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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장국영 출연작 베스트10]3탄. 동사서독

[영화리뷰]기억과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사랑의 속성을 성찰한 멜로영화


동사서독(1994년), 동사서독 리덕스(2008년) (감독 왕가위, 출연 장국영 장만옥 양조위 장학우 양가휘 임청하 양채니)


1994년에 개봉된 영화 <동사서독>은 왕가위 감독이 새로 재편집하여 <동사서독 리덕스>라는 제목으로 2008년 칸영화제에서 특별 초청돼 상영 됐다. 같은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5년만에 재편집 된 <동사서독 리덕스>는 최고의 화제작으로 시네필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동사서독 리덕스'는 故 장국영에 대한 왕가위 감독의 헌사


영화 <동사서독 리덕스>에서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 <아비정전>에 출연했던 장국영, 양조위, 장만옥의 풋풋한 모습을 다시 만날 수 있고, 왕 감독이 편집 전에 촬영 원본을 영화 후반부에 추가해 완성했는데, 기존 영화 DVD의 부가영상을 보는 듯하게 배우들의 자세한 나래이션이 특징인데, 주인공 구양봉 역의 장국영의 내래이션만 없어 2003년 세상을 달리한 故 장국영에 대한 헌사가 아닐까 생각됐다.



왜냐면, <동사서독 리덕스>에서는 <동사서독>에서 설정된 디지털 CG의 시퀀스들이 변경됐고 엔딩에서는 연인을 잃은 구양봉이 고향 백타산으로 돌아가 '서독'이 되는 시퀀스가 깊게 조명되었기 때문이다.


영화 <동사서독>은 장만옥, 양채니, 임청하 등 당대 내놓으라는 홍콩의 미녀 톱스타들이 출연하고 장국영, 양조위를 비롯해 임청하, 장학우, 양가휘 등 배우들이 5인 5색의 모습으로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는 작품이다.



특히, 영화에서 임청하는 최근 드라마 <킬미, 힐미>에서 인기를 끌었던 다중인격을 연상시키는 해리성 기억장애를 겪는 캐릭터로 1인 3역을 맡아 존재감을 발휘한다.


영화는 시대와 장르는 다르지만, 영화 <아비정전>의 속편처럼 사랑의 시간과 기억에 대해 조명하고 있는 듯 보인다.




'아비정전'과 함께 왕가위-장국영 콤비의 저주받은 걸작

영화 <동사서독> 역시 국내 개봉 당시 영화 <아비정전>과 함께 제목으로 인해 저주받은 걸작 중의 한 작품이다. 영화 <아비정전>처럼 무협영화로 알고 보러 왔던 국내 관객들에게 대단한 혹평을 받았으니 말이다.



영화에서 왕가위 감독은 홍콩 뒷골목으로부터 중원 대륙의 무림으로 공간만 옮겼을 뿐 극중 등장인물을 마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처럼 시간과 기억의 재구성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영화 속에서 감독은 사랑을 '술'과 '검'에 비유하면서 실연의 상처를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술에서 깨어나면 다시 후회하기도 하고, 검을 휘둘러 상처를 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 상처가 아물듯 기억과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사랑의 속성을 성찰해내는 듯 보였다.


장국영이 연기한 구양봉 역은 형수가 되어버린 사랑하는 연인 자애인(장만옥 분)에 대한 기억을 사막에 묻은 채 주막을 운영하면서 극중 등장하는 인물들을 이어주는 인연의 정거장처럼 다가오고, 왕가위 감독은 그를 통해 주막을 들르는 각각의 사연으로 상처받은 이들 사이에 매여있는 욕망을 성찰하고 위무하고 있는 듯 보였다.


시간을 반추하는 걸작..동사사독-화양연화에 이은 인간의 욕망 조명

영화 속에서 흐르는 현재의 시간은 기억(과거), 직관(현재), 기대(미래)에 얽힌 것으로, 영화 <아비정전>으로부터 <동사서독><화양연화>까지 이어지는 정서로 인해 왕가위 감독이 자신의 영화 세계 속에서 관객들의 욕망을 직시하고 있는 듯 생각된다.


특히, 멜로 영화에서 빠지지 말아야 할 사랑과 인연에 대한 주제들은 우리들이 열광했던 중화권 톱스타들이 전하는 명대사의 향연을 통해 가슴 깊이 전해져오는 듯하다.



별점 ★★★★(4.0/5점)

/Chicp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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