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 그 이후

by 꿈꾸는 앵두

해외생활을 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언어를 위한 생활, 생존을 위한 생활, 경험을 위한 생활들. 그러나 그 중에서 나는 공백과 불안 그 사이 정도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여기서 말하는 공백은 외국 생활로 인한 한국생활의 공백을 의미한다. 주로 커리어에 해당하는 경력의 공백을 말한다.


미국 어학연수를 다녀오느라 대학교 때 2년 휴학했다. 1년은 아르바이트하느라 1년은 어학연수를 하느라. 그 이후 졸업을 했고, 중국으로 해외연수를 떠나 연수를 마치고 취업을 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취업 후 4개월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직장생활을 한 적이 없다. 사실 한 회사에 취업했었는데 2개월 만에 퇴사했다. 이것을 직장 경력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알바 모드, 그 이후 뉴질랜드, 호주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고, 발리의 리조트에서 2년 일했다.


나는 이렇게 20대를 해외생활로 보냈다. 30대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해외에서도 잘 살았는데 한국 생활쯤이야. 하고 너무나 쉽게 생각했던 나를 반성한다. 생각보다, 상상 이상으로 치열한 곳이란 것을 알았더라면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 더 견디고, 버텼을 것이다.


한국 취업 시장에서 나는 경쟁력이 없었다.


남들 다 가지고 있는 언어 실력.

나만 없는 나이에 맞는 경력.


몇 달을 찾아헤맨 끝에(선택받은 끝에) 업무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월급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미국 체인 호텔 외국인 총지배인 어시스턴트 라는 아주 뽀대나는 이름으로 한국에서의 회사 다운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다행이었다. 나는 만족하지 않았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다 만족했으니까.


크루즈 승선의 기회가 와서 이마저도 8개월만에 그만두게 되었다. 2년. 크루즈 승선을 하고 하선했고, 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다면 난 크루즈에서 좀더 견디며 버텼을 것이다. 다시 한국 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것, 그리고 2년 전보다 더 잘 팔리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경험과 경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취업 시장에서 나의 자랑스러운 경험이 때로는 한낱 쓸데없는, 무의미한 시간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래서 자존감은 조금 떨어지고, 내가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인가 하는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약간의 의심과 후회도 할랑 말랑 한다.


이 부분이 한국에서 가장 싫은 부분이다.

나의 자랑스러운 20대가, 나의 자랑스러운 해외 생활이 누구에게는 그저 시간 낭비로만 생각되어지고, 나이는 먹었고, 풍부하게 경험은 많은데 어느 것에도 전문적이지 못한 느낌. 그래서 다시 공부를 시작은 했는데 이게 과연 맞는 가 하루에도 한 번씩은 꼭 생각해 보는 그 이상야릇한 느낌적인 이 부분.


대학원생과 영어 선생님을 겸하고 있는 지금은 좀더 돈을 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돈을 벌려면, 안정된 생활을 원한다면, 다른 생각하지 않고 끝까지 인내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생활은 정답과는 아주 멀고 멀 뿐.


공정여행 여행사를 하는 친구는 나의 경험을 늘 아까워한다. 늘 뭘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한다.

나도 모르겠다. 이게 과연 쓸모가 있으련지.


쓸모있겠다고 한 경험들은 아니다. 그저 즐겁고, 재미있었고, 지금 나를 있게 해 준 원동력 또한 해외 생활에서 부딪혀 가며 배웠을 뿐. 그랬기에 꼭 경력에, 돈벌이에 쓰이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아무런 쓸모없이 대접받는 건 정말 싫다.


가끔씩이라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고민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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