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과를 졸업하고, 해외무역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예전에 내게 한 말이 있다. 자신은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 비단 그것이 그 친구가 영어를 유창하게 잘해서 만은 아닐 테고,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업무를 하면 되지 않겠냐는 말이었다. 언어 전공이라고 하면 사람들의 기대가 은연 중 높아 스트레스를 받을 법도 한데, 무덤덤하게 말하는 그 친구. 그 친구는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도 그닥 스트레스가 없다고 이야기 한다.
역시나 모든 건 마음먹기에 따라 다른 걸까.
판교 호텔에 입사를 했을 때, 한 두 달은 영어 때문에 너무나 스트레스 받았다. 공부를 해야 한다, 매일 성장해야 한다 는 스트레스가 상당히 심했다. 학원을 다녀야 할 지, 영어 회화 모임에 나가야 할 지, 회사를 다니는 것 자체로도 벅찬 시간과 생활에 귀가 후 영어 공부를 못한 날에는 자책도 했다. 그런 날은 점점 많아졌다.
시간이 지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바로 나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놓아버렸다. 영어 공부를 하면서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기도 했다. 그러자 자유로워졌다.
요 며칠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국어교육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역사에 대해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사 공부를 시작했다. 양질의 강의가 (대표적으로 설민석, 최태성 선생님) 무료였다. 국어 문법 공부할 때처럼 필기 하며 기본 개념을 잡기 시작했다. 강의가 너무 재미있어서 새벽 3-4시까지 본 적도 많았다. 아예 잘 모르니 헷갈리는 것도 없다. 하하.
그러다 시험을 준비하면 조금 더 성의껏 공부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 편으로 나의 지식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무슨 자신감인지 무려 고급으로 신청을 했다. 그러나 나는 통역자원봉사를 하며 심신이 지쳐 잠도 모자란 판에 공부는 전혀 하지 못했고, 대회가 끝나고도 2주밖에 남지 않은 시험인데 지난 이틀, 판교, 서울을 다녀와야 했다.
이번 주 토요일은 친구와 오래 전부터 약속, 다음 주 월,화는 조카 봐주기, 내가 곧 새롭게 시작하기로 한 모임이 두 개, 바쁘다고 3주 동안 못한 한국어 과외 등.
판교, 서울을 다녀오는 강행군에도 밤늦게까지 기출문제 문제풀이 강의를 듣고 있자니 그 어느 것 하나 기쁘지가 않은 거다. 바쁘지만 즐겁고 행복한 약속, 모임, 과외 등이 그 어느 것 하나 기쁘지가 않은 거다. 오히려 부담스러워졌다.
스트레스, 스트레스, 스트레스.
예전 영어 공부 때가 생각이 나자, 꾸역꾸역 붙잡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미련 없이 취소했다. 또다시 나는 자유로워졌다. 다음 주의 빡빡한 일정이 부담에서 설레임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또 나는 성장을 하나보다. 자유로워지면서.
그나저나 지금에서 얼마나 더 자유로워질텐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