우리와 강아지들만 선실을 썼다. 선실 이용자가 많으면 다른 사람과 이용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녹동서 제주 배를 3번 탔는데, 매번 우리만 이용하긴했다. 평일 일정을 잡으면 거의 사람이 없다. 바람이 많이 불어 배가 조금 흔들렸다. 멀미약을 미처 준비 못해 강아지들은 멀미할까봐 아침을 도착해 먹이기로 했고, 멀미를 하지는 않았다. 힘든지 내내 잠만 자긴 하더라.  ( 지난 여행 때는 멀미약을 먹였다. 멀미약은 구토를 억제해주는 것과 잠을 재우는 것 2종류다. 우리는 노령견이라 수면제는 먹이지 않았고, 구토 억제제만 처방 받았다 )


 오후 1시 30분쯤, 제주에 입성했다. 본격적인 제주살이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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