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장국영 출연작 베스트10]4탄.백발마녀전

[영화리뷰]연인간의 믿음과 애증 그려낸 정통 무협액영화

백발마녀전(1993)

(감독 우인태, 출연 장국영 임청하)

지난해 21년 만에 홍콩배우 판빙빙을 캐스팅 하면서 리메이크 한 영화 <백발마녀전>은 故 장국영이 <동사서독><동방불패> 등에 출연하며 90년대 홍콩 무협 판타지의 여제로 불리웠던 배우 임청하와 함께 찍은 작품으로, 연인간에 변해가는 믿음과 애증을 소재로 한 판타지멜로 영화로도 손꼽는다.

사랑과 배신의 정서 그려낸 판타지 멜로

영화는 1993년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 명나라 말, 무림의 8대문파의 한 계파 후계자로 지목된 탁일항(장국영 분)이 복수를 꿈꾸며 무림을 장악하려는 야욕을 보이는 마교 교주에게 키워진 살인병기 랑하(임청하 분)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사랑과 배신의 정서를 그려낸다.

기존 홍콩 무협영화가 지닌 호쾌한 액션 외에도 이 영화가 90년대를 대표하는 홍콩 무협영화로 추천받는 것은 액션 외에도 극중 탁일항 역의 장국영과 랑하 역의 임청하 간의 애달픈 사랑을 이야기하는 멜로적 정서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에서는 사랑 외에도 인간과 인간 사이의 믿음을 다루고 있다. 연애나 사랑에 있어 믿었던 이에 대한 배신감, 좋은 감정을 오래 유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그 토록 사랑스럽던 그녀를 백발의 마녀로 만든 것은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특히,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마교의 살인병기 마녀이지만 연예상이란 이름을 지어준 연인 탁일항의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순수했던 그녀였기에 백발로 변한 그녀의 모습이 더욱 애틋했던 것 같았다.

연인간에도 한순간에 등돌리는 인간의 본성적인 무력함

더욱이 외부 인물의 계략에 휘말려 앞도 보지않고 서로에 대한 원망으로 일관하는 연인의 모습에서 나약해지는 인간의 본성을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그러할까.

극중 탁일항이 설산 꼭대기에 눈보라를 맞으며 설인이 된 채로 꽃을 지켜내는 모습은 지난 날 자신의 잘못으로 백발이 되어버린 그녀에 대한 사죄의 의미이거나 만약 그게 아니라면, 20년 만에 피어 난다는 영생불로초를 가져다가 검은 머리를 되찾게 해주려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중국의 무림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국내 영화팬들에게 영화 <가유희사><무인 곽원갑>으로 알려진 우인태 감독은 한창 좋을 때는 하늘의 별이라도 따주겠다고 언약하던 연인 간의 밀어가 한 순간에 오해와 엇갈림이 쌓여가면서 원망과 애증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판타스틱한 영상과 함께 조명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후 그는 <야반가성>을 통해 장국영을 다시 캐스팅했다.

아비정전-동사서독과 함께 고유의 캐릭터 구축한 장국영

이 영화에서 임청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절세무공을 자랑할 뿐 아니라, 연인에 대한 애틋한 내면을 드러낸 백발마녀로 변신해 멜로적 정서를 살려내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고, 장국영은 영화 <천녀유혼>의 유약한 영채신은 온데 간데 없고 <아비정전>의 아비와 <동사서독>의 구양봉을 지나 강인하면서도 고독한 무인, 탁일항으로 변신해 그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았다.

영화 <백발마녀전>은 장국영이 무협, 코미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모든 캐릭터들을 소화해내는 전전후 톱스타임을 확인시켜주는 영화로 추천할 만하다.

 "왜 날 믿지 못하는 거죠?!!" "내게 가장 중요한건 한 여자다" - 영화 <백발마녀전> 중에서

별점 ★★★☆(3.5/5점)

/Chicpuc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