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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Jan 23. 2018

크루즈 승무원
드디어 첫 승선, 그리고 그 후

드디어 첫 승선, 그리고 그 후

 첫 승선 했던 크루즈는 이탈리아 크루즈 회사 코스타의 세레나 호였다. 이 곳에서 첫 계약 8개월을 지냈다. 한중일 4일의 크루즈였고 중국 손님이 99% 였다. 중국어 가능자가 아니었기에 프론트 데스크인 게스트 서비스 부서에서 승객들을 상대할 수가 없어 승선 전부터 호텔 디렉터 비서 업무로 결정되었고, 계약기간 내내 이 업무를 했다. 승객 수 3,700명, 승무원 수 1,000명을 자랑하는 11만톤급의 크루즈 선이었다. 

 승하선을 하는 날에는 오전에 승객들이 모두 하선하면, 오후에 또다른 승객들이 승선했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덕분에 8개월의 계약기간은 길고도 짧게 느껴졌다. 처음 승선하고 두 달 동안은 그 큰 배의 유일한 한국인 승무원이었는데 새로운 환경에 힘들고, 몸도 안 좋아져 힘들고, 같이 편하게 대화할 이도 없고, 정말 몸 고생, 마음고생 많이 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8개월을 달려 무사히 계약을 마치고 하선했다. 내가 자랑스러웠다. 

 다음 계약때까지두 세 달 정도 휴가가 예상됨에 따라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 한국어교원양성 과정을 들었다. 그러다회사로부터 두번째 계약 승선날짜를 받고, 승선 준비도 했지만 한국어를 좀더 공부하고 싶었고, 다시 한중일 노선을 8개월 간 탄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같은 크루즈 선을 탄다고 생각하니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크루즈 선을 탄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을 텐데 한중일 노선은 꼭 벗어나고 싶었으므로 정중히 회사에 승선 포기 의사를 밝혔다.

 막 하선했을 때, 다른 회사 에이전시들 이곳 저곳에 연락을 해 놓은 것이 기다렸다는 듯이 연락 오기 시작했다.  어느 한 곳에서 한국인 리셉셔니스트를 뽑는다고 해서 인터뷰를 보고 합격통보를 받았다. 크루즈 경력도 있고, 필수인 안전교육도 모두 이수한 상태라 바로 승선이 가능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나는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중일 노선만 아니면 된다고 했는데 덥석 세계일주 노선을 주다니! 면접을본 후, 일주일 후 합격통보. 그리고 이주 뒤 승선했다. 

 또다시 크루즈승무원이 되었다. 지난 회사에서는 중국 승객들, 중국 동료들과일을 했는데, 이번에는 일본 승객들, 일본 동료들이다. 같은 듯 다른 두 크루즈이기에, 4일 크루즈 아닌 100일 세계일주 크루즈이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한번 크루즈를 타 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20여개의 다른 기항지에 정박하며 많은 곳을 다니고, 보고, 배웠다. 하루하루가 신기하고, 새로웠던 세계일주 크루즈로 지구 한바퀴를 돌았다. 수에즈운하, 북극 빙하, 파나마 운하와 같은 평생 한 번 하기힘든 경험도 했다.  

 이 크루즈 회사에서는첫 한국인 승무원을 뽑아서인지 나의 계약이 보통의 8개월이 아닌 5개월이었다. 지구 한바퀴를 돌쯤, 회사에서 연장을 제안했고, 급하게 승선하느라 받지 못한 미국 승무원 비자 발급을 조건으로 연장을 수락했다. 그렇게 해서 한국에 들어와 미국 대사관에 가서 인터뷰를 봐야하는 승무원 비자를 발급 받고, 다시 돌아가 또다시 세계일주 크루즈로 지구 한바퀴를 더 돌았다. 

그리고 하선.

8개월 + 8개월. 짧고도 긴 크루즈 생활이다.

앞으로 또 8개월이 될 것인가. 아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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