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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Jan 04. 2018

크루즈 승무원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대한민국이 묻지는 않지만, 써니가 답한다

 클럽메드 발리에서 일할 때 이따금씩 대형 크루즈 선이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에 정박하곤 했었다. 밤에는 화려한 불빛을 반짝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화려한지. 함께 일하던 루마니아 친구는 크루즈 선을 보며 항상 말했다. 자기는 클럽메드 이후에 반드시 크루즈 승무원이 되겠다고. 그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관심이 없었으니까.

 시간이 흘러 우리는각자의 이유로 둘다 발리를 떠나게 되었다. 오랫동안 원하던 클럽메드 지오라는 꿈을 이루고 2년만에 한국으로 돌아 왔다. 꿈을 이루면 행복하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꿈을 이루자 방황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는 사이 루마니아 친구는 정말 크루즈 승무원이 되었다(아직도 현직 크루즈 승무원. 벌써 5번째 계약을 하는 베터랑 승무원, 나는 이제 막 두번 마친 꼬꼬마 승무원). 축하는 해 주었지만 그때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관심이 없었으니까.

 리조트에서일했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니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을 하자 싶어 호텔이며 리조트에 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나이가 중요한 한국에서 경력과 나이가 비례하지 않아서 인지 아니면 원래 한국에서의 채용은어렵기만 한 것인지 면접조차 갖기 힘들었고, 그러다 운 좋게 보게 된 면접에서도 면접관들은 내 나이와 경력을 꼬집어 이야기하며 기회를 주지 않았다(지금도 생각하면 화가 난다. 그 호텔 망해라!) 작아져만 갔다. 내가 한국 고용시장에서는 형편없는 지원자 라는 생각이 미치자 이제껏 내가 해 왔던 그들이 말하는 경력무관 일들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누구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았던 나를 스스로가 부정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꽉 막힌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회사에는 일하지 않겠어! 라는 강한 생각도 점점 작아졌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그러던 찰나, 크루즈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 생각이 나서 크루즈 승무원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별 관심이 없어 잘 몰랐던 크루즈 승무원은 클럽메드를 알게 되었을 때만큼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우선 대형 크루즈 선의 압도적인 크기에 놀랐고, 승무원 1000여명의 숫자가 가늠조차 되지 않았고, 배 안에 센트럴파크가 있는 크루즈 선도 있었고, 만능이 되어 일해야 했던 클럽메드와는 다르게 세분화된 모습에서 전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루즈 승무원에 대한 나의 결론은 ‘바다를 떠다니는규모가 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클럽메드’ 였다. 그래 이거다!


그렇게 크루즈 승무원을 알게 되었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써니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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