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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1223. 크리스마스 캐럴 대신 시국 캐럴을

크리스마스 캐럴 한 곡이라도 크게 들어보실 것


연말인데, 거리에선 크리스마스 캐럴이 잘 들리지 않는데요. 다만 지하철 역마다 구세군 자선냄비만이 딸랑거리며 기부천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온라인 조사업체 피앰아이(PMI)가 모바일 플랫폼 틸리언을 통해 20-50대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캐럴 없는 크리스마스 거리’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 60.9%의 응답자들이 거리에 캐럴이 흐르지 않는 크리스마스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네요.


‘캐럴 없는 크리스마스 거리’에 대해 응답자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14.4%), ‘마음에 들지 않는다(13%)’, ‘어색하고 허전하다(12.3%) 순으로 답했고 특히 이런 의견들은 여성(64.3%)과 20대(66.4%)에서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 속에서 얼어붙은 마음을 따스하게 위로했던 캐럴이 사라지고 광화문에 우뚝 선 '사랑의 온도탑'으로 대표되는 기부조차도 평년에 비해 줄어들었으며, 대통령 탄핵심판과 국정조사에 연루된 주요 기업들은 그동안 진행해왔던 신규 채용 등을 올 스톱하면서 채용 시장도 얼어붙은 것 같아요.


조선, 해운, 자동차 등 경제의 근간을 이뤘던 제조업이 흔들리고 대기업과 금융사로 구조조정의 한파가 확대되고 있으며, 김영란법으로 인해 외식, 꽃집 등 자영업자들도 성장 정체를 체감하면서 경쾌한 캐럴을 울릴 분위기도 아니라는 것 같아요.


거리에서 음반 매장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저작권법이 강화되면서 자연적으로 특정 시기에 맞춘 신곡 발표도 줄어 들었고, 공공장소에서 노래를 틀면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하는 것도 원인이 돼 매장 점주들이 틀지 않게 되었다고 해요.


성탄 캐럴과 함께 성탄절 분위기를 띄웠던 크리스마스카드의 판매량도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가족과 친구, 연인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는 간편한 SNS로 대체됐기 때문이죠. 신작 크리스마스 영화도 나오지 않으면서 옛 특선영화를 재개봉하거나 영화계에서도 재개봉 영화를 수입, 배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해요.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부터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등 음악저작권 단체들과 저작권료 걱정 없이 매장에서 캐럴을 틀 수 있음을 적극 알리고 있다고 해요. 하지만 저작권료 내야 한다고 이미 인식이 확산된 상태라 설문 응답자 중 약 79.6%는 이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대답했다죠.


그  가운데 눈길을 모으는 것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주말 촛불집회에서 개사해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를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일부 가수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게 시국과 연관된 캐럴을 발표하면서 올해는 '시국 캐럴'이라는 형태로 바뀌는 것 같아요.


가수 윤종신은 ‘그래도 크리스마스’라는 곡의 뮤직비디오에 세월호 리본·촛불을 사용했고, '유희열의 스케치북' 음악감독인 강승원의 1집 만들기 프로젝트 ‘20세기 캐럴(19792016)'에선 가수 린이 참여해 1976년과 2016년의 광화문 풍경을 전할 것이라고 해요.



최근에는 AI확산 등에 따라 기업이나 서민들 사정이 안좋아질거라 하는데요, 매일 저녁 집으로 들어갈 때마다 지하철역 구내 베이커리에 들러 마감세일에서 2천원이 채 안되는 빵을 사서 비닐봉투에 담아 들고 가곤 했는데, 잇따른 가금류 폐사와 식용 계란 품귀 영향이 그마저도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되네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지 때가 되면 팥죽을 만들어 먹고는 했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래저래 차분하지만 어수선하면서 팍팍한 마음이 드는 연말 같아요.


최근 TV에서 '프랑켄슈타인의 특별한 날'을 테마로 한 애플 사의 아이폰 크리스마스 광고편의 캐럴송은  마음에 따스함만 간직한다면, 한 소녀에서 비롯된 모두의 아름다운 합창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할 수 있는 것 같았고, 주말에 촛불을 들고 모여드는 우리 국민들을 연상시키는 것 같아요.



그래도 마음을 힐링시켜 줄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캐럴을 가득 깔아 개인 블로그에 배경음악으로 대체해 봤어요.


다가오는 성탄에 크리스마스 캐럴 한 곡이라도 크게 들어보시길.


From Morningman.


프캉켄슈타인의 특별한 날 CF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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