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모닝레터_0401. 스크린, 적폐청산 시국선언 릴레이

시국을 풍자하는 영화들, 이후에도 다양한 장르 변주 전망


지난 31일, 헌정 사상 세번째로 현직 전 대통령의 구치소 구속 수감을 지켜보면서 1600만 명 국민들의 촛불 시민혁명이 정권교체에 이어 적폐청산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부조리를 고발하고 권력이란 괴물에 맞서 사회정의를 사유하는 범죄수사극이 안방극장은 물론 스크린에서도 개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달 21일, 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기준, 시청률 28.3%로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은 공공의 적인 검찰-재벌 유착으로 인해 누명을 쓴 검사로 변신한 배우 지성의 부성애 가득한 복수극을 그려냈고, 이어 지성의 아내이기도 한 이보영은 후속작인 <귓속말>에서 법을 악용하는 권력자에 맞서 아버지의 무죄 규명에 나선 강력반 형사 역으로 변신합니다.



드라마 <피고인>에 이어 지난 달 30일 종영한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 역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적폐를 꼬집고 정의를 실현시키는 평범한 회사원의 이야기로, 부정회계 전문가에서 고통받고 상처받는 민초들의 '의인'으로 변신한 배우 남궁 민이 10주간 원맨쇼에 가까운 미친 존재감 보이면서 탐욕 가득한 재벌 체제와 권력의 유착을 허무는 복수극을 코믹하게 그려내 '오피스웨스턴'이란 장르를 개척했죠.


스크린에서도 지난 달 23일 동시에 개봉해서 박스오피스에서 연일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는 영화 <보통사람>과 <프리즌>은 대표적인 적폐청산 범죄수사극이라 추천할 수 있습니다.


개봉 직후 2017년 현실을 빼닮은 1987년 연세대 이한열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보통사람>은 영화 <내부자들>보다 진중하고 <변호인>보다 뜨거운 '응답하라1987'이란 구절로 한줄평을 정리할 수 있겠는데요, 군사 독재 정부의 호헌 조치 등에 저항하는 국민들의 분노를 민주화의 열망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은 최근 촛불집회를 연상시켜 인권문제와 사회 부조리를 조명하면서 부정부패와 타협할지 저항할지 갈등하는 언론의 자유를 성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영화 <프리즌>은 자기 만의 세상에 갇혀 파면된 현직 대통령을 풍자하듯 은유 가득한 사유로 그려내는 범죄극으로, 드라마 <피고인>의 스크린 버전이라 할만큼 교도관 위에 군림, 권력을 사유화하며 완전 범죄를 일삼는 비선실세에 맞서 의문사한 형의 죽음을 밝혀내기 위해 언더커버로 교도소에 잠입, 모진 풍파를 견뎌내는 강력반 형사의 위험천만한 분투기를 그려냅니다.



고용불안과 청년실업, 구조조정, 권고사직, 비정규직 문제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드라마 <김과장>처럼 에피소드 형식으로 코믹하게 풀어낸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도 보이스피싱 조직 소탕을 위해 언더커버로 잠입한 거친입담의 형사 한채아와 자격증만 스무 개가 넘지만 변변한 일자리 없이 전전긍긍하다가 보이스피싱에 사라진 국가예산 환수에 나선 계약직 첩보원으 변신한 강예원의 시스터 케미가 돋보이는 기상 천외한 합동작전도 재미있어요.



지난 29일에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 <미스 슬로운>은 타협과 사술이 가득한 미국 의회 정치의 승률 100%의 로비스트 실화를 소재로, 제시카 차스테인은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집요함과 결정적인 한 방을 던지기 전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최고의 로비스트로 변신해 눈길을 모으죠.


로비스트와 의회의 검은 뒷거래 등을 일삼는 골리앗 권력집단에 맞서 희생양으로 청문회장에 나선 로비스트가 '미국의 시스템은 썩었다' 사자후는 세월호 침몰을 막지 못하고 민간인의 국정농단 감시체계 부실 등으로 국가라는 시스템이 통째로 붕괴한 우리의 현실과 맥을 같이 하는 것 같아요.



<미스 슬로운>과 동시에 개봉한 영화 <원라인>은 그 동안의 범죄사기극과 달리, 대출사기에 휘말린 대학생으로 변신한 <미생>의 임시완이 그물 사기 대출의 베테랑 역 진구를 만나 사회를 농단하는 생활밀착형 케이퍼무비인데요, 적폐를 합리화하는 사기꾼이나 이들이 활개치도록 방관하는 사회 시스템을 아이러니하게 고발합니다.


적폐세력들이 속속 감옥으로 보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 시대의 유물이 청산되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 시국을 풍자하는 영화들은 이후에도 다양한 장르로 변주될 전망입니다.


From Morningman.



매거진의 이전글 모닝레터_0331. 故 장국영을 기억하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